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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방일기 / 별식의 막간

1973년 12월 15일만듯국을 먹는 날이다. 원주스님의 총지휘로 만두 울력이 시작되었다. 숙주나물, 표고버섯, 김치, 김을 잘게 썰어서 이것을 잘 혼합하여 만두 속을 만들고, 몇몇 스님들이 밀가루를 반죽하여 엷게 밀어주면 밥그릇 뚜경으로 오려내어 대중스님들이 빙 둘러 앉아 속을 넣어 만두를 빛어낸다. 여러 스님들의 솜씨라 어떤 것은 예쁘고 어떤 것은 투박하고 또 어떤 것은 속을 너무 많이 넣어 곧 터질듯 하여 불안한 것도 있다. 장난기가 많은 스님들은 언제나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다가 기회만 오면 갖은 방법으로 장난기를 발휘한다. 만두를 여자의 그것을 흉내 내 오목하게 빛는가 하면 남자의 그것을 흉내 내 기다랗게 빛기도 한다. 극히 희화적이다.성 본능이 억제된 상황에서의 잠재의식의 발로라고나 할까. 그래..

카테고리 없음 2024.12.30

선방일기 / 마음의 병이 깊이 든 스님

1973년 12월 10일섣달이 깊어 가면서 폭설이 자주 왔다. 산하는 온통 백설일색이다. 용맹정진에서 탈락했던 스님들은 자꾸만 나태해져 갔다. 탈락했다는 심리작용의 탓인지 스스로가 열등의식에 사로잡혀 뒷방을 차지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입승스님으로부터 몇 차례 경책도 받고 시간을 지켜달라는 주의도 받았지만 잘 지키질 못한다. 그때마다 몸이 아프다면서 괴로운 표정을 지어보이면 그것으로 끝난다. 경책은 세 번까지 주어지는데 그래도 효과가 없으면 그만이다. 세 번 이상의 경책은 군더더기요, 중노릇은 자기가 하는 것이지 남이 대신 해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용맹정진을 무사히 넘긴 스님들은 힘을 얻어 더욱 분발하여 공부에 박차를 가했다. 뒷방에 죽치고 않았던 스님 세 분이 바랑을 지고 떠나갔다. 결제기간이니 갈 곳..

카테고리 없음 2024.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