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와 장자에 기대어 / 최진석 著, 북루덴스 刊
영감은 예감과 비슷하다. 앞으로 펼쳐질 나의 세계를 미리 보는 느낌이며 앞으로 펼처질 나의 세계를 미리 출발시키는 시발점이다. 영감은 미래에서 미리 나에게 와준 느낌이기에 이미 있는 이해의 틀로는 다르룰 수 없다. 신비롭다. 우리는 영감을 통해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영감을 경험하지 못하면 우리는 과거의 시간으로 살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어떻게 영감을 맞이할 수 있을까? 모든 창의적 결과는 영감의 결과이다. 앞으로 펼쳐질 미래는 혹시 영감이 형체를 띠고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인류 문명은 창의적인 활동으로만 진화하기 때문이다. 진화는 창의의 중첩이다. 스마트폰도 창의의 집합이라 할 수 있다. 없던 것이 현실로 등장할 때는 아직 어떤 해석도 가해질 수 없다. 그것은 영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창의성의 결과들이 모여 있는 것을 문명이라고 한다면, 영감이 구체적으로 표현된 것이 문명의 전부라고도 말할 수 있다.
창의적인 일이 일어나는 경우를 보자. 뉴턴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떠오르는 이론이 만유인력과 중력이다. 뉴턴은 '만유인력'이라는 개념을 미리 정해놓고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뉴턴은 사과가멸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과 중력 이론의 아이디어를 얻었다는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런데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뉴턴이 처음 봤을까? 다른 물리학자들도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수 없이 봤을 것이다. 하지만 뉴턴만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과 중력을 생각 해냈다. 왜 하필 그 순간에 뉴턴은 만유인력을 생각했을까? 뉴턴은 무슨 법칙을 발견하려는 마음을 먹고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본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면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과 중력의 아이디어를 얻게 된 뉴턴의 근원적인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모두 알듯이, 뉴턴은 늘 호기심이 강했다. 책상 위에 물병이 있다. 5초 전에 책상에 물병을 놨는데 1분이 지나도 물병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왜 그럴까? 왜 어딘가에 있는 물건이 이동하지 않고 어제도 오늘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까? 그러한 궁금증을 계속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봐도 다른 사람과 전혀 다르게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본 순간 뉴턴에게 영감이 떠올랐다. 그전에 자기가 세계를 해석하던 장치를 써서는 해석할 수 없었던 어떤 신비한 느낌이 떠오른 것이다. 뉴턴은 문제 의식을 놓지 않고 집요하게 유지한 덕분에 영감이라는 선물을 받았다. 사과는 가장 짧은 거리로 떨어졌다. 뉴틴은 어떤 물건이 가장은 짧은 거리로 떨어지려면 무엇인가를 끌어당기는 힘이 작용할 것이라는 가설에까지 인도되었다. 뉴턴의 집요한 궁금증으로 받은 선물인 영감은 궁금증이 약한 모든 사람들에게 만유인력과 중력이라는 지적 통찰을 다시 선물하였다.
뉴턴의 집요한 궁금증이 없었다면 만유인력을 발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만유인력과 중력을 배운다고 할 때 보통은 뉴턴이 생산한 영감은 경험하지 못하고, 뉴틴이 발휘한 영감의 결과를배운다. 삶의 진짜 보석은 영감의 절과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영감을 경험해보는 것이다. 영감을 체험해보는 것, 이것이 핵심이다. 우리는 계속 공부를 하지만 영감의 결과를 숙지하는 일만 한다면 죽을 때까지 영감의 순간을 경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우리가 잡아야 할 것은 만유인력과 중력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바로 그 영감의 순간이다. 나는 영감의 순간을 경험하는 것이 인간으로서 해야 할 가장 궁극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자유와 행복 그리고 창의성은 거기서 비롯된다.
영감을 경험한 사람은 미래를 펼쳐 나갈 수 있다. 영감을 경험하지 않고, 영감을 경험한 사람이 남긴 결과만을 배운 사람은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고, 그 결과에 갇히게 된다. 영감을 경험한 사람은 미래를 살고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과거를 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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