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12월 1일섣달이다. 동안거의 반살림을 끝내고 나머지 반살림을 시작할 때는 어느 선방에서나 용맹정진을 한다. 용맹정진이란 수면을 거부하고 장좌불와 함을 말한다. 주야로 일주일 동안 정진한다.저녁 9시가 되자 습관성 수마가 몰려왔다. 첫날 첫 고비다. 경책스님의 장군죽비 소리가 간단없이 들리지만 자꾸만 눈꺼풀이 맞닿으면서 고개가 숙여진다. 장군죽비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린다. 눈을 떴다가 감았다가 하기를 삼십 분 가량 하면 수마가 물러간다. 밖에 나가 찬물로 세수하니 심기일전이다.자정이 되면 차담이 나오고 잠깐 휴식이다. 보행으로 하체를 달랜 후 다시 앉는다. 밤은 길기도 하다. 그러나 틀림없이 아침은 왔다. 하루가 지나자 몸이 약한 스님 두 분이 탈락했다. 이틀이 지나자 세 분이 탈락했다. 사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