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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적 삶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보다 세다. 만져지지 않는 것이 만져지는 것보다 세다. '도'는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는 것 가운데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 그래서 가장 보이지 않는 것이고, 가장 만 져지지 않는 것이다. 가장 높아서 가장 세다. 그래서 이 세상 어떤 것도 '도'의 지배를 벗어날 수 없다. 그렇다면 일상에서 수행할 수 있는 득도의 길은, 보이고 만져지는 것에 가까운 것과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 않는 것 가운데서 선택해야 한다면, 보이지도 않고 만져 지지도 않는 영역에 가까운 것을 선택하면 된다. '도'에 가까운 쪽을 선택하면 된다는 뜻이다.어떤 학생이 약간의 부정행위만 하면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치자. 이 학생은 점수와 정직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매우 곤혹스..

카테고리 없음 2026.01.13

설악산 울산바위

2025.12.14.일설악휴게소 주차장 → 신흥사 → 안양암 → 흔들바위(계조암) → 울산바위걸은거리 8.7km걸은시간 10:35~14:39, 4시간 4분 소요오전 10시 30분 쯤 설악휴게소 주차장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웅장한 설악의 자태였다. 지난밤 내린 눈이 봉우리마다 하얀 솜이불처럼 쌓여 있었고, 맑고 차가운 겨울 공기는 가슴 속까지 시원하게 해준다. 산 아래에는 아직 햇살이 따스했지만, 산이 보여주는 깊은 겨울의 모습에 설렘과 약간의 긴장감이 동시에 밀려온다. 채비를 하고 설악휴게소 주차장을 출발해 오늘의 목적지, 울산바위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초입의 너른 길은 이미 겨울의 고즈넉한 분위기로 가득했다. 천년 고찰 신흥사(新興寺)를 지나자 잘 정비된 길을 따라 계곡 깊..

태백산 눈꽃산행

2025.12.11.토유일사주차장 → 태백사 → 유일사쉼터 → 주목군락지 → 태백산 → 천재단 → 단종비각 → 망경대 → 반재 → 백단사갈림길 → 백단사주차장 → 유일사주차장걸은거리 9.8km걸은시간 11:00~15:38, 4시간 38분 소요태백산의 찬 공기를 가르며 유일사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장에는 이미 겨울 산행객들의 들뜬 에너지로 가득했다. 아이젠과 스패츠를 단단히 채비하고 11시 정각, 산행을 시작한다.유일사 코스는 초반 경사가 완만하여 몸을 풀며 쉽게 올라갈 수 있다. 주변 소나무 가지 위에는 간밤에 내린 눈이 살포시 쌓여 마치 흰 솜털을 얹어 놓은 듯한 풍경이 이어졌다. 길을 따라 잠시 걸으니 태백사를 지나쳤고, 이후 본격적인 오르막길이 시작되는 유일사쉼터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따뜻한 커피..

동해 무릉계곡 베틀바위 산성길

2025.11.16.일매표소 → 베틀바위 → 미륵바위 → 산성터 → 석간수 → 박달폭포 → 마천루 → 쌍폭포 → 산성갈림길 → 학소대 → 관음폭포 → 삼화사 → 무릉반석 → 매표소걸은거리 7.4km걸은시간 11:30~15:07, 3시간 37분 소요세월은 덧없이 흘러 벌써 늦가을의 정취가 무르익은 11월 중순이다. 느즈막히 일어나 미뤄둔 빨래를 세탁기에 넣어 돌리고 집안청소를 하고나서 오랫만에 두타산 계곡을 찾았다.11시가 넘어 도착한 무릉계곡은 따뜻한 햇살이 감싸고 있었다. 단풍은 절정을 지나 낙엽이 되어 발밑에 푹신하게 쌓였고, 계곡물 소리가 청량하게 울려 퍼지는 전형적인 늦가을이다. 매표소를 지나자마자 시작되는 베틀바위 구간은 가파른 오르막과 계단길의 연속이었지만, 숨이 턱턱 막힐 때마다 뒤돌아본 동..

허무의 기반에 사는 인간

《장자》라는 책의 첫 페이지에는 아주 미세한 곤(鯤)이라는 물고기가 천지라고 하는 우주의 바다에서 몇천 리나 되는 크기로 자란 다음에 바다가 회오리바람을 따라 요동치며 솟구치자, 그 기세를 타고 하늘로 올라 온 세상에 그림자를 드리울 정도로 거대한 붕(鵬)이라는 새로 변하여 새로운 존재로 태어난다는 매우 역동적인 얘기가 나온다. 장자의 이런 역동적이고 낙관적인 삶의 자세는 어떤 통찰을 기반으로 하고 있을까를 탐구하면, 그 책 안에서 우리는 매우 비극적이고 허무한 한 문장을 만나게 된다.사람이 하늘과 땅 사이에서 한평생을 산다는 것은 책받침 두께 정도의 얇은 틈새를 천리마가 획 지나가는 것과 같다. 홀연할 따름이다.(人生天地之間 若白駒之過郤 忽然而已 인생천지지간 약백구지과극 홀연이이 [장자, 지북유])인생..

선방일기 / 세모

1973년 12월 31일섣달 그믐날이다. 낮 시간은 울력으로 보냈다. 떡방아도 찧고 대청소도 했다. 세탁도 하고 목욕도 했다. 잠자리에 들었으나 얼른 잠이 오지 않았다. 세모(歲暮)라는 감정 때문이다. 세모는 날 일깨우면서 돌아다 보라고 한다. 인간은 직립(直立)이기 때문에 다른 동물과 다른 것이 아니라 지나간 날을 돌아보고 비쳐볼 줄을 아는 의식의 거을을 가졌기에 비로소 인간일 수 있다고 하면서,일년이 하루같이 단조로웠던 선객(禪客)생활이었는데 돌아다 볼 필요가 있을까. 그러니까 더욱 돌아다 보라고 세모는 말하고 있다. 돌아다보니 하자(瑕疵)투성이다. 나는 정초에 아무런 계획도 새우지 않았다. 계획을 세울 만큼 희망적인 계기도 없었지만 계획을 달성하지 못했을 때 가질 절망감을 맛보지 않기 위해서였다. ..

사라진다

칼 세이건의 이라는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지구라는 별이 우주에서 얼마나 작은가를 실감할 수 있는 영상이다. 지구도 겨자씨보다 작은 데, 그 안에서 지나가는 시간이며, 공간이며, 생로병사며, 명예며, 치욕이며 하는 것들이 얼마나 또 사소한가. 전라도는 뭐고 경상도는 또 뭔가. 좌파는 뭐고 우파는 또 뭔가. 진보는 뭐고 보수는 또 뭔가. 백인은 뭐고 흑인은 또 뭔가. 철학자면 어떻고 뱃사공이면 또 어떤가. 철학자도 죽고 뱃사공도 죽는 마당에 득도는 뭐고 득도하지 못하는 것은 또 뭔가. 허무하고 허무한 존재들이 허무하고 허무한 짓들을 허무한 줄도 모르고 싸지르다가 속절없이 사라진다.순간만 살다 죽을 것을 우리는 왜 굳이 애쓰며 사는가. 다 사라질 것을 우리는 왜 잡는가. 결국 다 털고 갈 것을 왜 굳이 배..

남파랑길 62코스

2025.06.06.금남파랑길 62코스(24.8km)별량화포항 ←4.4km→ 거차마을 ←9.7km→ 구룡역 ←5.6km→ 벌교갯벌체험관 ←5.1km→ 부용교걸은거리 27.29km소요시간 09:26~15:50, 6시간 24분8시쯤에 화포항에 도착하여 주차를 하고 출발준비를 하는데 컨디션이 좋지 않다. 어젯밤 잠이 오지 않아 새벽까지 잠을 설치다 한눈 붙이고 나와서 그런 것이다. 그렇게 잠이 오지 않더니 이제 와서 온몸에 힘이 빠지고 졸음이 몰려온다. 이대로 출발하기에는 무리일 것 같아 운전석 등받이를 눕히고 잠을 청했다. 얼마나 잤을까 두런두런 말소리에 눈을 떴다. 시간을 보니 1시간을 넘게 잔 것 같은데 몸이 개운하다. 차에서 내리니 내차옆에 주차를 한 부부가 배낭을 추스리고 신발끈을 묶고 있었다. 남파..

남파랑길 61코스

2025.06.02.월남파랑길 61코스(13.7km)와온해변 ←3.5km→ 선학마을 ←2.3km→ 순천만습지 ←4.5km→ 장산마을 ←3.4km→ 별량화포항걸은거리 16.9km소요시간 08:13~12:53, 4시간 38분삼천포에서 6시 40분에 출발하여 와온항에 도착하니 8시가 조금 넘는다. 해파랑길을 완보하고 나서 다시 남파랑길 걷기에 나선 것이다. 남파랑길 60코스를 걸은 것이 작년 4월 13일이니 거의 14개월 만이다. 주말을 맞아 휴가를 더하여 집에 다니러 온 김에 오랜만에 다시 찾은 것이다. 남파랑길을 걷다가 해파랑길을 걸을 때 바다의 풍경이 너무 달라 마치 다른 나라에 온 느낌이었는데, 다시 남파랑길을 찾으니 또다시 다른 나라에 온 느낌이다. 동해안은 섬이 없고 시야가 탁 트인 데다 맑은 물빛..

해파랑길 18코스

2025.05.17.토해파랑길 18코스(18.9km)칠포해변 ←3.3km→ 오도리해변 ←7.6km→ 월포해변 ←8.3km→ 화진해변걸은거리 20.67km소요시간 07:17~12:45, 5시간 22분아침부터 날씨가 찌뿌듯하다. 예보에 비소식은 없는데, 꼭 비가 올 것 같은 기운이라 걱정이다. 어제는 17코스를 마친 후 차를 회수하게 위해 칠포해변에서 송도해변까지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환승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고, 저녁을 먹고 숙소를 구하느라 늦은 시간에 숙소로 갈 수 있었다. 미리 숙소를 정해두지 않았기 때문에 내차를 18코스 시점에 둘지, 종점에 둘 지를 농촌 시내버스 코스를 검색해서 결정해야 하는데 포항시와 영덕군 간의 시내버스 연계가 원활하지 않아 어디에 차를 두든지 두 번을 환승해야 하는 것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