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01.목
해파랑길 13코스(19.9km)
양포항 ←3.9km→ 금곡교 ←3.8km→ 구평포구 ←2.3km→ 장길리 낚시공원 ←2.4km→ 구룡포항
걸은거리 21.88km
소요시간 09:38~14:49, 5시간 10분
이번 주는 오늘은 13코스 만 걸을 예정이고, 내일은 14, 15코스 모레는 16, 17코스를 걸을 예정으로 13코스 종점인 구룡포로 향한다. 동해에서 6시 20분에 출발하여 구룡포항에 도착하니 9시가 조금 넘었다. 구룡포항 북방파제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시내버스를 타러 가니 13코스 시작점인 양포항으로 가는 버스는 1시간도 넘게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검색되어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고 양포항으로 갔다.



해파랑길 13코스는 양포항에서 출발해 구룡포항까지 줄곧 해안을 따라 걸으며 수려한 바다 풍광을 감상하고, 다양한 문화관광지를 만나 볼 수 있으며, 항구에서는 싱싱한 회와 다양한 먹거리를 만나볼 수 있는 코스이다. 출발점인 양포항에서는 이른 아침마다 활어시장이 열리고, 바위틈에 그림처럼 붙어 자라는 소나무와 그 사이로 떠오르는 아침 해의 조화가 절경인 일출암, 일제강점기 수산업에 종사하던 일본인이 머물던 일본인 가옥거리를 둘러볼만하다.

늦은 시간이라 활어시장은 마무리되고 인적도 끓어진 양포항엔 늠름한 크레인만이 항구를 지키고 이었다.

1971년 12월 국가어항으로 지정된 양포항은 다기능어촌어항으로 어항시설 외에 해양레저, 공연장 등을 갖추고 있어 해양휴식 공간으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제법 넓은 항구엔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들의 일손이 바쁘고 손질이 끝난 어구들은 도로가에 줄지어 쌓여 있다.

해양레저 관광의 일번지 양포항. 항구 북쪽 끝에는 작지 않은 공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그런데 항구의 북쪽 구석이라 그런지 이용감은 없어 보였다. 차라리 남쪽에 있는 긴 방파제를 따라서 산책을 즐기거나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해파랑길은 방파제까지 진행하다가 좌회전하여 해안길로 이동한다.

양포항을 지나면 신창축양장이다. 이곳은 방어가 많이 잡히는 시기에 값싸게 구입해서 보관했다가 가격이 좋을 때 출하하는 시설이다. 1m 내외의 대방어를 값싸게 구입해서 양식하다 가격이 오르는 시기에 출하하는 것이다.

축장장을 지나면 신창리 방파제가 보이고 이어서 활처럼 휘어진 신창 간이해변이다. 간이라고 하기엔 엄청나게 큰 해수욕장인데 주변 부대시설이 개발되지 않아 그렇게 이름 붙인 모양이다. 밀려오는 파도를 보니 물도 얕아 보이는데 여름이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단위 피서객들이 많이 찾을 것 같다.


해변길을 걷다가 국도 31번을 따라 금곡교를 통해 정기천을 건너고 바로 우회전하면 바닷가 바위옆에 달님과 토끼모형이 있는데, 육당 최남선이 조선 10경 중의 하나로 꼽은 일출암이다.

전국에 많은 일출 명소들이 있는데 육당은 이곳 경치를 크게 평가한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은 콘크리트 테트라포드로 방파제를 쌓아 놓아 눈에 거슬림이 없지 않은데 , 육당이 살던 시절엔 이런 인공구조물이 없어서 빼어난 절경이었겠다. 바위 위에서 독야청청 푸른 기운을 내뿜는 소나무의 기상이 대단하다.


간이해수욕장 끝에 닿으니 또다시 신창리 항구가 있다. 잘 못 봤나 싶어 지도를 검색해 보니 지나온 곳은 신창 2리 항이고 여기는 신창 1리 항인 것이다

신창 1리 항을 지나서는 다시 해변은 사유지라 직진을 하지 못하고 좌측 언덕을 올라 폭이 좁은 농로를 따라간다.


신창리에서 영암리로 이어지는 길을 걷는다. 때로는 농로를 때로는 작은 오솔길을...

기암괴석이 아름다운 해변 위 언덕길을 걸으면서 내내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 바로 소나무다. 몇 년 전에 산불이 발생했는지, 제선충에 걸려서 인지, 소나무란 소나무는 모조리 고사하고 그 사이로 활엽수만 드문드문 자랄 뿐이다. 이 좋은 풍광에 벌것게 말라죽은 소나무를 보며 걷자니 마음이 좋지 않다.
해변 낮은 언덕에는 묘가 하나 외롭게 바다를 보고 있는데, 주변에 나무도 거의 없고 바람에 노출되어 모진 바람을 맞고 있었다. 바다와 인연이 깊으신 분의 묘인 것 같은데, 흙이 거칠어 잔디도 거의 살지 못하고 봉분은 비바람에 깎여 나지막해져 있다. 벌초를 하지 않아도 만큼 풀이 거의 없는데 누군가 관리를 하고 있는 묘인지 궁금하다. 묘를 보니까 5년 전 돌아가신 부친이 생각났다. 부친도 5년 전에는 살아계셨는데
지금은 저 묘처럼 땅속에 계신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죽음을 생각하니 인생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언젠가 저렇게 될지 아니면 화장해서 뿌려질지는 모르지만 그날은 다가오고 있다. 언젠가는 저런 날이 올 것인데 뭘 그렇게 고뇌하면서 사는지 모르겠다.

무거운 발걸음을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니 산책길도 끓어지고, 언덕 아래로 영암 1리 포구가 눈에 들어온다.

언덕을 내려가니 곳곳에 예쁜 벽화가 그려져 있고 멍게도깨비마을 홍보가 대단하다. 원래 멍게는 남해안에서 많이 양식되었는데 언제부터인가 해수온 상승으로 남해안의 멍게 종패는 멸종위기에 이르렀다. 모든 농수산물이 지구 온난화영향으로 서식지가 북상하고 있는데, 멍게도 그러한가 보다.

방파제에는 멍게도깨비마을의 스토리텔링이 적혀 있다. '동해 바다의 푸른 물결이 출렁이는 영암 1리 이 작은 마을에는 오랫동안 전해 내려오는 특별한 전설이 있다. 마을 앞 갯바위에 소원을 빌면 부자가 된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이 바위 덕분에 멍게가 풍성하게 잡혔고, 그 시절 마을은 바닷속 금맥처럼 활기가 넘쳤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멍게 생산량은 줄어들고, 병이 돌기 시작하면서 바위의 신비한 기운도 사라진 듯했다. 그리고 그때, 마을 사람들은 산자락에 붉은 형
상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걸 보기 시작했다. 그 정체는 바로, '멍게도깨비'. 처음엔 놀라기도 했지만, 마을 사람들은 이 도깨비가 갯바위를 지키는 존재임을 알아차렸다. 외부인의 욕심을 막고, 마을의 정기를 지켜주는 존재라는 믿음이 생겨났고, 지금은 마치 마을의 수호신처럼 여겨지고 있다. 사람들은 멍게도깨비를 위한 그림을 그리고, 도깨비가 다시 갯바위의 기운을 되살려주길 바라며 조용히 기도한다. 이제 영암 1리는 멍게와 도깨비가 함께 살아쉬는 스토리텔링 마을'로 변모하고 있는 중이다.'


춥지도 덮지도 않은 봄날, 오가는 이들도 없는 호젓한 바닷가를 홀로 걸어가는 기쁨을 만끽한다.

영암 3리 포구를 지나고 대진리로 들어가는 길목, 수산물 가공공장과 횟집을 겸하는 건물 입구에 조개껍데기와 소라껍데기를 엮어 만든 모빌인지 풍경인지 모를 장식품이 매달려 있다. 호기심에 흔들어보니 영롱한 소리가 귀를 즐겁게 해 준다. 주인장의 탁월한 예술적 감각이 폐각을 예술품으로 승화시켰다.



대진리 포구를 지난 해파랑길은 앞쪽으로는 대형 펜션이 길을 막고 있기 때문에 좌측으로 돌아나가 31번 국도를 만난다. 국도변 어느 집 노란 울타리나무꽃이 가벼운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해 준다.


대진교를 통해 대화천을 건넌 길은 감시 31번 국도를 걷다가 모포리 마을로 들어간다.


모포항으로 가는 길도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고 전망 좋은 곳에는 펜션이 자리 잡고 있다.

나지막한 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자리 잡은 모포항. 크지는 않지만 조용한 어촌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평화로운 곳이다.


모포항을 지난 길은 해안길이 끊겨 좌측 언덕을 올라 31번 국도를 만나러 간다.

언덕 위에서 바라본 바다는 한가롭기 그지없다. 해파랑길을 걸으면서 지나간 일들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지난 일을 생각하고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너무 과거에 얽매이는 것은 현재에도 미래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그런데도 지난 일이 생각나면 쉬이 벗어나지 못하고 자꾸 빠져드는 느낌이다. 그렇지만 내가 이 길을 걷은 것은 과거를 생각하고 반성하고 참 나를 찾는 길이기 때문에 과거를 생각해야 자신을 돌아보고 삶의 의미를 찾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언덕 위 농로를 지나서 통해서 31번 국도와 만났다.

이곳은 포항시 장기면 구평리인데 국도변 좌측으로 넓게 경지정리가 되어 있다. 이마 주택용이나 관광타운용으로 개발 중인 곳 같은데 이곳에서 보이는 풍경도 아주 좋아 개발이 완료되면 우측 아래에 있는 구평포구와 함께 인기가 많을 것 같다.

구평포구로 내려가기 위해 언덕진 마을 안 길을 내려간다.

평화롭고 고요한 구평포구다. 미역과 멍게가 많이 생산된다고 한다.

구평포구를 뒤로 하고 장길리복합낚시공원으로 향한다. 장길리로 가기 위해서는 다시 한번 31번 국도를 걸어야 한다.

장길리 복합 낚시공원은 포항의 낚시 명소, 일출 명소로도 손꼽히는 장소로 아름다운 바다의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보릿돌교와 다양한 조망 명소가 있어 관광지로도 손색이 없는 곳이다. 총 170m의 길이를 가진 보릿돌교의 가장 끝 쪽에는 ‘보릿돌’이 있는데, 보릿돌 주변으로 미역이 많이 나서 보릿고개를 넘길 수 있었다는 설화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장길리 복합 낚시공원 주변으로는 다양한 횟집과 펜션, 해상펜션 등이 있어 즐길 거리도 풍부해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 명소다.

낚시공원 뒤로 보이는 등잔 모양의 빨간 등대가 인상적이다. '희망등대'로 불린다고 한다.

보릿교는 장길리항의 반도처럼 튀어온 곳 끝에 설치되어 있고 170m의 다리 끝에는 보릿돌이 있다고 하는데 갈길이 바빠 다리는 건너보지 않고 돌아 나왔다.

낚시공원에서 바라본 가야 할 방향의 모습

낚시공원이 끝나고부터 다시 시작된 몽동해변이다. 이 해변은 각종 수초와 해상 쓰레기들이 떠밀려와 있어 풍경을 감상하며 걷기에는 그다지 좋은 길이 아니다. 수초야 자연활동의 순리이니 어쩔 수 없지만 각종 비닐봉지에 스티로폼, 폐그물 등은 우리 인간이 지구에 저지르고 있는 만행이 아닌가 싶다. 모두가 반성하여야 할 일이다.

아늑한 하정리 해변도 활처럼 휘어져 있고 낚시를 즐기는 태공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멀리 마을 너머로 대형아파트 단지가 보이는데 거기가 오늘의 목적지인 구룡포인지...

하정리 마을의 어느 집에는 요트 모양의 입간판을 세워 놓았는데 나옹선사의 글이 적혀 있었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
성냄도 벗어놓고 탐욕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세상을 달관한 어느 노 어부의 득도한 마음이 엿보이는 것 같아 주인장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진다.

셀 수 없을 만큼의 세월을 거친 파도와 싸워 온 바위들이다. 자연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고난도, 즐거움도, 묵묵히 받아들이며, 자연의 섭리에 따라 생멸을 반복하는데, 우주의 시간과 비교하면 하루살이 만도 못한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 인간은 영원히 살 것처럼 살고 있다. 해가 뜨면 지는 것이 자연의 이치인 것처럼 생로병사도 이와 같은 걸이거늘... 우리는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시기와 질투와 분노를 표출하느라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가. 평안한 마음으로 여여한 삶을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일까.

해파랑길은 이제 하정 3리 방파제와 병포리 방파제를 지나 구룡포로 길어간다.

병포리 언덕 위에서 본 구룡포항은 부산에서부터 지금까지 본 어항 중에서 제일 커 보이고 풍광 또한 아름다웠다. 이제 오늘의 목적지도 얼마 남지 았았는데, 점심을 거르며 걸었더니 배가 몹시 고프다. 도착하면 먹을 생각인 물회를 떠올리니 군침이 돌아 발길을 재촉한다.

언덕을 내려와 마을 안 길을 지나 구룡포항으로 진입한다.

구룡포 하면 과메기가 떠오르는데 지금은 제철이 아니라 그 장관을 구경을 할 수가 없다. 겨울철이면 항구며 바닷가 곳곳에 덕장을 만들어 꾸덕꾸덕하게 말리고 있을 텐데... 옛날에 청어나 꽁지가 많이 잡힐 때는 연근해에서 잡힌 재료를 사용해 과메기를 만들었는데, 지금은 어획량이 줄어 원양산 냉동 꽁치를 사용한다고 한다.
대신 배를 갈라 포를 뜨지 않는 통 과메기는 근해에서 잡힌 꽁치를 양미리처럼 볏짚으로 엮어서 말린다고 한다.

항구 북쪽으로는 과메기 홍보를 위한 과메기 문화 거리가 조성되어 있어, 시민들이나 관관객들이 산책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기에도 좋다.

'경상북도 동해안 해양레저관광 브랜드 오셔지'라고 적혀있는 구조물 뒤로 어부상이 있는 배 전망대 등 공원이 잘 꾸며져 있다.




1930년대 구룡포 어업을 점령했던 일제
강점기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겨진 일본
인 가옥거리는 이코스의 가장큰 역사적
명소이다. 과거 일본인들이 살았던 가
옥들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골목길
을 걷다 보면 우리의 아픈 역사와 마주하
게 되며, 현재는 카페와 작은 상점들로 재
탄생하여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가
되았다.






이것으로 22km에 가까운 길을 마무리하고 요기를 하러 간다. 일본인 가옥거리 주변에 있는 물횟집에서 배를 채우고 나니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이제 오늘 유숙할 곳을 찾아야 한다. 여기서 유숙하거나 14코스 종점인 호미곶에서 유숙하게 되면 차를 회수하러 가는 것이 애로 사항이다. 이곳은 유명관광지이지만 모두들 관광버스나 자가용을 이용하기 때문에 호미반도 쪽 시내버스 운행시간은 기약을 못할 정도로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 이래 저래 고민을 하다가 내일은 14, 15코스를 걷고 추가로 16코스 1/3 지점 정도되는 도구해수욕장까지 걷기로 한다. 그곳은 포항시 동해면으로 값싼 숙박시설도 있고, 또한 구룡포로 넘어오는 시내버스도 자주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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