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24.금 15:50~19:30
마산항 입구 ←→ 구서분교 앞 사거리
15.6km, 3시간 40분 소요
금요일 오후의 마산해양누리공원은 한산하다 못해 한적하다. 운동을 하거나 오가는 사람도 거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평일 오후 4시가 안 된 시간이니...
시작점에서 걷게 되는 길은 철길 산책로다. 지금은 폐쇄된 북마산역과 마산항으로 이어졌던 철길을 시민들의 산책로(임항선 그린웨이)로 개발해 놓았다. 누가 구상했는지 칭찬해 줄 만한 일이다. 도심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폐철도를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 놓았다.
수변공원을 지나 월영동 아파트촌으로 들어서 조금 더 걸으니 산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보인다. 처음엔 조금 가팔랐지만 이내 고즈넉한 산길이 나오고 조금 더 걸으니 잘 포장된 천마산 임도가 나온다.
이 길은 천마산 터널이 개통되기 전 차들이 다니던 이차선 도로를 산책로로 조성해 놓은 것 같다. 구불구불하게 이어지는 임도는 노폭의 절반이 탄성 우레탄으로 포장되어 있어 걷기에 편하다.
약 6km 길게 이어지는 길 양쪽으로 언제 심었는지 모를 벚나무가 늘어서 있는데 만개된 벚꽃이 환상적이다. 고갯마루에 오르니 마산과 창원을 잇는 마창대교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내리막 길을 조금 내려가니 오른편으로 청량산 해양전망대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인다. 편도 약 470m 지그제그로 설치된 방부목 계단 앞에서 잠시 고민하다 포기했다. 저곳에 올라가면 사방팔방의 멋진 풍광은 즐길 수 있을 테지만 너무 늦었다. 벌써 6시가 가까운 시간이다.
올라온 만큼 이어지는 내리막길이 끝나면 차가 다니는 가포로와 만나는데 이 길은 인도도 없고 통행량도 조금 있는 편이어서 위험하다. 덕동삼거리까지 이어지는 도로를 걷다 보니 어느새 날이 어두워진다. 일기예보에는 오후에는 비가 그칠 것이라 했는데 천마산 임도가 시작될 부렵부터 비 같지 않은 비가 아주 조금씩 내리더니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두어 시간을 맞으며 걸으니 어느새 머리는 온통 젖었고 겉옷은 축축해졌다. 비 맞으면서 걷는 밤길이라니...
덕동 삼거리에서 왼쪽의 유산교를 지나 오른쪽으로 가니 유천마을이 나온다. 큰 건물이 보이는데 한우미담이라 적혀 있다. 갑자기 갈비탕이 먹고 싶다. 비는 오고 날도 어두워졌는데 거기다가 배까지 고프다. 그러고 보니 점심 먹고 나서 아직 아무것도 먹질 못했다. 혹시나 해서 월영동 아파트촌 입구 편의점에서 산 에너지바를 꺼내 먹으며 유산마을을 지나 가로등도 없는 시골길을 걷는다. 이런 밤길을 얼마 만에 걸어 보는지... 깜깜한 고향집 밤길이 생각난다. 고요하고 참 좋다.
손전등을 들고 유산고개를 향하여 조금 가니 왼쪽으로 유산 참숯 찜질방이 나온다. 어둡기도 했지만 비가 계속 올 것 같아 오늘은 여기서 유숙해야겠다 싶어 들어갔는데 10시까지만 한단다. 그래, 가는 데까지 가보자. 오기가 발동하여 계속 걷는다. 유산고개를 지나 내리막길을 가다가 오른쪽 샛길로 빠져야 남파랑길인데 직진을 하여 한참을 내려가다 두루누비 앱을 보니 한참을 지나쳤다. 잠시 고민하다 되돌아간다. 어차피 늦었고 걷고 싶어 떠난 길, 잘 됐지머, 하고... 다시 오르막을 올라 목적한 길로 들어섰다. 여긴 정말 시골마을 뒷길이다. 되돌아오길 잘했다. 곧 마전리가 나왔고 마전리 앞바다 모습은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10코스 종점 구서분교 앞 삼거리에 도착은 했는데 막막하다. 휴대폰 배터리는 진즉에 소진됐고 깜깜한 거리엔 사람의 흔적조차 없다. 대충 난감하다. 어느 집 대문 앞으로 가서 "이리 오너라~"를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멀리서 불빛을 흔들며 차가 달려오는 것이 너무 반갑다. 승용차든 트럭이든 일단 길을 막고 무조건 태워달라고 해야겠다 싶었는데 63번 시내버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