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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 4코스

나는... 누구인가? 2025. 3. 30. 21:30

2025.03.30.일

해파랑길 4코스(19.6km)
임랑해변 ←4.0km→ 봉태산 ←8.0km→ 나사해변 ←3.2km→ 간절곶 ←4.4km→ 진하해변

걸은거리 19.96km
소요시간 09:58~15:51, 4시간 57분 소요

밤새 추위에 떨면서 선잠을 잤더니 커디션이 몹시 좋지 않다. 보일러가 고장 난 허름한 민박집 방안은 밤새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었는데도 덜덜 떨릴 정도로 추웠다. 어제 해가 지고 난 뒤 기온이 조금 내려가긴 했지만 추운 날씨는 아니었는데 밤이 깊어지면서 기온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밤 12시가 넘어가면서 너무 추워 이곳의 날씨를 검색해 보니 기온이 0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근처에 모텔이 있나 검색해 보니 가장 가까운 곳이 기장읍으로 나왔다. 버스도 끊겼고 내 차도 대변항에 세워두고 왔으니 방법이 없다. 어서 버스가 다니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면서 잠을 청했으나 자다 깨기를 반복했다.
7시가 못되어 민박집을 나와 버스정류장으로 가는데 온몸에 한기가 돌고 이빨까지 부딪히며 떨렸다. 대변항으로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없어 환승을 하고 차를 회수하고 나니 운전을 하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몸 상태가 좋이 않았다. 그래서 기장읍에 있는 사우나로 가서 1시간 이상 몸을 녹였다. 뜨거운 온탕에 한참 동안 몸을 담그고 있으니 컨디션은 회복이 되는데 이번에는 발바닥이 아파왔다. 추위에 떨며 자느라 발바닥에 물집이 잡힌 것은 잊고 있었는데 몸상태가 좋아지니 발바닥이 아려오는 것이다. 임시방편으로 물렁물렁하게 물집이 잡힌 곳에 구멍을 내어 물을 빼내고 나니 조금은 덜 불편했으나 오늘 가야 할 길이 걱정이다.

해파랑길 4코스는 부산 기장군에서 울주군 서생면을 잇는 길이다. 임랑 해변에서 출발해 봉태산 숲길, 나사해변 간절곶을 지나 진하 해변에 이르는 구간으로 부산과 울산의 경계를 넘는 숲길과 해안길을 걷는 코스이다.

임랑해수욕장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임랑여름파출소 옆에 있는 해파랑길 4코스 QR코드 인증 후 길을 시작한다.

임랑리의 원래 이름은 임을랑(林乙浪)으로 마을에 숲이 우거지고 바다 물결이 아름다워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고운 모래사장이 이어지는 임랑 해수욕장은 은빛 물결로 반짝이고 길게 이어지는 백사장을 지난 해안선 끝에는 고리원자력발전소가 보인다.

임랑항을 지나고 월내해안길을 따라가다 월내항으로 들어서니 공터엔 촘촘한 그물을 깔고 멸치를 널어 펴느라 말리느라 어민가족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남해, 삼천포에는 죽방멸치가 유명한데 이곳에서 잡히는 기장멸치도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기장멸치는 기장 인근 해역에서 잡히는 멸치로, 주요 생산 항구는 대변항이다. 기장멸치는 젓갈, 회, 찌개 등으로 소비되며, 매년 5월 초에 축제가 개최되고 있다고 한다.

월내해안길을 따라가던 해파랑길은 장안교를 통해 장안천을 건너기 위해 강하구에서 좌회전하여 잠시 거슬러 걷다가 장안천을 건넌다. 장안천은 불광산(659m)에서 발원하여 동해로 흐르는 하천으로 불광산은 달음산과 함께 부산 기장의 2대 명산이라 불리는 곳으로 부산과 울산시, 경남 양산의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월내교를 건너면 잠시 후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발전소인 고리원자력발전소 입구가 나온다. 고리 원자력발전소는 4개 호기가 건설되었는데 이 중 1호기는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한국 최초의 원자력발전소다. 설비용량은 587,000kw, 설계수명 30년의 가압경수로다. 2015년 6월 영구정지 결정으로 한국에서 처음으로 해체 수순에 들어가는 원자력 발전소가 되었고, 2017년 6월 18일을 기점으로 폐로 하기로 결정되었다.

고리원자력 입구의 대로를 건넌 해파랑길은 길천리 마을길로 접어들어 평화로운 들길을 걷다가 높지 않은 봉태산(84.5m)을 넘어 원자력발전소를 우회한다. 봉태산 오솔길을 넘으면 효암천을 경계로 양산시 기장군과 울산시 울주군으로 갈라진다. 해파랑길 부산구간의 길을 모두 지나온 것이다. 울산시로 들어서니 해파랑길 표지판이 조금 달라졌다. '몇 미터 가서 좌회전'처럼 어떻게 하라고 정확히 표시해 주고 있었다. 아주 친절한 표지판이다. 효암천을 건넌 해파랑길은 동해남부선 철로 아래를 지나 울주군 서생면 새울원자력발전소를 향해 나아간다.

새울원자력발전소는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운영하고 있는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일대에 위치한 원자력발전소이다. 건설당시는 신고리원자력 5,6호기로 명명되었으나, 주소지가 울주군에 위치해 있어 2017년 1월 2일 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분리되어 새울원자력 1,2호기로 발족되었다.

연산마을을 지난 해파랑길은 효암천의 지류인 위양천을 연산교를 통해 건넌 후 좌회전하여 천변을 따라 잠시 걷다가 '제맛대로'란 식당과 밭 사이로 난 좁은 길을 통해 오른쪽 용연마을 들판을 가로질러 신안항 방향으로 나아간다.

용연마을 들판을 가로질러 언덕을 넘으니 고리원자력발전소 입구에서 신암항으로 가는 길을 우회하는 대로 건설이 한창이다. 기존의 좁은 도로를 확장하자니 도로변에 있는 주택이며 상가의 보상금이 너무 많으니 아예 우회해서 새 도로를 건설하는 모양이다.

울산지역에 넘어와서 해파랑길은 개천 옆으로 갔다가 들판으로 가고, 다시 언덕을 넘어서 가다가 어떤 경우는 음식점과 밭 사이로 길이 나 있기도 했다. 직선 길이 아니라 구불구불한 길이 계속되었다. 그래도 이정표가 정확하게 알려주어서 다른 길을 갈 염려는 없었다. 신암항에 도착했다. 거기서도 원자력 발전소의 거대한 원자로 돔이 보였다. 결과적으로 원자력 발전소 앞바다로 통과하지 못하니까 해파랑길을 그렇게 돌고 돌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다.

신암항은 작은 항구와 큰 항구, 두 군데로 나누어져 있는데  남쪽은 사용하지 않고 북쪽 항구만 사용하는 모양이다. 남쪽 항구에는 해안으로 큰 바위들도 있고 작은 모래밭도 있다. 신암리의 바위 대부분은 둥글둥글한 모양으로 공돌 또는 알돌이라 부른다고 한다.

신암항도 인근의 기장처럼 미역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북쪽항구 공터엔 발을 쳐서 미역 말리기가 한창이다. 서생 미역이라는 브랜드를 내세우고 있다.

신암항을 떠난 해파랑길은 나사해수욕장으로 가기 위해 잠시 내륙 쪽으로 들어간다. 신암항에서 서생중학교가 있는 큰길까지 나가는 길은 '당물길'이란 독특한 이름의 길이다. 인근에 당물 공원도 있는데 '당물'이란 선녀가 아이를 낳고 그 탯줄을 묻은 곳을 의미한다고 한다

서생 중학교 앞에서 나사 해수욕장까지는 해맞이로 도로변을 걷다가 나사해안길로 접어들면 어느덧 나사해수욕장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나사마을로 진입하면 앞으로 가야 할 간절곶은 3.3km, 오늘의 목적지인 진하 해변은 7.7km가 남았다는 표지판을 만난다. 총 19.6Km 중에 절반 이상을 지나왔다. 아침에 발바닥 물집을 터뜨려 물을 빼고 나니 조금은 덜 아팠는데 10km 이상을 걸으니 또 다른 곳에 물집이 생겼는지 이물감이 있고 아파온다. 오늘도 두 코스를 걸을 계획이었는데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다.

'나사'라는 이름이 체에 거른 고운 모래라는 것에서 유래했다는 말처럼 고운 모래가 펼쳐진 나사해변이다. 해수욕장 건너편으로는 방파제를 따라 나사항이 조성되어 있다.

나사마을을 지나서부터는 길이 아주 잘 정비되어 있었다. 바닷가에 테크길도 잘 만들어져 있어서 발바닥은 아팠지만 가기가 수월했다.

간절곶으로 가는 길에 있는 나사등대는 단조로운 모습이지만 바닷가 기암들과 어울려 운치를 더해주고 있었다.

멀리 평동항의 방파제가 보인다. 평동항 근처에는 운치 있는 카페와 펜션들이 많이 보인다.

평동항이 있는 평동 마을은 간절곶이 워낙 유명하다 보니 가려있지만 해 뜨는 갯마을로 유명하다고 한다. 들이 넓고 평평하다는 의미로 평동 마을이라 불렸다고 하는데 실제로 평동 마을 근방은 경작지가 많다.

평동항을 지나 간절곶해안길을 따라가는 길은 잘 포장된 인도를 따라 걷는다.

간절곶은 해돋이 명소답게 잘 정비되어 있었고 이곳에는 오늘 아침에도 해돋이를 보려고 많은 사람들이 모였을 것이다. 간절곶은 우리나라의 육지에서는 가장 먼저 해를 볼 수 있는 곳이며 풍광이 뛰어난 곳이다. 간절곶은 포르투갈의 서쪽 끝 연안의 해넘이를 상징하는 카보다호카를 본으로 만든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간절곶 옆에 있는 '소망 우체통'은 그 크기가 엄청났고 '간절곶'이란 말과 소망은 서로 통하는 말인 것 같다.

간절곶 방파제 가기 전 좌측 풍차공원에 해파랑쉼터가 있었다. 그곳에 들어가 편안한 소파에 기대어 쉬면서 염치 불고하고 양말을 벗어서 발바닥을 보니 엉망이다. 어제 생긴 물집이 옆으로 번지고, 발 뒤꿈치 옆에도 물집이 생겨 있었다. 가지고 있던 맥가이버칼로 구멍을 내 물을 빼고 나니 아리긴 해도 걷기에는 더 편했다.

이제 4코스 종점인 진하해수욕장은 송정항과 솔개 해수욕장을 거쳐 4~5km 만 더 가면 된다.
발바닥을 달래며 충분히 쉬고 다시 갈길을 재촉한다.

간절곶방파제와 해안 바위에 부딪히는 하얀 파도. 간절곶의 매력은 파도와 바람이 아닌가 싶다.

간절곶방파제를 지나 송정항으로 가는 길에 있는 소나무 숲은 진한 솔향기와 함께 붉은 진달래가 운치를 더해준다. 숲 향기와 해안 절벽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훌륭한 산책로였다.

산과 방파제로 둘러 쌓여 있어 오목하고 평온한 해변을 가지고 있는 송정항은 항구 내부에 유료 가두리 낚시터를 운영하고 있었다.

울주군 서생면 송정항은 2004년 9월 23일 어촌정주어항으로 지정되었다. 어촌정주어항은 어촌의 생활 근거지가 되는 어항이다. 현지 어선 20척 이상이며 어업의 근거지 또는 해상교통=관광 유통의 입지여건을 갖추어 개발한 잠재력이 높은 항. 포구를 가리킨다.

송정공원과 솔개 공원을 지나 솔개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독특한 분위기의 솔개 해수욕장은 마을 뒤와 좌우로 소나무 숲이 감싸고 있는 아담하고 포근한 해수욕장이다. 소나무의 '솔', 갯마을의 '개' 따서 이름 지었다는 설이 공감되는 풍경이다.

솔개 해수욕장의 백사장 끝부터 대바위 공원까지는 다시 데크 산책로가 이어진다.

대바위공원에서 바라본 진하해수욕장과 명선도

드디어 4코스 종점인 진하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진하(鎭下)라는 이름은 서생포진의 아래에 있는 마을이라는 의미이다. 2km에 이르는 진하 해수욕장은 잔잔한 파도, 소나무 숲이 어우러진 대형 해수욕장이지만 한적한 분위기이다.

오전에는 뚜벅뚜벅 걸었지만 오후에는 터덜터덜 걸었다. 마지막에는 절뚝거리면서 걸었다. 그래서 4시간 이면 충분하리라 예상했던 길이 5시간 걸렸다. 이제 차를 회수해 동해로 돌아가야 하는데 버스정류장을 검색하니 또 1km 넘게 걸어야 한다. 이래 저래 힘든 하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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