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등산/남파랑길

남파랑길 59코스

나는... 누구인가? 2024. 4. 12. 16:57

2024.04.12.금

남파랑길 59코스(8.4km) 왕복
관기방조제 ←2.1km→ 복산2구마을 ←4.4km→ 복산보건진료소 ←1.9km→ 궁항정류장

걸은거리 17.8km
걸은시간 08:30~13:22, 4시간 52분 소요

작년 10월 9일 58코스 걷기 이후 6개월 만의 남파랑길 여행이다. 가을부터 연말까지는 저간의 사정으로 차일피일 미뤄졌고, 그러다 연초에는 인사이동으로 먼데로 발령이 나는 바람에 6개월이란 세월이 순식간에 흘러가 버렸다. 주소도 동해시로 옮기고 언제까지 일지는 모르지만 있는 동안 강원동부권 산들을 섭렵하고 해파랑길 종주를 마음먹었다. 그러나 2,3주에 한 번씩 집에 다니러 갈 때는 간간히 남파랑길을 걷고 그렇지 않은 주는 해파랑길을 걸으려 한다. 그래서 오늘은 집에 다니러 온 김에 남파랑길 59코스를 간 것이다.

출발할 땐 59, 60코스를 연달아 걸을 계획이었다. 59코스 도착점이자 60코스 시작점인 궁항에 차를 세워두고 시내버스를 타고 관기방조제로 가려고 했는데 도착해서 시내버스 시간을 검색해 보니 구체적인 시간이 특정되지 않는다. 그래서 59코스를 왕복하는 것으로 계획을 바꾸었다.
갈 때는 운동 삼아 빠른 걸음으로 걷고 올 때는 느긋하게 풍광을 즐기며 왔다.

남파랑길 59코스는 관기방조제 안쪽에 조성되어 있는 가사리생태공원에서 시작된다.

너와 나의 둥지(갈대를 품은 둥지에서 알을 낳다)
알에서 깨어난 새는 아브락사스 신에게로 날아간다(데미안 中)

남파랑길 59코스는 여수시에서 <여자만 갯노을길>이라 이름 붙여 놓았다.
여자만은 동쪽의 여수반도와 서쪽의 고흥반도에 둘러싸인 바다로 드넓은 갯벌과 구불구불한 리아스식 해안을 자랑한다. 여자만 해넘이는 하늘과 바다를 붉게 채색한 태양이 바다로 사라지는 풍경이 아닌 여자만의 크고 작은 산과 섬사이로 사라지는 명품 조망이다.

안내판을 지나 조금 걸으면 좌측으로 홍가시나무로 울타리를 한 전원주택을 지나고 해안가 야트막한 언덕길을 넘으면 여러 채의 멋진 펜션들이 나온다. 비수기라 그런지 주차장엔 차가 보이지 않았고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민들레 홀씨되어...

조그 더 가면 해안가에 '남파랑59'라 이름 지은 펜션이 등장하는데 포토죤도 멋지게 만들어 놓았다.
멋진 펜션들을 볼 때마다 생각나는 것은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이다. 어려서부터 넉넉지 못한 생활을 해온 탓인지 이런 펜션에서 하루를 즐기려고 쓰는 금전이 아깝게 느껴지고 과소비라 생각되어 늘 싼 곳만 찾아다녔다. 그러지 않아야지 하지만 막상 닥치면 반복되어 왔다.

물이 들어오고 있는 여자만 바다를 보면서 해안 도로를 걷는다. 평일이라 그런지 차들은 거의 다니지 않고 있고 이따금씩 자전거가 지나갈 뿐이다.

조금 더 걷자니 '일상의 작은 변화'라 이름 붙여진 정겨운 펜션 입구 잘 가꾸어진 화단에 빨간 튤립이 가득하다. 사진으로는 보았지만 튤립을 생화로 보는 것은 처음이다.

튤립화단을 지나면 바로 해안도로를 조금 벗어나 걷는 길이 나온다. 많이 벗어난 것은 아니고 도로변 낮은 산 허리를 따라 걷다가 고갯마루를 넘어서면 대곡마을로 이어진다.

무덤을 지키는 소나무

높지 않은 고갯마루에 올라서니 아래로 대곡마을이 나타난다.

마을로 내려가는 길가 숲에 핀 옅은 분홍빛의 꽃이 향기를 바람에 날리 운다.

밭둑에 핀 유채꽃도 진한 향기를 발한다.

고갯마루에서 이어지는 좁은 골목길을 따라 마을 안에 들어서자 삭막한 시멘트 담장을 산뜻하게 꾸민 아름다운 벽화가 이어진다. 사람들의 정성스러운 손길을 거쳐 거리 미술관이 되었다. 여수시청 공무원들로 구성된 소풍 봉사단과 여수 미술관, 지역 중고교 학생들이 함께한 결과물이다.

마을 앞 넓은 들판 길 입구 왼쪽에 새들을 쫓기 위해 장대 끝에 긴 비닐을 달아 놓은 것이 마치 만장처럼 바람에 펄럭인다. 그런데 약은 새들을 속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양희은의 노래 '들길 따라서'가 절로 흥얼거려지는 길이다.
이 들판은 조금 더 가면 만나게 되는 대곡방조제 안쪽에 있다. 아마 간척사업을 진행하여 조성한 들판인듯하다. 7,80년대엔 식량이 부족하여 식량자원 생산을 위한 대규모 간척사업을 많이 진행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보면 드넓은 갯벌이었을 이곳을 보존했더라면 환경보전과 함께 더 큰 부가가치를 이루었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대곡 방조제를 지나면 복산 해안도로가 시작된다. 이곳 방조제 둑에 걸터앉아 가지고 온 김밥으로 간단한 식사를 했다. 어느새 들어 찬 바닷물이 따뜻한 봄볕에 반짝인다.

이제 길은 달천을 향한다. 처음 남파랑길을 시작할 때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더듬어 보고자 했는데, 지나온 길은 어느 정도 정리되었으나 이제 나아가야할 길의 흔적은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다. "어디로 걸어갈 것인가?"

아름다운 이곳에 쓰레기를 버리실렵니까? 쓰레기는 다시 가져가주세요.

길을 걷다보면 풍광이 좋은 곳곳에 쌓여 있는 쓰레기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즐기러 나와서 즐겁게 놀았으면 그 흔적은 남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붉은 노을 만나는 자전거 여행길
염원

달천가는 길 해변에 만들어 놓은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붉은 노을 만나는 자전거 여행길'과 '염원'을 형상화 했다. 청정한 바다 여자만은 개펄이 살아있는 지구별의 보물이다. 어민들의 고단한 어로와 일상이 녹아 저 바다가 되었다. 해질 무렵 여자만은 이름다운 추억의 바다가 된다. 기다란 불기둥이 바닷물에 풍덩 빠지고 붉게 타는 노을에 바다는 온통 붉게 물들여진다. 여자만의 불타는 노을처럼 우리들 고운 사랑 꼭 이루어 주소서! 여자만의 지는 해를 바라보면서 연인들의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조각상이다.

추락방지턱과 도로사이 비좁은 틈새를 뚫고 올라온 잡초의 모진 생명력을 생각하면 절로 숙연해진다. 작물은 정성들여 키워도 잘 크지 않는데 잡초는 뽑아도 뽑아도 다시 올라온다.

도로변 밭에 심어놓은 완두콩 모종에 하얀 꽃이 예쁘게 올라왔다.

길모퉁이 너머 달천도가 보이기 시작한다. 달천도는 사면이 바다로 싸여 있고 둥근 달 모양으로 생겼다하여 도월천이라 불리우다 240m의 연륙교인 달천교를 통해 육지와 연결되어 섬은 섬달천, 육지는 육달천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육지와 연결되어도 소박하고 고즈넉한 어촌 마을 풍경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섬달천은 마을 앞뒤로 마당처럼 펼쳐진 갯벌이 선사하는 꼬막, 바지락, 굴이 생산되어 마을 주민에게 커다란 보물을 선사하고 있다.
여자도를 방문하는 관광객은 섬달천 주차장 주변에서 여객선을 이용할 수 있다.

달천교는 1982년 새마을 사업의 일환으로 건설하여 섬과 육지를 연결했다. 덕분에 여수 시내버스도 달천도 안에 까지 들어간다. 남파랑길은 연륙교 앞을 지나 도로를 따라 육달천마을로 이어진다.

바다 건너 섬달천을 보면서 달천마을의 달천길 해안도로를 걷는다.

도로를 따라 계속 직진하면 59코스의 종점인 궁항마을에 닿지만 길은 중간에 우회전하여 달천마을 안으로 들어간다. 해안에서 벗어난 약간 높은 언덕길을 올라가면 달천마을이다. 높은 곳에 위치하여 바다조망이 좋다.

달천마을을 지난 길은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마을길을 복산 3리, 4리로 이어진다.

야트막한 산 아래로 구불구불한 길과 밭이 이어지는 정겨운 마을이다. 달천마을부터 걸어온 마을길과 밭들이 한눈에 보인다.

다시 도로길로 나오면 궁항마을로 가는 오르막 길가에 풍성한 로즈마리가 보라색 꽃을 피웠다. 지나가는 내내 진한 로즈마리 향기가 뇌를 자극해서 여행자의 기분을 좋게한다.

고갯마루에 오르니 달천도의 끝자락과 작은 바위섬을 두고 마주하고 있는 궁항마을 끝자락이 눈에 들어온다.

석양이 아름다운 작은 어촌 궁항마을

아름다운 석양과 고소한 전어맛이 일품인 소라면 궁항마을은 아담한 농어촌마을이다. 해질녘이면 카메라에 노을빛을 담아가는 사진작가들, 가을 전어맛을 기억하고 다시 찾는 관광객들로 마을은 늘 외지인들의 발길이 잦은 곳이다. 마을의 생김새가 마치 활같이 생겼고 바다 가운데로 병 모가지처럼 쑥 불거졌다하여 활궁(弓) 자와 목항(項)자를 결합해 궁항으로 일관되게 불리고 있다. 궁항마을은 여자만을 끼고 있어 썰물때면 1km 가까이 갯벌이 형성되어 참고막과 바지락을 비롯한 패류가 많이 생산되어 주민들의 생계에 보탬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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