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시 4

생명의 서

생명(生命) 의 서(書) / 유치환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懷疑)를 구(救)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愛憎)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번 뜬 백일(白日)이 불사신같이 작열(灼熱) 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永劫)의 허적(虛寂)에 오직 알라의 신(神)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熱沙)의 끝. 그 열렬한 고독(孤獨)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케 될지니 하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沙丘)에 회한(悔恨) 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인문학/시 2024.05.12

4월, 그리움

4월, 그리움 / 이재진 삽짝을 흔들다 복사꽃만 흩트러 놓고 가는 4월 그리움, 밤이 왔는데 산으로 놓인 길마다 목마다 밤이 왔는데 젖은 세월 속으로 더 적시는 사월, 온 산이 불그르르 아리고 쓰리고 달그름 하기도 하고 글썽이기도 하는데 놓친 자식 시름에 또 못 드는 사월, 잠투정하는 어린 것처럼 비릿하기도 하고 아릿하기도 하고 쌉쌀하고 풋풋하고 핑그르르 눈물 돌던 것들 다 사라져버린 사월, 그리움, 찟겨진 오월 생각에 무너져 손 놓아버린.... https://tv.kakao.com/v/310927614@my

인문학/시 2023.04.19

길고 긴 그리고 허무한

길고 긴 그리고 허무한 / 이재진 말이 없는 시간 쓰라린 참회의 조각 앞에 한참을 앉았다가 가는 사람들 가까운 절망 먼 기다림곁에 아직도 보이지 않는 시간의 저 끝에서 다문 잎으로 삶의 머리채를 불사른다 절벽에 올라 불구경 나온 호기심으로 살아있으며 죽은체 하는 사람들 돌다리를 건넌다 두드려 보지 않고 굴러가는 물살 이끼없는 세월의 이빨 속으로 http://cafe86.daum.net/_c21_/pds_down_hdn?grpid=RKsf&fldid=AWj&dataid=478&regdt=20041118144937&realfile=987654.wma

인문학/시 2023.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