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서 흘러서 이르는 강물
거기서 주는
다만 한줌의 꿈싸라기
기다림에 피곤해 진
내 유난히 환한 영창에 해가 뜨고
노을이 향락처럼 손을 흔들어 보이던 날
거기
성난 죄몫으로 유배된 내가 있다.
그러나 여기
발자욱도 더 머무를 수 없는 지역에서
나는 또 걸어야 했다.
정작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
그리운 만큼
더 멀리 있어야 했던 다정한 이들
눈을 감아도 환희 떠오르는 모습
지금은 어디에 있을까
어디로 어디까지 흘러 갔을까
바람이 인다.
잠자리 앉았던 풀꽃 자리에
비가 내린다.
하늘이 부어 주는 축복인 양
비를 맞으며 내가 걷는다.
강남 입구 터미날 문턱에서
내 방황의 눈길이 숱한 빛으로 서성인다.
...길
그 길을 걷기 위해서 내가 또 비를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