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일곱 살 때 하늘에 흐르는 조각구름과 냇가에 흐드러지게 피었던 작은 하얀 꽃을 동시에 본 적이 있다.(그것이 개망초꽃이라는 것은 그로부터 한 15년 뒤에 알았다)
한여름... 마을 앞 냇물에서 멱을 감다 한기를 느끼면 지천으로 피었던 하얀 꽃 아래 따듯하게 달구어진 자갈돌 깔고 누워보던... 지금도 그 모습이 기억 속에 선명히 남아있는 것은 아마도 어떤 현상이 내 마음을 크게 자극하지 않았나 싶다. 군데군데 흐르는 조각구름과 파아란 하늘을 배경으로 가물가물 흔들리는 작은 꽃이... 어쩌면 내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추상(推想)이 아닐까 해서 그 어린 나이에 벌써 심장 깊숙이 각인되 있었던가 보다. 내가 만약 삶이 다하면... 저 조각구름이 될 것인가? 이 이름 모를 작은 꽃이 될 것인가? 어찌 그 어린 나이에 지금도 풀지 못할 그 어려운 질문을 던질 수 있었던가! 다시 돌아가 자문하고 싶다. 시절이 변해도 그 냇물과 작은 꽃들은 아직도 그 자리를 지키겠지만... 가히 다시 한번 물어봄직한 선문답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