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09.일 08:45~13:45
고현터미널 ←→ 장목파출소
19.1km, 5시간 소요
2023.04.07.금 15:10~16:00
고현터미널 ←→ 석름봉 등산로 입구
등산을 시작했다간 돌아갈 차시간을 맞추지 못 할 것 같아 중단하고 다시 시작
오늘은 차를 가지고 왔다. 삼천포에서 7시10분에 출발하여 고현시외버스터미널에 8시35분에 도착, 주차를 위해 터미널 주변을 두어바퀴 돌있으나 마땅한데가 없다. 마침 터미널옆 전자제품매장인 전자랜드가 있어 주차장을 보니 텅 비어 있다. 잘 됐다 싶어 주차를 하고 터미널 상가 김밥나라에서 김밥 한줄을 사서 먹으면서 고현항 재개발사업 부지인 "빅아일랜드"옆 강변길을 따라 석름봉 등산로 입구까지 간다.
오늘은 날씨는 화창하지만 조금 쌀쌀기온으로 인해 도보여행을 하기엔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날이다.
등산로는 석름봉→연사리 체육시설→ 유계리로 이어진다. 시작부터 가파른 계단이어서 힘들겠구나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다. 20여 미터만 계단을 올라가면 완만한 등산로가 15분 정도 이어지고 이후에 나타난 100여 미터의 오르막은 겉옷을 벗게 만드는 조금 힘든 길이다.
오르막이 끝나는 지점에는 팔각정 전망대가 있는데 나무 사이로 바다 건너편 고현항과 장평동에 자리한 거대한 조선소의 모습이 보인다. 고현항 매립과 재개발로 진행되는 빅아일랜드사업 현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몇 년 후 완공되고 나면 어떤 모습으로 바뀔까. 원래는 고현항 앞에 인공섬을 조성할 계획으로 프로젝트명을 "빅아일랜드"라고 지었는데 매립과 재개발로 개발방향이 바뀌었으나 이름은 그대로 사용한다고 한다. 항구 전면부에는 크루즈선이 입항할 수 있는 부두도 건설된다.
전망대를 지나고 나면 이제는 완만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평지에 가까운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된다. 따스한 햇살이 들어오는 완만한 숲길,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나무들 사이의 오솔길이 예쁘다. 걷기에 참 좋다.
석름봉 정상을 우회하면 매우 가파른 내리막길이 나타나고 내리막이 끝나는 지점에서 연사리마을 체육공원 쉼터가 있다.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이다. 여기서 좌측은 오비리 방향, 우측은 연사리로 내려가는 임도다. 남파랑길은 연사리 방향으로 조금 내려가다 다시 좌측으로 방향을 돌려 능선으로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유계리에 닿는다.
넓은 임도를 따라 걸으며 주위의 산봉우리와 나무들을 감상한다. 굽이굽이 돌아가는 임도 중간, 산아래로 산자락에 아늑하게 자리하고 있는 연초면 다공리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마을 위로는 산 허리를 지나는 임도의 흔적이 보인다. 멀리서 보면 분지처럼 자리한 마을이 포근해 보인다.
유계리를 3Km 앞둔 지점은 연초면과 하청면의 경계점이다. 임도 언덕에 오르면 하청면 표지판도 보이고 유계리의 저수지, 칠천도와 이어진 칠천교가 조망된다. 길은 다시 유계리를 향해서 내리막길로 이어진다. 중간에 앵산으로 가는 등산로와 이어진 임도와 대성사 사찰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남파랑길은 대성사 방향으로 내려간다. 멀리 칠천도 앞바다를 바라 보면서 내려가는 길, 대성사 사찰 인근으로 대나무숲이 일품이다. 대나무 숲 터널을 지나면 싸르르 싸르르 하는 대나무 줄기 부딪히는 소리, 잎 스치는 소리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여행자를 편안하게 한다.
길은 유계리 동편소류지를 지난다. 유계리의 밭에서는 생전 처음 보는 작물들이 많이 있다. 치자도 그 중에 하나다. 재래시장에서 치자를 종종 보기는 했지만 밭에서 열매로 보는 것은 처음이다. 치자는 물들이는 용도로만 사용하는 줄 알았는데 약초로써 다양한 효과가 있고 향도 좋아서 로션이나 향초를 만드는데도 사용한다고 한다.
유계리 마을길에는 벼를 추수하는 풍경을 그려놓은 벽화가 있는데 저절로 입가에 웃음을 지게 했다. 동리소류지 제방을 따라 이어가는 길에서 보이는 풍광은 하청면이 대나무의 고장이구나를 느끼게 한다. 저수지 위쪽 산 전체가 대나무다. 와!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유계리 마을 곳곳에서 대나무 군락을 쉽게 볼 수 있다.
해안가에 있는 야구장을 지나고 스포츠타운을 지나는데 축구공과 야구공 모양의 독특한 화장실이 눈길을 끈다. 야자수 가로수길의 농로를 가로질러 사환마을에 들어서니 이곳에도 밭에 치자나무가 심어져 있다. 남해와 완도 일부에서도 재배되지만 치자의 주산지는 거제도라고 한다.
사환마을에 들어서면 국도변으로 조성된 데크길을 따라 이동할 수 있다. 사환마을은 하청면 실전리에 속하는데 사환마을이라는 이름은 이곳에 살던 김옥춘이 임진왜란에서 공을 세우고 을사년에 돌아왔다고 붙혀진 이름이라고 한다. 마을 북쪽으로는 용등산이 길게 병풍처럼 마을을 감싸고 있다. 사환마을을 가로지르는 국도를 따라 계속가면 거제 맹종죽 테마파크가 나오는데, 남파랑길은 마을 뒤 모리 고개 방향으로 이어진다. 여기도 대나무 숲이 울창하다. 기대가 되는 길이다.
사환마을 골목안에 살아 있는 나무와 하나가 되도록 그린 벽화가 있다. 하얀 벽면에 적힌 "거제의 노래"가 이곳 사람들의 고장 사랑을 느끼게 한다.
"거제의 노래 / 김기호작사, 금수현작곡
섬은 섬을 돌아 연연 칠백 리
굽이굽이 스며 배인 충무공의 그 자취
반역의 무리에서 지켜온 강토
에야디야 우리 거제 영광의 고장
구천 삼거리 물 따라 골도 깊어
계룡산 기슭에 폭포도 장관인데
갈고지 해금강은 고을의 절승
에야디야 우리 거제 금수의 고장
동백 꽃그늘 여지러진 바위 끝에
미역이랑 까시리랑 캐는 아기 꿈을랑
두둥실 갈매기의 등에나 실고
에야디야 우리 거제 평화의 고장"
사환 마을 뒤편 모리 고개를 향해서 오르는 길에서 잠시 숨을 돌리며 뒤돌아 보니 논과 밭, 대나무숲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드디어 만난 대나무숲. 감탄의 연속이다. 멀리 떠나온 걷기 여행의 맛이 이런 것 아닌가 싶다. 담양의 죽림원과는 다른, 사람 손 타지 않은 생생한 자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모리 고개를 넘어서면 맹종 죽순 체험길이 나온다. 체험길은 맹종죽 테마파크 뒷편의 산을 한 바퀴 도는 산책길이다. 남파랑길은 체험길로는 가지 않고 실전마을로 내려는 임도로 이어진다. 쭉쭉 뻗은 편백이 반겨주는 길이다.
실전마을로 내려오니 멀리 개울둑에 그려진 "푸른 매죽향의 예향고을 하청면"이란 글귀와 예쁘게 그려진 그림이 보인다.
마을을 통과해서 나오면 5번 국도를 만나고 이제는 국도변을 따라서 걸어야 한다. 좌측으로 가면 칠천도로 넘어가는 칠천교가 나온다. 칠천도는 거제시 하청면에 속해 있다. 17코스의 종점인 장목항 표지가 보인다. 국도변이지만 갓길이 확보되어 있어 그렇게 위험하지 않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하청면과 장목면의 경계점인 언덕을 넘어서니 진한 비취빛 바다의 장목항이 보인다. 장목항은 35년 전쯤 낚시를 한번 왔던 것으로 기억하는 곳인데 지형이나 해안 풍경은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았다.
장목파출소 옆 버스 승강장 도착하여 남파랑길 17코스를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