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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 7코스

나는... 누구인가? 2025. 4. 7. 10:31

2025.04.06.일

해파랑길 7코스(17.3km)
태화강전망대 ←4.1km→ 십리대숲 ←2.4km→ 태화루 ←4.0km→ 내황교 ←6.8km→ 염포산입구

걸은거리 17.45km
소요시간 08:28~12:20, 3시간 52분 소요

오늘도 7, 8코스 두 코스를 걸을 요량인데 발바닥 상태가 영 좋질 않다. 어제 자기 전 부풀어 오른 곳에 구멍을 내어 물을 빼고 잤는데도 아침에 일어나니 다시 부풀어 있었다. 다시 한번 물을 빼내고 모텔을 나왔다. 아침을 먹을까 하다 시장기를 못 느껴 편의점에서 간식용으로 빵과 막걸리 한 병을 구입하고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태화강전망대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없어 환승을 해서 가니 1시간 40분이 걸렸다.

해파랑길 7코스는 태화강 전망대에서 출발해 십리대숲과 내황교를 지나 염포삼거리에 이르는 구간이다. 강변길을 따라 바다를 만나는 코스로 다채로운 산책길과 대밭 길을 지난다.

태화강 국가정원은 울산 태화강 변에 자리한 대규모 도시 근린공원으로, 2019년 순천만에 이어 두 번째로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울산의 대표 관광 명소다. 눈부신 아침 햇살과 함께하는 태화강 산책길은 도심지임에도 불구하고 깨끗한 공기가 무척 상쾌하다. 전망대에서 강을 따라 걷는 길은 거의 직선이고, 시원하게 잘 정비되어 있었다. 아침나절이고 조금은 쌀쌀하게 느껴지는 날씨여서 그런지 아직은 사람들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

7번 국도를 이어주는 국가정원교는 특이하게도 위로는 자동차가 다니고, 아래쪽에 별도로 인도교를 설치하여 사람들이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저 인도교를 걸으면서 보는 태화강의 전경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넓고 맑은 강변을 따라 걸으니 어제 걸은 회야강은 여기에 비하면 샛강이라는 느낌이 든다.

체육공원을 지키고 서 있는 팽나무는 오랜 세월 이 태화강의 흐름과 함께한 터줏대감 같은 존재일 것이다. 아름드리나무는 보고만 있어도 멋있고 든든하다.

2km 정도 강을 거슬러 올라온 해파랑길은 삼호교와 신삼호교 사이의 구삼호교를 통해 태화강을 건넌다. 예전엔 차가 다닌 다리였겠지만 통행량이 많아지면서 삼호교와 신삼호교가 건설되면서 인도교로 바뀐 것 같다. 강을 건넌 길은 이제 강을 오른편으로 끼고 강하구 쪽으로 긴 거리를 따라 내려간다.

도심에 있는 생태형 자연 하천으로 관리되고 있는 태화강의 모습이 아름답다. 누가 예전 냄새가 풀풀 나던 오염에 찌든 강이라고 상상할 수 있겠는가. 울산의 도시화와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오염이 심하여 1990년대 중반까지 만해도 시민들에게 외면을 받던 하천이었으나, 2000년 6월, 물고기 떼죽음 사건 이후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되어 태화강 살리기 운동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1990년대 중반까지 5 급수 이하의 수질을 보였던 태화강은 2006년 8월에는 생물학적 산소요구량이 0.6ppm으로 7대 도시를 흐르는 하천 가운데 최고 수준을 보일 정도로 회복되어 환경 복원의 좋은 사례가 되었다고 한다.

강변 둔치의 유체꽃밭에는 꿀을 따는 벌들이 바글바글하고, 꽃 향기가 어찌나 강한지 어질어질할 정도다.

벚꽃이 활짝 핀 강변 축구장에는 휴일을 맞아 많은 동호인들이 모여 몸을 풀고 있다.

건너편 산에는 산벚이 흐드러지게 피었고,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잔잔한 강물, 바람에 흔들리는 대잎이 그야말로 절경이다.

해파랑길은 강변 산책로를 가도록 되어 있지만 나는 십리대숲 은하수길로 들어가 태화강 국가정원을 가로질러 간다. 십리대숲은 태화강을 따라 십리(약 4km)에 걸쳐 펼쳐진 대나무 숲으로 오랜 세월 자생해 온 대나무를 활용한 자연정원이다. 약 50만 본의 대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강바람과 댓잎의 속삭임이 귀를 간질간질하게 한다. 대숲 산책로 표지판을 따라서 숲 가운데로 들어가니 댓잎이 바람에 부딪혀 사각사각, 싸르르하며 마치 자연이 들려주는 자장가처럼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고, 시원한 공기는 폐 깊숙이 숨어 있는 오염된 공기를 배출한다. 잠시 벤치에 앉아 눈을 감으니 마음이 차분해지고 정신이 맑아진다. 대나무 숲은 일반 침엽수 숲보다 산소 방출량이 30%나 더 많고 음이온도 많이 발생시킨다고 하니 당연한 것이다.

이곳의 대나무들은 대부분의 품종이 키가 20미터까지 자라는 맹종죽이라 한다. 우리나라의 고유종인 왕죽도 크고 굵게 자라는데 왕죽은 마디가 두줄이고 맹종죽은 마디가 한 줄이다.

강 건너편에는 아치형 다리로 만들어진 강변로, 남산로가 지나가는데 산과 강과 아치가 어우러져 그림처럼 아름답다.

잠시 후 도착한 십리대밭교는 고래와 백로를 형상화한 디자인이라 하는데 태화강 풍경의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이 인도교는 십리대숲과 태화강전망대, 태화루 등 다양한 명소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으며, 야경 또한 매우 아름답다고 한다.

태화강 국가 정원을 지난 해파랑길은 태화강변을 따라 길을 이어간다. 멀리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가 2014년에 복원한 태화루가 보인다. 태화루 절벽 아래의 깊은 물을 용금소라 부르는데, 옛 문헌에는 황룡연이라 했다고 한다.

태화루 아래쪽으로는 공사 중이라 길이 차단되어 있었고, 해파랑길 안내표지도 강변 태화로 길로 안내하고 있어서 도로변 인도를 통해 태화루를 지나 태화교에서 다리 아래쪽으로 내려가야 둔치길로 이어진다.

태화루는 진주의 촉석루, 밀양의 영남루와 함께 영남을 대표하는 누각으로 울산의 전통성과 정체성을 고스란히 담은 대표적 유적이다. 643년(신라 선덕여왕 12년), 당나라에서 불법을 구하고 돌아온 자장대사가 울산에 도착하여 태화사를 세울 때 함께 건립했다. 태화강변ㅡ황룡연 절벽 위에 위치했으며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가 ‘역사와 미래가 있는 태화강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복원되어 현재의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태화강대공원, 십리대숲과 산책로로 이어지며 태화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멋진 경치를 조망할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태화루 울산공단에 입주해 있는 S-Oil에서 공사비 전액을 기부하여 복원하였다고 한다.

태화강 길은 길고 멀었다. 걷고 걸어도 끝은 보이지 않고 계속 걸으니까 발바닥의 물집이 아우성이다. 중간에서 발이 너무 아파서 한참을 쉬면서 간식을 먹었다. 빵과 막걸리, 이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은 먹을수록 입안에 착착 감긴다. 구수한 빵에다 구수한 막걸리,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물집에 구멍을 내어 물을 빼주니 걷기가 한결 편해졌다.

아침나절이 지나고 나니 많지는 않지만 드문드문 운동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잔잔한 물결이 반짝이는 태화강, 바람에 흔들리는 들꽃, 그리고 철새들. 자연 생태 하천만이 가질 수 있는 풍경이 아닌가 싶다. 바람도 바다 쪽으로 불어 화학공단 특유의 냄새도 나지 않는다.

학성교를 지나 명천대교 가기 전 경주 외동읍에서 발원해 태화강으로 흘러드는 동천강을 건너기 위해 강변도로로 올라와 내황교를 통해 동천강을 건넌다.

강변 둔치로 나가기 위해 내황교를 건너자마자 좌측으로 돌아 방금 건너온 내황교 아래로 내려가니 교각에 그려져 있는 재미있는 만화가 동심을 불러일으킨다. 어린 시절 동네골목에서 하던 놀이와 노랫소리가 떠 올라 잠시 웃음 지어 본다.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
꽃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왔단다
무슨 꽃을 찾으러 왔느냐 왔느냐
예쁜 꽃을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가위 바위 보

걷다가 보니까 앞의 길도 끝이 보이지 않지만 지나온 길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걸어야 할 길을 이제 절반정도 온 것 같은데 발바닥이 너무 아프다.

명천대교를 지나오니 허허벌판이다. 잔디밭인가 싶어 자세히 살펴보니 잔디밭은 아니고, 억새밭인 것 같다. 작년 가을에 한창이었을 억새풀을 겨울 동안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모두 베어낸 것이다. 은빛 파도가 일렁이는 억새밭을 상상하니 태화강은 사시사철 아름답지 않은 계절이 없을 것 같다.

강변 둔치를 걷던 해파랑길은 강의 하구에  다 달아 둔치가 없어지니 강둑으로 안내한다. 이 길은 현대자동차에서 건설한 '아산로'이다. 멀리 입간판에  도전과 개책정신으로 국가와 울산 발전에 헌신한 정주영(호 : 아산) 회장의 뜻을 기린다고 쓰여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이 거대한 규모로 다가오고 곳곳에 생산된 자동차가 도열해 있다. 도로 오른쪽 부두엔 수출용 자동차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데 그 규모가 엄청하다.

아산로는 좌측으로 휘어 현대자동차 공장이 끝나는 성내삼거리까지  이어지고, 성내삼거리에서부터는 방어진 순환도로로 바뀐다.

성내삼거리를 지나면 염포마을이 나오는데 염포는 소금밭이 많았다고 해서 염포라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지금은 산업단지로 둘러싸여 있지만 예전엔 소금과 항구로 유명했던 곳이다. 조선 세종 당시 삼포 개항이라 해서 부산포, 진해 내이포, 울산 염포를 국제 무역항으로 개항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염포다. 임진왜란 이후에는 국제 무역항의 지위를 잃었지만 해방 당시만 해도 어업으로 번창하는 마을이었다고 한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울산이 우리나라 동해안의 최대 소금 산지였다고 하는데, 울산만의 천혜의 자연조건과 넓은 산지에서 나오는 풍부한 땔감은 벽화에서처럼 끓여서 만드는 자염을 생산하는데 최적이었던 것 같다.

길은 이제 염포삼거리를 지나 7코스 종착지이자 8코스 시작점인 염포산 입구를 향해 간다.

멀리 SK주유소 끝에 8코스 안내판이 가물가물하게 보인다. 불과 200여 미터 거리를 절뚝거리며 겨우 걸었다. 발바닥은 진물이 나고 피부가 너덜거린다. 시간은 12시 20을 가리키고 염포산을 지나 일산해수욕장까지는 겨우 12km 남았는데, 평지라면 모를까 산길은 도저히 무리다. 8코스는 다음 주로 기약하고 시내버스를 검색해 보니 마침 일산해수욕장으로 가는 버스가 곧 도착한다고 뜬다. 다시 절뚝거리며 버스정류장까지 뛰듯이 걸었다. 버스를 타고나니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갑자기 시장기가 밀려왔다. 30분 정도 걸려 일산해수욕장에 도착하니 눈앞에 중국집이 보여 바로 들어가 자장면을 시켜 먹었는데 꿀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