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1.토
유일사주차장 → 태백사 → 유일사쉼터 → 주목군락지 → 태백산 → 천재단 → 단종비각 → 망경대 → 반재 → 백단사갈림길 → 백단사주차장 → 유일사주차장
걸은거리 9.8km
걸은시간 11:00~15:38, 4시간 38분 소요


태백산의 찬 공기를 가르며 유일사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장에는 이미 겨울 산행객들의 들뜬 에너지로 가득했다. 아이젠과 스패츠를 단단히 채비하고 11시 정각, 산행을 시작한다.

유일사 코스는 초반 경사가 완만하여 몸을 풀며 쉽게 올라갈 수 있다. 주변 소나무 가지 위에는 간밤에 내린 눈이 살포시 쌓여 마치 흰 솜털을 얹어 놓은 듯한 풍경이 이어졌다. 길을 따라 잠시 걸으니 태백사를 지나쳤고, 이후 본격적인 오르막길이 시작되는 유일사쉼터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짧은 휴식을 취하고 다시 산행을 시작한다.









쉼터를 지나면서부터 길은 더욱 가팔라졌고, 눈은 더욱 깊어졌다. 숨이 턱에 차오르기 시작할 무렵, 드디어 태백산의 백미인 주목군락지에 도착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세상의 모든 소리가 먹먹해지는 순간이다. 수백 년 된 주목(朱木)들이 뿜어내는 기품과, 그 위를 뒤덮은 상고대(눈꽃)의 모습은 그야말로 황홀경이다. 눈의 무게로 가지가 휘어져 마치 하얀 베일을 드리운 듯한 주목의 고고한 자태는 '설국(雪國)'이라는 단어 외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카메라를 멈출 수 없는 구간이다.






주목의 감동을 뒤로하고 힘을 내 태백산 정상으로 향한다. 정상에 다다르자 매서운 바람이 온몸을 휘감았지만, 시야는 더없이 맑았다. 정상석 옆 천제단(天祭壇)에 서니, 백두대간의 웅장한 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장엄한 풍경 속에서 힘들었던 모든 순간을 보상받는 기분이다.






정상의 영광을 잠시 누린 후, 백단사 방면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천제단을 내려서며 단종비각을 조용히 지났다. 비운의 왕 단종의 흔적을 느끼며 잠시 숙연해졌다. 이어서 만난 망경대에서는 드넓은 조망을 한 번 더 만끽할 수 있었다.


망경대에서 반재까지는 가파른 내리막의 연속이었다. 아이젠에 의지하며 조심스럽게 발을 내 딛는다. 반재를 지나 백단사갈림길에 접어들자, 길이 부드러워지며 낙엽송 군락과 어우러진 겨울 숲길이 펼쳐졌다. 이 길은 햇살이 잘 들지 않아 조금 추운길이지만 폭신한 야자수 매트가 깔린 길이다.
긴 하산 끝에 드디어 백단사주차장에 도착하여 산행을 마쳤다. 여기서 유일사주차장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차도를 따라 2km 정도 걸어서 유일사주차장으로 복귀하며 모든 산행 일정을 마무리했다.

태백산 눈꽃산행은 왜 사람들이 한겨울에 태백산을 찾는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준 경험이었다. 주목군락지의 눈꽃은 그 어떤 수식어로도 부족할 만큼 아름다웠으며, 태백산이 지닌 영험한 기운을 느끼며 한 해를 되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힘든 겨울 산행이었지만, 순백의 풍경이 선사한 감동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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