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3.토
능전마을 → 발구덕 → 돌리네 → 민둥산정상 → 억새군락지 → 거북이쉼터 → 발구덕 → 능전마을
걸은거리 10.1km
걸은시간 10:23~13:48, 3시간 25분 소요

가을 억새 산행지인 민둥산은 해발 1,118.8m로 억새산이라고 할 만큼 온통 억새로 뒤덮여 있다. 산 7부 능선까지는 관목과 잡목이 우거져 울창한 숲이 이어지지만, 정상 부분은 산의 이름처럼 나무가 거의 없다. 산세는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으며, 특히 산 정상에서 사방으로 끝없이 둘러친 가을 억새 군락지는 많은 등산객을 불러 모으기에 충분하다. 민둥산 억새는 거의 한길이 넘고 또 매우 짙어서 길이 아닌 일부 지역은 걸음을 옮기기가 어려울 정도지만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오르기 쉽다. 민둥산은 다른 산들과 달리 땅이 움푹 꺼져 있는 곳이 많다. 그 이유는 민둥산에 분포하고 있는 암석이 얕은 바다에서 퇴적된 석회암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석회암은 빗물에 쉽게 녹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암석이 녹으면 표면이 웅덩이처럼 들어가는 것이 특징인데, 학자들은 이것을 돌리네(doline)라고 부르며, 대표적인 카르스트 지형의 특징을 보여준다.

민둥산 등산코스 3개의 코스가 있다.
제1코스 : 증산초교 - 쉼터 - 정상 (1시간 30분)
제2코스 : 능전마을 - 발구덕 - 정상 (1시간 30분)
제3코스 : 삼내약수 - 구슬동 - 갈림길 - 정상
(3시간 50분)
오를 때는 2코스로 오르고 내려올 때는 1코스 증산초등학교 방향으로 내려오다가 쉼터를 지나서 만나는 임도를 따라 다시 2코스로 합류하여 내려왔다.

조금은 쌀쌀한 늦가을의 기온을 온몸으로 느끼며 주차장을 출발한다.

단풍철이 지나 산빛은 많이 탁해졌지만 화창한 가을 하늘은 정상에서 만나게 될 은빛물결을 상상하게 한다.

길가에 앉아 있는 늙은 고목을 만난다. 마치 기력이 다한 노인이 마을 앞 양지바른 곳에 앉아 햇볕을 쬐는 것과 같은 풍경이다.

임도를 따라 구불구불 완만한 길을 오른다. 단풍이 지고 낙엽도 다 떨어진 길을 걷자니 올해도 벌써 다 지나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이를 먹을수록 세월은 화살처럼 빠르다.

고도가 높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고랭지 채소는 모두 출하되었고 척박한 산밭은 봄을 기약하며 겨울잠을 준비한다.

산비탈 움푹하게 들어간 곳에 긴긴 세월을 지내며 일궈낸 밭이다. 온갖 잡목과 돌들이 무성했을 황무지가 기나긴 세월을 거치며 조금씩 조금씩 변해 옥토가 되었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의 현장이다.

<발구덕>
곳곳에 깔때기 모양의 구덩이를 가진 지형이 있다. 발구덕은 둥글게 움푹 꺼져 들어간 곳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구덕은 구덩이의 방언인데 발구덕은 밭구덕이 발음상 순화되서 발구덕으로 변한 듯 하다. 민둥산 기슭에는 8개의 큰 구덩이가 있다고 하여 팔구뎅이라고도 한다. 커다란 구덩이는 윗구뎅이, 아랫구뎅이, 큰솔밭구뎅이, 능정구뎅이, 굴등구뎅이 등 8개이고 그 밖에도 수많은 구덩이가 마을 여기저기에 있다. 최근에도 구멍이나 구덩이가 새로이 생겨나는 한편 마을이 점점 밑으로 가라앉자 사람들이 떠나서 몇 가구 남지 않았다고 한다.


<발구덕쉼터>
발구덕으로 가는 길과 정상으로 오르는 갈림길에 파전과 도토리묵 등 요깃거리와 함께 맛있는 막걸리를 파는 매점이 있다

완만한 임도가 끝난 지점에 조금 가파르게 오르는 억새밭길이 나타난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누런 억새밭과 능선의 나무는 그림 같은 장면을 연출한다.


하얗게 피는 억새꽃이 만개하는 철이 지났기 때문에 환장적인 은빛물결의 장관은 마주할 수 없었으나 억새밭의 정취를 즐기기에는 충분했다.



정상에는 마치 화산의 분화구처럼 움푹 패인 곳에 웅덩이가 있다. 그러나 분화구는 아니고 석회암의 용식 및 침전작용에 의해 만들어진 지형이다. 자연의 신비함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돌리네(Doline)>
카르스트 지형(석회암의 용식 및 침전작용에 의해 만들어진 지형)에서 석회암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빗물에 녹으면서 와지(窪地, 움푹 패어 웅덩이(窪) 형태를 하고 있는 땅)를 형성하기도 하는데 이를 돌리네라고 한다.





돌리네를 한 바퀴 돌고 올라와 와지(窪地) 둘레 능선을 반시계방향으로 따라간다

능산 위에 외로이 서있는 소나무 두 그루는 마치 세한도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아프리카 초원에 드물게 있는 나무군락을 보는 느낌이고...

민둥산 정상을 향해 뒤돌아 본 모습


삼내약수터로 가는 갈림길

민둥산을 향해 좌측 능선을 타고 간다.





억새꽃축제기간(10/20~11/2)에 오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하얗게 피어 바람에 넘실대는 은빛 파도의 장관을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려진다.




내려오다가 뒤돌아 본 모습

어깨를 서로 어긋나게 걸은 산과 산은 이웃의 담장을 서로 연결하듯 산맥을 이루어 멀리멀리 뻗어나간다. 겹겹이 쌓은 산맥은 아득하게 멀어져 하늘과 맞닿았다.







빽빽하게 뻗어있는 낙엽송 군락이 장관이다. 한여름의 녹음 짙은 숲도 좋지만 낙엽 깔린 늦가을의 호젓한 분위기는 여행자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준다.


증산초등학교로 내려가는 1코스를 따라가다 만난 임도를 통해 2코스와 만나는 발구덕 쉼터를 향해 나아간다.


<거북이쉼터>
왜 거북이쉼터인가? 가파른 고갯길을 정선아리랑의 노랫가락처럼 느릿느릿 오르는 곳에 위치하여 거북이쉼터인가 싶었는데, 와서 보니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발구덕을 지나간다.






올라왔던 길을 다시 내려간다. 내려가는 길은 아까 올라온 그 길이 아니다. 올라갈 때의 풍경과 내려갈 때의 풍경은 전혀 다른 길의 풍경이다. 우리의 삶도 이와 같다. 앞만 내다보고 허위허위 살아가다 뒤돌아보면 내가 살아가고자 했던 길이 아닌 엉뚱한 길을 걸어왔음을 알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가끔은 가던 길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