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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방일기 / 식욕의 배리(背理)

1973년 11월 23일겨울철에 구워먹는 상원사의 감자맛은 일미(逸味)다. 선객의 위 사정이 가난한 탓도 있겠지만 장안 갑부라도 싫어할 리 없는 맛이 있다. 요 며칠 전부터의 일이다. 군불을 지핀 아궁이에 꽃불이 죽고 알불만 남으면 고방에서 감자를 몇 됫박 훔쳐다가 아궁이에 넣고 재로 덮어 버린다. 저녁에 방선(放禪)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그날 감자구이 담당스님이 아궁이로 감자를 꺼내러 간다. 뒷방에서는 공모자들이 군침을 흘리면서 기다린다. 감자는 아궁이에서 몇 시간 동안 잿불에 뜨뜻하게 잘 구워졌다. 새까만 껍질을 벗기면 김이 모락모락 오른다. 맛은 틀림없이 삶은 밤 맛이다. 서너 개 먹으면 허기가 쫓겨 간다. 잘 벗겨 먹지만 그래도 입언저리가 새까맣다. 서로를 보며 웃는다. 스릴도 있고 위의 사정도..

최고의 스펙

"스펙보다 스토리다. 스토리보다 인성이다." 요즘엔 너도나도 스펙, 스펙 하지만 사람은 절대 무슨 통조림 같은 공산품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사람에게 스펙 운운하는 건 일종의 모독이다. 채용과 면접은 동전의 양면이다. 국내 대기업들은 업종도, 성향도, 구직자들에 대한 이미지도 전혀 다르다. 신입사원들에겐 피말리는 면접의 법칙 제1조는 '잘난 모습' 보다 '바른 인성'이 먼저라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대기업들의 면집 현장에서 나온 최빈출 단어는 '인성(人性)'이었다고 한다. 결국 최고의 스펙은 '인성'인 셈이다. 그러나 학교, 사무실, 대중교통 등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인성 파탄의 현장을 보라. 이는 우선 인성보다 성공을 외쳐온 부모와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 특히 외모지상주의와 물질숭배로 뒤범벅된 ..

잡념 2024.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