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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 8코스

나는... 누구인가? 2025. 4. 25. 22:15

2025.04.25.금

해파랑길 8코스(12.4km)
염포산입구 ←3.9km→ 울산대교전망대 ←3.8km→ 방어진항 ←2.3km→ 대왕암공원 ←2.4km→ 일산해변입구

걸은거리 13.33km
소요시간 15:00~18:36, 3시간 36분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근로자건강검진이 있는 날이다. 서둘러 지정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끝내고 해파랑길 8코스를 걸으려고 울산으로 갔다. 지난주 일요일, 7코스에 이어 8코스를 걸으려 했으나  발바닥 물집이 심해서 아쉽게 포기를 했는데 오늘 다시 가는 것이다. 이번 주는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5코스를 걸을 예정이다. 11시 30분에 출발해서 염포산 입구에 도착하니 오후 3시가 다 되었다.

해파랑길 8코스는 울산 북구 염포동에서 동구 일산동을 잇는 길이다. 염포산 입구에서 출발해 울산대교 전망대와 방어진항, 대왕암공원을 거쳐 일산해변에 이르는 구간으로 염포산 숲길과 항구와 해안을 두루 잇는, 내륙과 해안길이 적절히 섞인 코스이다.

8코스는 시작부터 산행이다. 염포산(203.4m) 산행은 방어진 순환도로변의 염포산 입구에서 바로 시작된다.

시작하는 길은 새로 깐 자수매트로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어서 기분 좋게 시작한다.

4월 말의 염포산은 연둣빛으로 물들었고, 빨간 동백은 어여쁜 자태를 뽐내다 고개를 부러뜨려 마지막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었다.

염포산 산행은 정상까지는 가지 않고 8부 능선쯤에서 산책길을 따라 울산대교 전망대까지 이어진다. 널찍하게 정비된 산길은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로 분빌 것 같다. 넓은 산책길 좌우로는 갈림길이 여러 곳으로 나 있는데, 매년 봄 벚꽃이 만개할 시기가 되면 울산 동구청에서는 이곳에서 산악자전거 대회를 개최한다고 한다.

산책길 주변 여러 곳에 체육공원을 만들어 운동시설을 많이 설치해 놓았다.

울산대교 전망대에 도착했다. 울산대교 전망대는 높이 63M(해발 203M)로 화정산 정상에 위치해 있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2015년 5월 개통한 국내 최장이자 동양에서 3번째로 긴 현수교인 울산대교와 울산의 3대 산업인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산업 단지 및 울산 7대 명산을 조망할 수 있다.

전망대에 올라오니 동쪽으로는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는 울산대교와 현대미포조선소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서쪽으로는 울산항으로 드나드는 대형선박들과 건너편 울산화학단지, 좌측의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사업본부의 모습이 보인다.

전망대를 뒤로한 해파랑길은 천내봉수대 방향으로 나아간다. 봉수대로 이어지는 산길은 돌을 깔아 만들어 놓았는데, 차라리 흙으로 된 오솔길로 만들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화정 천내봉수대(華亭 川內烽燧臺)는 울산광역시 동구 화정동에 있는 봉수대로써 1998년 10월 19일 울산광역시의 기념물 제14호로 지정되었다고 설명되어 있다.

염포산을 거쳐 화정산을 내려온 해파랑길은 문현삼거리와 문재로를 지나 방어진으로 들어섰다.

방어진은 고려 시대에는 왜구를 방어하기 위한 수로진으로 방어진(防禦陣)이라 하였다가 조선 시대에 방어(魴魚)가 많이 잡히는 나루터라는 의미로 방어진(魴魚津)이라 불렀고, 행정 구역 상으로는 울산도호부(蔚山都護府) 관할의 동면(東面)이었다.《대동여지도》에는 '방어진(魴魚津)'이라고 쓰여 있다. 방어진의 방어(魴魚)를 '방어(方魚)'로 바꾼 것은 일제강점기 초기라고 한다.

평일 오후의 방어진 위판장은 경매시간이 아니어서 한적하고, 공동어시장에도 오가는 사람이 별로 보이지 않고 한산하다.

방어진의 끝 어촌마을은 성끝마을이다. 성의 끝에 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마을에는 동진항이라는 아주 작은 항구가 있는데 이곳은 주변 개발계획에 따라 매립 예정이라 한다.

성끝마을 앞에 있는 슬도는 방어진항으로 들어오는 거센 파도를 막아주는 바위섬으로 갯바람과 파도가 바위에 부딪칠 때 거문고 소리가 난다 하여 슬도(瑟島)라 불린다. 슬도는 바다에서 보면 모양이 시루를 엎어 놓은 것 같다 하여 시루섬 또는 섬 전체가 왕곰보 돌로 덮여 있어 곰보섬이라고도 한다. 슬도에 울려 퍼지는 파도소리를 일컫는 슬도명파(瑟島鳴波)는 방어진 12경 중의 하나다. 현재는 성끝마을과 방파제로 연결되어 있어서 걸어 들어갈 수 있다.

성끝마을을 지나 온 길은 망망대해 동해바다를 바라보면서 공원지역의 해안 산책길을 걷는다.

산책길이 끝나고 대왕암까지 약 600여 미터는 자갈길을 걸어간다.

대왕암은 신라시대 삼국통일을 이룩했던 문무대왕의 왕비가 죽은 후 문무대왕을 따라 호국룡이 되어 울산 동해의 대암 밑으로 잠겼다는 신비한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울주군 간절곶과 함께 해가 가장 빨리 뜨는 곳이라 한다.

대왕암이 보이는 해안길은 걷기도 좋고 풍광이 좋아 해파랑길의 진수이다. 대왕암에서 일산 해변으로 가는 길은 테크로 만든 길도 있지만 해안선을 따라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길이 있어 더 아름답다.

해안의 기암들은 대왕암 외에도 괴이하게 생겼다 하여 쓰러뜨리려다 변을 당할 뻔했다는 남근바위, 그리고 탕건바위와 자살바위, 해변 가까이 떠 있는 바위섬, 처녀봉 등이 시야를 꽉 채운다

100살 이상은 되어 보이는 해송의 듬직한 자태가 눈길을 끈다.

일산해수욕장으로 내려가는 데크길 양쪽으로 해송과 동백 등의 수목이 어우러져 해파랑길 8코스 마지막을 장식한다.

평일 늦은 오후의 일산해수욕장은 인적이 드물고 수면엔 흐릿하게 노을이 비치고 있었다.

늦은 시간에 출발한 길이라 종점에 도착하니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염포산 입구에 세워둔 차를 회수하러 가기 위해 시내버스를 타러 가는데, 퇴근시간대에 맞물린 울산 동구의 시내는 사람들의 분주한 발걸음으로 어수선하다. 넘어가는 해는 순식간이다. 30여 분 버스를 타고 염포산 입구에 내리니 벌써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서둘러 차를 몰고 정자항으로 갔다. 내일 걸을 예정인 9, 10코스의 중간지점인 정자항에서 유숙하기 위해서이다. 어두워져 도착한 정자항은 내 상상을 완전히 넘어선 곳이었다. 흔한 관광지의 작은 항구 정도로만 생각했던 정자항은 고층아파트가 숲을 이루고 있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항구 인근에 잘 정비된 도로와 택지가 신도시를 형성하고 있었다. 날이 밝는 내일 아침이 기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