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나는... 누구인가? 2023. 4. 20. 12:51

물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바람 한점 없는 산속에 서면 나무들은 움직임 없이 고요한데 어떤 나뭇가지 하나만 흔들린다. 그것은 새가 그 위에 날아와 앉았기 때문이다. 별일 없이 살아가는 뭇사람들 속에서 오직 나만 홀로 흔들리는 것은 당신이 내 안에 날아와 앉았기 때문이다. 새는 그 나뭇가지에 집을 짓고 나무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지만, 나만 홀로 끝없이 흔들리는 것은 당신이 내 안에 집을 짓지 않은 까닭이다.

류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