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05.토
해파랑길 5, 6코스(34.02km)
해파랑길 5코스(17.7km)
진하해변 ←8.4km→ 덕신대교 ←2.6km→ 덕향교 ←4.9km→ 청량운동장 ←1.8km→ (구)덕하역
걸은거리 17.81km
소요시간 10:09~13:48, 3시간 39분 소요
집에서 출발하여 5시간 만에 진하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오늘도 두 코스를 걸을 요량으로 아침 일찍 출발하여 3시간 조금 더 걸려 6코스 종점인 태화강전망대 부근의 동굴피아 주차장에 도착하여 주차를 하고 시내버스를 탔다. 역시 진하해수욕장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는 없어서 환승을 해서 1시간 30분 넘게 걸려 도착한 것이다.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상쾌하다.


해파랑길 5코스는 진하해변을 출발해 구 덕하역까지의 구간으로 해파랑길 울산 구간이 시작되는 코스이다. 회야강 물줄기와 나란히 걷는 길이 이어진다.


휴일 아침의 해변은 지나는 사람도 없이 고요하다. 해변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고 길 옆엔 고층아파트 건설이 한창이다.

명선도와 진하 해수욕장의 고요한 풍경.
명선도는 진하해수욕장 팔각정 전면에 위치한 무인도이다. ‘명선도’는 본래 ‘명선도(鳴蟬島)’라고 불렀는데 매미가 많이 울어 유래한 지명이다. 일설에는 불모의 섬을 뜻하는 맨섬이 매미로 변하면서 훈차한 이름이라고도 한다. 현재는 신선이 내려와 놀았던 섬이라고 하여 ‘명선도(名仙島)’로 부르고 있다.
섬과 육지 사이가 멀지도 않아서 예전엔 대부분의 시간대에서 걸어서 넘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서해안은 5~8m의 조수 간만의 차이가 있지만, 동해안은 조수 간만의 차이는 20~30cm에 불과하기 때문에 언제라도 걸어서 건너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부잔교(浮棧橋)를 설치하여 발을 적시지 않아도 갈 수 있다. 명선도에 들어가면 섬 주위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고 해돋이 포인트로 최고라 한다.

해파랑길 부산구간을 걸으면서 대부분이 갈멧길과 겹쳐져 있었는데 울주군으로 들어오니 간절곶 소망길과 해파랑길이 겹친다.

사람만 건널 수 있는 명선교.
건너편은 강양항이다. 일출하면 간절곶이라고 하지만 사진작가들은 건너편에 있는 강양항을 일출 사진을 찍기 위한 명소로 꼽는다고 한다. 예전엔 갈대밭이 있던 자리인데, 산업 용지를 확보하기 위한 강양, 우봉 지구 매립으로 예전의 모습은 많이 사라졌다고 한다.

강양항은 회야강의 민물이 바다로 들어가고 바닷물이 항구의 넓은 입구로 들어오기 때문에 배들도 많이 정박해 있는 큰 항구이다. 이곳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이기에 먹이가 많아 어류나 철새들이 많이 올 것 같다. 실제로 회야강에는 먹이를 찾는 새들이 많이 떠다니고 있었다.

강양항의 반대편에는 진하항이 'ㄷ'자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해파랑길도 그 모양을 따라간다.

강변엔 많은 태공들이 무엇인가를 낚고 있다.

오늘 시작하는 해파랑길 5코스는 회야강을 따라서 길이 만들어져 있다. 강을 따라 계속 올라가니까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직선 길이 나왔고, 그 길을 걷는 사람은 나 혼자뿐이었다. 배낭을 메고 혼자서 걷는 모습은 순례자가 고독한 길을 걷는다고 스스로 느낄 정도로 조용한 길이다. 끝없는 직선 길을 홀로 걸어가는 것이 세상에 혼자만 있고 또 혼자된 기분이다. 이런 고독하게 홀로 가는 길이 해파랑길을 걷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무도 없는 길을 홀로 가면서 왜 그렇게 세상을 치열하게 살았는지 생각하고, 아직도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를 생각한다.

지금도 자주 옛날 동료와 비교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나보다 못한 사람들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더 잘 된 사람들과 비교를 해서 스스로 억울해하고 아쉬움에 빠진다. 내가 그 동료들보다 절대 못하지 않았는데, 공정하지 못해서, 운이 없어서 실패했다는 자괴감에 빠지는 것이다. 나보다 못한 사람과 비교하면 나도 잘 살아온 것으로 평가될 수 있지만, 꼭 잘된 사람과 비교하는 습관이 있다. 그렇게 비교하는 것이 나에게 도움이 안 되고 미래에는 지금의 상황이 어떻게 변해서 오히려 반대가 될지도 모르는 데도 말이다. 그런 비교하는 생각이 머리에 떠오르면 즉시 다른 생각으로 전환해서 벗어나야 한다. 그런 비교가 무의식 중에 나오더라도 생각을 바꾸는 것은 내 의지대로 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생각으로는 알고 있지만 계속하는 것은 마음에 집착이 있어서 그런 것이다. 집착은 내 성격의 일부이고, 마음의 병인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것을 돌이켜 보면 그렇게 집착했던 것이 많았다. 과거의 아픔을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도 했고, 때로는 철저히 그 아픔 속으로 들어가 보기도 했지만 비교하는 집착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것은 나의 성격을 넘어서 마음의 병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마음의 병 차원에서 고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회야강 십 리를 거의 직선으로 걸었다. 그 길은 왼쪽에는 논밭이고, 오른쪽은 강물이었다. 오늘은 날씨가 바람은 없지만 해가 뜨지 않아서 그런지 조금 쌀쌀하다. 사람은 보이지 않고 가끔씩 자전거만 지나간다. 강물에는 청둥오리, 가마우지, 황새들이 먹이를 찾고 있다. 지난주 생긴 발바닥 물집이 덜 아물어서 걱정이다. 그래도 아직은 오전이라 씩씩하게 걸어간다.


회야강 십리를 걸은 길은 지류인 고산천을 건너 뚝방길에서 오른쪽으로 따라간다.

뚝방길에 만개한 홍매화를 한참 동안 감상하다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고 다시 길을 떠난다.

기름진 하서들판을 지난 해파랑길은 상회 2교를 통해 회야강을 건너서 이번엔 강을 완편에 두고 십리를 이어간다.

황량한 강변길을 걸어오면서 떠올랐던 무거운 생각들은 만개한 벚꽃을 보고 모두 물리치고 가볍고 상쾌한 마음으로 온산읍내를 걷는다.


마침 오늘이 제11회 온산읍 벚꽃맞이 건강걷기대회 날이라 많은 인파가 강변에 모여서 잔치준비를 하고 있었다. 노래자랑도 하는지 신나고 경쾌한 음악소리가 나오고 리허설을 하고 있다. 강변길 벤치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발바닥을 주무르며 잠시 쉬다 일어섰다.


인도교를 통해 다시 회야강을 건넌다. 건너편 강변에도 아름다운 벚꽃이 만개해 마음을 들뜨게 한다. 해파랑길 표지판에 5코스 시작지점인 진하해수욕장에서 8.7km, 종점인 덕하역까지 8.7km라고 표시되어 있다. 정확히 절반의 위치다.

회야강 지류인 작은 개천을 보행자 전용 다리를 통해 건너 회야강을 오른편에 두고 길을 이어간다.


온산읍내를 벗어난 해파랑길은 다시 시골 풍경이고, 강변 산책로도 끝이나 뚝방길을 걷는다.

물길이 굽이치는 곳에 형성된 삼각주에 멋있게 자란 곰솔 두 그루가 있어 운치를 더해준다.

뚝방길이 끝나는 지점에 이르면 좌회전하여 도로변 인도를 걷는다. 온양읍 망양 마을이다. 조선 후기 망화동과 산양동이 있었는데 일제 강점기에 두 마을을 합치면서 망양리가 되었다고 한다. 이 마을은 덕양로를 기준으로 왼쪽에는 온산망양공단이 조성되어 있고 오른쪽에는 주택가가 형성되어 있다. 공단엔 대기업도 입주해 있어서 그런지 시골마을인데도 대규모아파트가 단지를 형성하고 있었다.

망양 1리를 떠난 길은 남창로를 따라 동천 1교를 통해 다시 회야강을 건넌다. 이 도로는 울산으로 들어가는 길목이어서 그런지 통행량이 많기 때문에 안전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 다리를 건너면 온양읍 망양리에서 청양읍 동천리고 넘어간다.
5코스를 걸으면서 이쪽저쪽 여러 번 건넜던 회야강도 이제 동천 1교를 마지막으로 건넌다. 이곳에서 약 1Km 정도만 상류로 올라가면 울산 시민들의 상수원으로 쓰이는 회야댐이다. 가뭄으로 호수의 물이 부족해지면 39km 떨어진 낙동강에서 물을 끌어와 회야호에 담아 사용한다고 한다.

동천 1교를 통해 회야강을 건넌 길은 다리가 끝나는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방금 건너온 동천 1교 아래를 통해서 회야강 상류 방향으로 조금 걷다 동천리 마을로 들어가 잠시 걷다 다시 남창로 쪽으로 나온다.

남창로를 따라가던 해파랑길은 제네삼거리에서부터는 덕하로를 따라간다.


해파랑길은 동해선 철로 아래의 청량교를 지나 읍내로 들어간다.

덕하리는 온산국가공단 배후 도시라서 그런지 읍사무소 소재지인데도 불구하고 대단위 고층아파트가 많이 건설되어 있고 하천을 잘 정비하여 군민들의 휴식처로 제공해 주고 있었다. 여기도 강변에는 벚꽃 천지다.
울주군청 부근의 두현 저수지에서 흘러 내려오는 청량천은 다른 지류 두 개와 합류하여 이곳 덕하리로 내려오고 계속 동쪽으로 흘러 본류인 외황강으로 합류해서 울산 신항만과 온산항을 지나 동해로 나가게 된다.

해파랑길 6코스(15.7km)
(구)덕하역 ←4.0km→ 선암호수공원 ←6.3km→ 울산대공원 ←3.6km→ 고래전망대 ←1.8km→ 태화강전망대
걸은거리 16.21km
소요시간 13:49~18:36, 4시간 47분 소요


해파랑길 6코스는 덕하역을 출발해 태화강전망대까지 걷는 구간이다. 솔향 풍기는 산길에서 호숫가 산책까지 겸할 수 있는 코스로 함월산을 오르는 것을 시작으로 대부분 산길로 이루어져 있다.


해파랑길 6코스의 시작점은 구 덕하역 역사 앞에 있다

덕하 삼거리를 지나온 해파랑길은 온산로를 따라간다. 만개한 벚꽃은 실바람을 타고 눈이 되어 내리고 있다. 볕이 좋은 날이었으면 좋으련만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은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두양사거리에서 대각선 방향으로 길을 건너면 해파랑 표지판이 선암호수공원을 가리키고 있지만 그곳으로 가려면 일단 함월산(138m)을 넘어야 한다.

화사한 분홍꽃이 핀 함월산으로 오르는 길은 완만한 능선을 따라 천천히 올라간다. 해파랑길 표지판에 선암 호수 공원과 함께 '솔마루 하늘길'이란 안내가 등장한다. 솔마루 하늘길은 호수공원과 신선산을 지난 다음 대공원산과 삼호산을 연결하는 산책길이다.

바람에 서걱대는 대나무 숲을 지나 정상을 향해 나아간다. 5코스를 완주하고 6코스를 시작하니 다시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는 느낌이다. 평지를 걸을 땐 괜찮았는데 울퉁불퉁한 산길을 오르니 발바닥이 아프다.


선암호수 공원으로 가기 위해서는 함월산을 넘어서 가는데, 함월산은 허리를 돌아서 가는 것이 아니라 정상을 올라다가 내려가는 것이다. 거의 등산이었다. 그렇게 높지 않은 산이지만, 지쳐서 그런지 힘들게 정상에 올랐다.
누가 쌓았는지 돌 하나하나에 염원을 담아 쌓은 탑과 참나무 가지에 메단 그네가 눈길을 끈다. 잠시 앉아 발바닥도 달래고 편의점에서 간식으로 사 온 빵과 막걸리로 배를 채우고 일어선다.

잘 가꾸어진 리기다소나무 숲을 지난다. 이 소나무는 마치 낙엽송이나 잣나무처럼 곧게 자라고 있다. 금강송이나 곰솔나무는 구불구불하게 자라는데 이나무는 마치 전신주처럼 곧게 자란다. 리기다소나무는 주로 남부 지방에서 자생하며, 고온과 가뭄에 강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20~30m까지 자라는데, 내구성이 뛰어나 조경수 및 건축 자재로 많이 사용된다.

가까이서부터 멀리까지 온 산이 온통 꽃밭이다. 햇볕이 내리면 더욱 좋으련만 흐린 날씨에 하늘에 떠있는 구름을 보니 걱정이 앞선다. 일기예보 대로라면 한 시간 후에는 비가 내린다.

함월산을 내려와 호수 공원으로 이어지는 길을 생태통로를 통해 넘어간다. 통로 아래에는 울산시 남구 남부순환도로가 지나간다.

바람이 불어 그런지 품종이 그런지 철 이른 시기에 산벚은 꽃잎을 떨구어 눈길을 만들어 놓았다.

산에서 내려오니 산아래가 바로 선암호수공원이었다. 봄 꽃이 흐드러지게 핀 호수공원엔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혹은 친구끼리...



일제 강점기에 처음 만들어졌던 선암 저수지는 산업공단에 물을 공급하는 낙동강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를 대비해서 댐을 만들며 확장되었고 약 40여 년간 출입을 통제했다가 2007년 공원으로 개방했다고 한다. 오랜 시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곳이라 생태계가 살아있는 이곳은 울산 대공원산과 함께 울산 시민들에게는 소중한 녹지 공간이 되고 있다.



호수공원길을 따라가던 해파랑길은 호수공원 주차장 입구 근방에서 좌회전하여 계단을 통해서 울산대공원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계단으로 시작되는 길은 멀지 않은 정상까지 가파르게 이어지고 있었다.

정산에 오르니 바위산이다. 바위를 밟고 지나면 위치 좋은 곳에 정자도 만들어 놓았다. 신선들이 놀았다는 신선암과 그 위에 지어진 신선정이라는 정자이다.

높지 않은 산이지만 주변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북쪽으로는 야음동을 시작으로 태화강 방면으로 아파트 단지가 이어지고, 남쪽으로는 방금 지나왔던 선암 호수 공원을 볼 수 있다. 야음동이란 이름이 특이해서 그 유래를 알아보니 조선 숙종 때로 거슬러 올라가는 유서가 깊은 동네였다. 바람이 불면 동네 뒷산에 소리가 들린다고 해서 야음리라 불렀다고 한다. 다시 산을 내려가면서 앞으로는 산이 없는 도심지 길일 것이라는 예상을 해본다.

그러나 산을 내려오니 울산해양경찰서가 보이고, 도로를 따라 잠시 걸었는데 다시 산길로 접어든다. 울산도심을 걷는 길이라 시가지를 걸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도심에 있는 작은 산들을 연결해서 해파랑길을 조성해 놓은 것이다.

해양경찰서 옆 신선로를 따라 잠시 걸으면 나오는 두왕육교를 건너니 다시 산길이 시작되고 호수공원에서 시작된 솔마루길 1코스가 연결되고 있었다.

그렇게 높지는 않지만 오르막을 올라서 정상에 오르면 내려가고 내려가면 또 올라가고 이런 산행길이 반복되었다.

때늦은 동백이 빨갛게 피어있는 오솔길을 파란 돌고래가 안내해 주는 길을 따라 다시 한번 정상으로 향한다.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비옷을 꺼내 입었다. 이슬비 내리는 오붓한 산길을 혼자 걷자니 처음에는 참분한 분위기가 좋았는데 갈수록 처량한 기분이 든다. 아마 물집 생긴 발바닥이 아프고, 점심을 먹지 않은 허기 때문인 것 같다.

조붓한 오솔길에서 만난 진달래가 방긋이 인사를 한다. 무거웠던 마음이 다시 가벼워지고 발바닥의 고통도 덜어지는 기분이다. 양희은의 한계령을 흥얼거리며 울산대공원을 향해 내려간다.

울산대공원길은 비가 와서 그런지 휴일 오후인데도 사람들이 몇 보이지 않는다. 길을 건너 공원을 비켜 난 산길로 다시 접어든다.


인도교를 통해 남북을 가로지르는 문수로를 건넌다. 이 인도교 입구에는 소를 타고 피리를 부는 동자승이 솔마루 하늘길을 가고 있었다. 나는 이제 겨우 소를 찾아 나섰는데 저 동자승은 기우귀가(騎牛歸家,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다)하고 있는 것이다. 부럽다.
騎牛歸家
소를 타고 유유히 집으로 가노라니
오랑캐 피리 소리 저녁놀에 실려 간다.
한 박자 한 가락이 한량없는 뜻이려니
곡조 아는 이라고 굳이 말할 필요 있겠는가.


인도교를 건너면 솔마루 산성이 나오고 성문을 지나 삼호산(125.7m)에 오른다. 이 산성은 유적은 아니고 울산시에서 만든 조형물이다.

삼호산 정상을 지나 조금 가면 태화강과 울산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솔마루정이 있다.

솔마루정에서 바라본 울산 시내의 모습.
태화강 국가 정원과 그 뒤로 울산 중구의 광경이 보인다. 솔마루정 주변으로는 벤치도 넉넉하게 있어 쉬어가기 좋았다. 잠시 앉아 쉬면서 남은 빵과 막걸리로 허기를 때웠다. 이슬비 오는 산속 정자에서 빵과 막걸리라... 어울리지는 않지만 힘이 쏟는다.

솔마루정에서 고래전망대로 가기 위해서는 경사가 조금 급한 계단을 내려가야 하고, 내려가면 다시 약간의 오르막을 올라야 한다. 오늘 오후 내내 오르고 내린다.

고래전망대에서 보는 전경은 솔마루정에서 보는 것보다는 태화강국가정원이 더 실감 나게 보인다. 태화강 전망대 건너편으로 십리대밭이 길게 조성되어 있고, 동쪽 하구 방향으로는 고급스러운 고층아파트가 눈에 띈다.

고래 전망대를 지난 해파랑길은 신정 중학교 뒤편을 돌아서 동굴피아 주차장으로 내려간다. 길가의 산딸나무에 활짝 핀 하얀 나비 모양의 산딸 꽃이 고독한 여행자를 반겨주는 것 같다.

드디어 태화강전망대에 도착했다.

비가 그치고 어둠이 내리는 태화강은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오늘도 예정 시간보다 1시간 가까이 늦게 도착했다. 높지는 않았지만 긴 거리의 산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동안 계속해서 발바닥을 괴롭혀서 마지막엔 절뚝절뚝 걸어서 도착했다. 내일 걸을 길이 걱정되지만 오늘 하루도 무사히 완주한 것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차를 회수하여 오늘 유숙할 모텔이 있는 일산해수욕장으로 갔다. 일산해수욕장은 8코스의 종점이다. 내일도 7, 8코스 두 코스를 걸을 것이다. 발바닥이 허용한다면.
일산해변은 울산 동구의 도심지에 있는 곳이라 그런지 이미 어둠이 내렸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광안리 보다는 못했지만 해변엔 카페며 유흥주점들이 즐비했고, 그 배후엔 많은 숙박업소들이 들어서 있었다. 오늘은 아침엔 빵과 커피, 점심은 빵과 막걸리로 배를 채우며 장거리를 걸은 탓인지 몹시 시장했다. 무엇을 먹을까 배회하다 '전통육계장'이라 적힌 간판을 보고 들어갔다. 막걸리를 시켜 한잔하고 나니 육계장이 나왔는데 맛이 일품이다. 숙소를 정하고 들어가 뜨거운 물에 싸워를 하고 자리에 누우니 천국이 따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