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등산/남파랑길

남파랑길 61코스

나는... 누구인가? 2025. 6. 3. 18:39

2025.06.02.월

남파랑길 61코스(13.7km)
와온해변 ←3.5km→ 선학마을 ←2.3km→ 순천만습지 ←4.5km→ 장산마을 ←3.4km→ 별량화포항

걸은거리 16.9km
소요시간 08:13~12:53, 4시간 38분

삼천포에서 6시 40분에 출발하여 와온항에 도착하니 8시가 조금 넘는다. 해파랑길을 완보하고 나서 다시 남파랑길 걷기에 나선 것이다. 남파랑길 60코스를 걸은 것이 작년 4월 13일이니 거의 14개월 만이다. 주말을 맞아 휴가를 더하여 집에 다니러 온 김에 오랜만에 다시 찾은 것이다. 남파랑길을 걷다가 해파랑길을 걸을 때 바다의 풍경이 너무 달라 마치 다른 나라에 온 느낌이었는데, 다시 남파랑길을 찾으니 또다시 다른 나라에 온 느낌이다. 동해안은 섬이 없고 시야가 탁 트인 데다 맑은 물빛으로 인해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시원한 느낌이 있는 반면, 단조로운 해안선으로 인해 조금은 지루한 느낌이 있었는데, 남해안은 많은 섬들과 탁한 물빛으로 답답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넓은 갯벌과 섬들로 아기자기한 해안선 이루고 있어 서정적인 분위기가 있고, 지루함은 덜 한 느낌이다. 좁은 우리나라인데도 지역에 따라 이렇게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남파랑길 61코스는 와온해변에서 별량면 학산리 별량화포까지 이어지는 구간으로 순천만 갈대길이 포함된 코스이다. 순천만 습지공원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구간으로 대부분의 노선이 안전 관리가 잘된 흙길과 자전거길로 구성되어 있다. 순천만 습지공원의 용산전망대에서 특히나 아름답다는 일몰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코스이다. 순천만 습지공원은 동계시즌에는 철새보호를 위해 폐쇄되어 61-1코스로 우회하여 이동(3.4km/1시간 소요)하여야 한다. 주요 관광포인트로는 남해안 오션뷰 명소 중 하나인 와온해변과 와온소공원의 일몰, 세계 5대 연안습지인 순천만습지의 갈대밭, 걷는 내내 곳곳에서 바라보는 순천만의 S자 물길이다.

와온마을 앞에 남도삼백리길 코스안내판이 서있다. 이 길은 순천시에서 대한민국 생태수도인 순천의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역사 자원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생태문화를 체험할 수 있게 조성한 길인데, 그중 1코스는 남파랑길 61코스와 동일한 구간이다. 와온마을에서 시작되는 순천만의 갯벌은 그 끝이 수평선과 맞닿을 듯 드넓었다.

임진왜란 전후에 형성된 와온마을은 마을 뒷산이 소가 누워있는 형상을 하고 있고, 겨울철에도 날씨가 따뜻하여 누울 와(臥) 따뜻할 온(溫)이라는 한자를 써서 와온마을이라 하였다 한다.

마을 끝에서 해변을 따라 조성된 데크길을 따라가면 노을명소로 유명한 와온공원이 나온다.

공원엔 넓은 주차장과 산책로가 깔끔하게 조성되어 있고, 운동기구와 쉬어갈 수 있는 정자도 마련되어 있다.

순천시 전역이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는데 순천만, 동천하구습지보호지역, 조계산도립공원으로 구성되어있다고 한다.

해변 매실밭 너머로 보이는 순천만 전경

해변 매실밭을 따라 갯가로 나가면 드넓은 갯벌이 한눈에 들어온다.

썰물 때는 솔섬까지 드러나는 갯벌의 풍광을 볼 수 있고 밀물 때는 찰랑거리는 파도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해 질 녘이면 솔섬과 건너편 화포 마을 너머로 지는 일몰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하다. 솔섬의 정식 명칭은 사기도 인데, 솔섬이라는 별칭과 함께 어민들이 조업을 하다가 화장실로 사용했다고 똥섬이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광활한 갯벌과 푸른 갈대의 조화가 아름다운 길이다. 길게 뻗은 직선길이 단조롭지만 지루하지 않은 길이다.

한폭의 그림과 같은 풍경

뭍에도 길이 있고 바다에도 길이 있다. 물이 빠진 갯벌에는 뻘배가 드나드는 길이 있다. 이 길을 통해 꼬막이나 칠게를 가득 실은 뻘배는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 넓은 갯벌에 갈대에 스치는 바람소리만 있다. 시간을 잊게 만든다.

일몰 명소로 이름 나 있는 와온해변의 노월마을. 바다 건너 별량면의 봉화산이 지척이다. 오늘의 목적지인 별량화포가 그 아래에 있다.

바다의 길과 육지의 길은 닮아 있다. 흐르는 물이 만든 길과 발자국이 만든 길은 서로를 닮아가는 듯하다.

길은 '가야정원' 울타리를 따라간다. 가야정원은 한 개인이 폐염전을 오랜 기간 정원으로 가꾼 곳이라 하는데 정원 내부도 아름답지만 울타리나무로 심은 장미가 환상적이다.

'S'

길가에 드문드문 피어있는 해당화가 반갑게 인사를 하는 듯하다.

순천만의 넓고 평화로운 갯벌은 다양한 동식물들이 살아가는 중요하고도 아름다운 곳이다.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는 건 행복한 일이다.

바다를 따라가던 길은 잠시 내륙으로 들어간다. 용산전망대를 통해 순천만 습지로 가는 길은 공사 중이라 우회해서 가는 길이다. 구불구불한 농로를 따라가는 길에 방금 모내기를 끝낸 것 같은 논에는 어린 모들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구동마을 위 밭둑에는 노란 금계국이 한창이다.

선학마을의 풍물놀이패 벽화는 그린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선명한 색상이 돋보였다.

선학마을은 '꼬꼬산' 아래 '신선이 사는 마을'이라고 선학(仙鶴)이라 하였다고 한다. '꼬꼬산'은 앵무산을 말한다. '꼬꼬'는 닭이 우는 소리의 의성어이다. 그런데 '꼬꼬'를 앵무로 미화하여 앵무산이라 한자로 표기한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황새머리처럼 우뚝 서 있는 학봉에서 신선도사가 터를 자리 잡아주었다고 하여 신선 선자와 학 학자를 써서 선학(仙鶴)으로 이름 하였다고 한다. 이 중 어느 것이 사실인지는 몰라도 신선이 학을 타고 다닌다는 조상들의 생각과 연결하여 보면, 이 마을에 살았던 선인들의 정신이 마을 이름에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버스정류장 지붕 위에 흑두루미 세 마리가 놀고 있다.

마을 앞 농로를 따라 순천만습지로 향한다.

들판에서 바라본 앵무산. 산아래 구릉지에 형성된 마을이 평화롭기 그지없다.

농로를 따라 2.5km 정도 지루하게 걸어서 습지 입구에 도착했다. 습지로 들어가는 입구는 무단진입을 막기 위한 출입문이 세워져 있는데, 공원관리사무실에 전화를 하니 비밀번호를 알려주었다.

드디어 순천만 습지다. 순천만 갈대군락 속으로 들어가 본다.

아! 이 아름다움들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감탄만을 할 뿐. 저만치 수평선 같은 갈대밭 끝, 오순도순 나무들이 평화롭다.

묵은 갈대를 베어내고 난 자리에는 새로운 갈대가 한창 줄기를 밀어 올리고 있다.

지루하게 걸어온 끝에 바라보는 순천만은 내게 너무나 큰 감동을 준다. 그동안 지나온 길들이 꿈만 같이 느껴진다.

흔들리는 갈대처럼... 지난날의 내 마음은 심히 요동치고 불안하고 갈피를 못 잡는 날의 연속이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그 원인은 외면한 체 활활 타오르는 불을 쫓는 불나방처럼 살아왔다.

다시 한번 이 길을 진행하는 이유를 되짚어 본다. 늘 하던 질문이다.

나는 누구인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무엇을 추구하는가.

고요하고 단순한 풍경을 보니 내 삶도 고요하고 단순해지고 싶다. 복잡 다난한 삶에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 이 길이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그 끝에는 번민과 고통에서 벗어나 즐거운 삶으로 이어지는 회향의 순간이 있기를 바라면서 한발 더 내 딛는다.

광활한 같대 밭을 지나 무진교를 통해 동천을 건넌다. 동선을 건너면 수로를 따라 순천만을 돌아볼 수 있는 생태체험선이 출발하는 선착장이다.

무진교 다리에서 바라본 바다 쪽 풍경이다. 넓은 갈대밭 사이로 동천이 'S'자를 그리며 바다로 나아간다.

이 좋은 풍경에 맨발로 걷는 길이 빠질 수 없다. 동천 뚝방을 따라서 걷는 길이다.

갈대군락은 홍수조절 기능이 있고, 적조를 막는 정화기능이 뛰어나 순천만의 천연하수종말 처리장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곳의 평야에는 흑두루미 희망농업단지가 있는데 농약과 제초제를 쓰지 않고 벼를 재배하여 흑두루미의 먹이로 공급한다고 한다. 흑두루미 들은 밤에는 포식자가 없는 갯벌에서 잠을 자고 낮이면 농가로 날아오는데 새들이 전깃줄에 걸리지 않도록 평야의 전봇대도 뽑았다고 한다.

간척농지와 상사댐 조성 등으로 인한 수계변화로 갈대군락이 팽창하고 있다고 한다

동천을 따라가던 길은 바다와 가까워지면서 우회전을 한다. 이제는 해안에 드넓게 형성된 갈대밭을 따라가는 것이다. 뚝 가까이는 묵은 갈대를 베어놓아 푸릇푸릇 새로운 갈대가 올라오는 것이 보이지만 그 너머는 색 바랜 묵은 갈대만이 보인다. 그러나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닐 것이다. 묵은 것들 사이로는 새로운 것들이 오밀조밀 올라오고 있을 것이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광활한 순천만의 습지를 보면서 걷는 길, 둑방길에서는 바다가 아예 보이질 않는다.

뒤 돌아 본 동천강변

순천만의 갈대군락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고 잘 보전되어 있으며, 원형 군락을 유지하면서 팽창하고 있어 경관적, 심미적 가치가 매우 높게 평가되고 있다.

"다시 나섰제, 이를 악물고, 한번 해보자고."
나를 향해하는 소리 같다.

이제 같대 밭이 조금씩 좁아지고 있다. 대신 드넓은 갯벌이 시야를 채우기 시작한다.

사람이 흐려놓은 물을 갈대와 갯벌이 번갈아 정화시킨다. 또한 갈대는 어패류의 산란장을 재공 하며, 이를 먹이로 하는 철새들의 보금자리 역할을 하고 있다. 순천만 갯벌이 희귀 조류의 서식지가 된 데에는 갈대군락의 역할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순천만의 명물 흑두루미가 길을 안내한다.

끝이 없어 보이는 아득한 길을 아득한 마음으로 걷는다. 길은 황토와 고운 마사토가 깔려 있어 가끔씩 맨발 걷기를 하는 사람들과 마주친다.

갯벌과 갈대, 갈대와 갯벌, 그 곳에서 나고 자라고 떠나가는 생명체들, 공존의 공간이다.

날은 흐르고 바람은 스산하다. 그렇지만 활짝핀 꽃이 태양을 대신한다.

종점이 얼마남지 않았다.

나무, 들, 갈대, 갯벌, 바다, 산, 맑은 하늘 보다는 흐린 하늘이 어울리는 이 아름다운 풍광보고 나는 잠시 생각이 멈추었다.

'어부해안길'이라 이름 붙혀진 길을 걷는다. 흐린 하늘 덕분에 차분한 분위기가 짙게 깔린 순천만을 차분하게 걸어 별량화포에 도착했다. 지금까지 짧지 않은 길을 걸어 왔지만 그중에서도 오늘 걸어 온 길이 백미가 아닐까 싶다. 계절을 달리하여 걸어보고 싶은 길이다.

'여행,등산 > 남파랑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파랑길 62코스  (7) 2025.06.06
남파랑길 60코스  (2) 2024.04.15
남파랑길 59코스  (1) 2024.04.12
남파랑길 58코스  (1) 2023.10.09
남파랑길 57코스  (0) 2023.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