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등산/남파랑길

남파랑길 16코스

나는... 누구인가? 2023. 4. 20. 08:51

2023.04.07.금 10:10~15:00
사등면사무소 ←→ 고현버스터미널
13.0km, 4시간 50분 소요

삼천포에서 7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3번의 갈아타기 끝에 남파랑길 16코스 시작점까지 오는데 3시간 10분이 걸렸다. 대중교통이 잘 되어있기는 하나 시간을 맞추기엔 한계가 있다 차를 가져온다면 1시간 10분 거리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선 차를 가져와야겠다.

남파랑길 16코스는 13km 밖에 되지 않아 4시간이 채 걸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17코스 중간지점인 하청면까지 갈 생각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16코스 시작점까지 오는데만 3시간 이상 소요되어서 계획대로 될지 모르겠다.

성포항으로 가는 해변에서 본 노루섬. 고래를 닮았다.

성포항으로 가는 길에 본 노루섬은 노루를 전혀 닮지 않았다. 오히려 고래를 닮았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본다면 어떤 고래를 상상할까?

성포항 방파제에서 바라본 우아한 아치의 가조연륙교

성포항 방파제에서 사등면과 가조도를 연결하는 가조연륙교를 잠시 감상한다. 대형 교량은 아니지만 아치형태의 교각이 나름 우아한 자태다.

코끼리조개
우럭조개

거제수협성포위판장은 경매가 끝난 시각이라 그런지 한산하다. 고무통에 처음 보는 조개가 있어 물어보니 코끼리조개와 우럭조개라고 한다. 맛있을 것 같다.

마을 뒤 언덕위에서 바라본 그림처럼 예쁜 성포항
성포중학교. 아담한 교사가 전형적인 시골중학교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남파랑길은 성포마을 뒤 언덕을 올라 해변에 위치한 조선소를 우회하여 성포중학교를 지나 망치산 등산로로 향한다. 그러나 정상으로 이어지진 않고 조금 오르다 산 아래로 연결되는 임도를 걷는다.

울창한 금목서나무 숲
망치산 기슭에서 본 고성군 동해면. 조선소가 가물가물하게 보인다.

등산로 초입에는 울창한 금목서나무 숲이 잘 조성되어 있다. 얼마나 올라왔을까, 뒤를 돌아보니 지나 온 성포항 전경이 액자 속의 그림같이 아름답다. 바다 건너 멀리 고성군 동해면에 자리한 조선소도 가물가물하게 보이고, 바다 위 끝없이 펼쳐진 양식장도 한 풍경하고 있다.

힐링이 절로 될 듯한 호젓한 산길인데 전날 과음한 탓에 힘들게 걸었다

다시 발길을 돌려 길을 재촉한다. 길지 않은 오르막이지만 전날 과음한 탓에 발걸음이 너무 무겁고 땀은 온몸을 적신다. 호젓한 오솔길을 감상할 정신이 없다. 오르막이 끝나고 임도로 연결되는 지점 길가에는 아담하게 꾸며진 묘가 하나 있는데 뉘신지 자리를 참 잘 잡은 것 같다. 남파랑길이 조성된 덕분에 많은 여행객이 지나다니니 심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망치산 기슭에 조성된 편백숲. 피톤치드가 무한정 뿜어져 나올 것 같다. 지자체에서 산림욕장으로 개발해도 괜찮을 것이다.

임도를 따라 내려가는 길은 흙길이 많아 묵은 낙엽을 밟으면서 걷기 좋은 길이다. 조금 더 가다 보니 길 양쪽으로 잘 조성된 편백숲이 있다. 편백숲은 언제 어디서 만나도 반갑다.

무성한 수국 울타리에 둘러쌓인 무지개 대문. 여름에 수국이 활짝 피면 환상적일 것 같다.
개구리가 바글바글한 산기슭 천수답
이놈! 너는 누구냐?

망치산 자락의 임도가 끝날 무렵 어디선가 개구리소리가 시끄럽게 들린다. 한두 마리가 아닌 수백 마리의 합창이다. 아래쪽을 살펴보니 산비탈에 작은 천수답이 있어 가까이 가서 보니 물 얕은 논에 눈만 빼꼼히 내놓은 개구리가 바글바글하다. 어릴 적 고향마을의 풍경과 똑같다. 사진 한 장 찍으려고 조금 더 다가갔더니 요놈들, 흙탕물을 일으키며 순식간에 숨어버린다.

그림같은 전경이다. 그렇지만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조선소들은 눈에 거슬린다. 경제발전과 일자리창출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유자는 남해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거제에도 잘 가꾸어진 유자나무밭이 많이 보인다.
예쁜 전원주택이 있어 구경 좀 할라치니 쥐방울 만한 놈이 어찌나 뭐라 하는지... 돈 내고 구경하라고 하는 것 같다.

임도를 빠져나와 산 아래 전망 좋은 곳에 자리를 잡은 전원주택들을 감상하며 굽이굽이 이어지는 들길을 걷는다. 논과 밭에는 원예용 묘목을 많이 심어 놓았고 농사준비에 한창이다.

왜구의 침략을 대비해 쎃았다는 사등성. 옛날이나 지금이나 일본은 우리에게 해악을 끼치는 나라다.

들길을 지나 대로변을 따라 조성된 길을 조금 걸으면 곧 사등성이 있는 성내마을에 다다른다.
사등성은 신라 신문왕 5년에 침략하는 왜구들을 대비해 쌓았다고 한다. 현재의 모습은 일부를 복원한 것이다. 성내마을이란 이 사등성 안에 있는 마을이라는 의미이다.

성내마을회관 2층에 있는 양달석 미술관
양달석의 그림으로 채워진 성내마을 골목길. 구석구석 감상하려면 한참 걸린다.

성내마을엔 이 마을에서 태어난 화가 여산 양달석을 기념하는 "양달석 미술관"이 있고 국도변엔 그의 그림이 그려진 산책길이 잘 조성되어 있다. 삭막할 수 있는 국도변을 노상 미술관으로 꾸몄다. 마을의 골목길 역시 담벽락마다 그의 그림들로 가득 채워 놓았다. 미술관과 골목길을 천천히 둘러보고 나니 근 1시간이 흘렀다. 화가 양달석은 "한국적 낙원의 화가"라 불리면서 평생 "소와 목동"을 주재로 그림을 그리면서 가난한 전업작가로 살았다고 한다. 독특한 그의 그림은 "좀 더 좋은 그림을, 남들이 모방할 수 없는 나의 그림을 그리려고 애써왔을 뿐이다"라는 고백이 적힌 그의 글을 읽고 나니 문외한인 내가 그의 작품 세계에 빠져드는 듯 한 착각을 일으킨다.

길은 이제 다시 공단지역을 지나고 해변길로 이어지고 사곡리에 이른다. 사곡리라는 지명은 앞바다의 수심이 얕아 모래가 많아서 "모래실"이라 불렸는데 이것을 한자로 표기한 것이라고 한다.

사곡해수욕장. 산책길과 캠핑장이 잘 만들어져 있다.

사곡해수욕장 주변엔 해안 산책로가 깔끔하게 조성되어 있고 캠핑족들을 위한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산책로 난간엔 청마 유치환의 시가 인쇄된 현수막이 줄지어 걸려 있다. 해수욕장을 지나는 길가엔 목이 뚝뚝 부러진 동백꽃이 수북이 쌓여있고 그 주변엔 노란 수선화가 만발하다. 고현으로 넘어가는 언덕길 군데군데에는 보라색 붓꽃이 무더기로 피어 운치를 더해준다.

고현가는 길, 거제대로. 교통량이 많아 주의를 기울려야 한다.
거제대로에서 본 삼성중공업

언덕 위에 올라서니 거제시청 소재지가 있는 고현으로 가는 거제대로와 만난다. 이 길은 통행량이 많은 위험한 길이므로  고현버스터미널까지는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두루누리 앱의 안내글이 있었지만 갓길에 바짝 붙어서 조심스럽게 걸었다. 위험한 구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도심초입부터 아파트 단지까지 길게 이어진 메타세콰이아
조형미가 있는 장평육교
벚나무와 은행나무, 그리고 홍가시나무가 잘 어우러진 길이다

도심지 초입, 대로 아래 농로를 따라 조성된 메타세쿼이아길은 대규모 아파트단지에 까지 길게 이어져 있었고, 이어서 장평육교를 건너면 벚나무와 은행나무, 그리고 홍가시나무가 어우러진 멋진 길을 만나게 된다.

초록은 동색이 아니라 동생이다. 사랑스러운 동생
고현항 항만 재개발사업부지 "빅 아일랜드"

길은 다시 고현항 항만 재개발사업 부지로 이어지고 고현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