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5.토
해파랑길 21코스(12.7km)
영덕 해맞이공원 ←2.1km→ 오포해변 ←5.6km→ 경정리대게마을 ←3.7km→ 죽도산전망대 ←1.3km→ 축산항
걸은거리 13.51km
걸은시간 11:36~15:58, 4시간 22분 소요
http://blueroad.yd.go.kr/ko/open_content/course/snowcrab/
해파랑길 21코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해안길로 되어 있어서 동해안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길이다. 한적한 오솔길, 나무 데크길, 크고 작은 자갈길, 해수욕장 모랫길, 바위를 넘어가는 길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걸을 수 있는 길이었지만 때문에 시간은 예상보다 많이 걸렸다. 대탄마을 이후에는 편의점이나 변변한 식당이 없어 간식거리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점심을 먹지 않고 걸으면서 중간에 맛집을 만나면 먹으려고 계획했다가 배가 고파 식겁했다. 결국은 축산항까지 가서 해결했다. 물이라도 충분히 가져갔기에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정말 힘들 뻔했다.
손 뻗으면 닿을 듯한 창포말 등대. 영덕은 대게에서 시작하여 대게로 끝나는 대게의 고장이다. 대게를 형상화한 등대와 대게 모양의 장식을 한 해맞이공원 산책로, 거기다가 해파랑길 21코스 시작점에 있는 간이 매점에선 대게 빠진 국물에 익힌 오뎅을 판다.
원래의 해맞이공원은 나무가 울창한 숲이었는데 1997년 산불로 나무들이 모두 타서 황무지처럼 버려진 곳을, 몇 년에 걸쳐 가꾸고 가꾸어서 지금의 아름다운 공원으로 만들었고 한다.
영덕 해맞이공원은 동해안에서 가장 선명한 일출을 볼 수 있는 일출명소이다
꽃눈처럼 돋는 그리움을 어이 할까요
잎눈처럼 돋는 추억을 어이할까요
그대 없이 오는 봄 나는 싫네요
그대 없이 피는 꽃은 더더욱 싫네요.
사진을 찍을땐 무심코 찍었는데, 포스팅을 하며 다시 읽다보니 가슴이 저려온다. 봄이 오는 것도 싫고, 꽃이 피는 것도 싫은 '그대 없음'의 안타까움이
절절히 묻어나는 시다.
약속바위는 암석에 갈라진 틈(단열)이 마치 사람의 손 모양처럼 생겨 이름 붙여진 대표적인 명소이다.
약속바위 앞에 서서 지난날의 삶을 뒤돌아보고 해파랑길 걷기와 함께 마음의 안정을 되찾아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찾아갈 것을 나 자신과 약속한다.
해안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에는 약 2억 년 전 지하 깊은 곳에서 마그마가 식어 생성된 화강섬록암이 분포하고 있다. 이 암석에서는 여러 방향으로 쪼개진 단열, 포유암, 돌개구멍 등의 다양한 지질 구조들이 관찰된다. 단열이란 자연적인 힘에 의해 암석이 갈라진 구조를 말한다. 화강섬록암에서 관찰되는 얼룩무늬는 땅속에서 밝은 화강암질의 마그마 덩어리에 더 어두운 색을 가진 섬록암질 마그마가 침범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이렇게 얼룩무늬처럼 보이는 암석을 '포유암'이라 한다.
21코스는 처음부터 해안 오솔길을 따라 걷는 멋진 길이다.
지혜는 자연에 순응하며, 자연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다. 걷기를 통해 자연의 조화와 아름다움, 마음의 안식과 자족감을 오롯이 경험하면 우리의 인격이 성장하고, 삶에 대한 태도가 달라진다.
- 알베르트 키틀러의 <철학자의 걷기 수업> 중 -
파도는 바위에 부딪혀 하얗게 포말로 부서진다.
바위가 많은 해안은 뭔가 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느낌이다. 모래가 많은 해변이 평화를 떠올리게 해 준다면, 바위로 이루어진 바닷가는 많은 전설과 설화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바위 위의 저 소나무는 어떻게 삶을 버텨내고 있을까.
벽화만 봐도 맛집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지금은 배도 고프지 않고 국수가 땡기지 않아 패스다.
노물리 어느 집 앞에는 몽돌을 이용한 작은 탑을 많이 만들어 놓았다.
비릿한 바다 내음이 느껴지는 노물리 마을 어귀에는 '숭제당(崇祭堂)'이 있다. 마을의 충효정신과 애향심을 돋우어 화합하고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마을을 기원하고자 만든 제당이라고 한다.
실꾸리 감고 풀기
꾸리 꾸리 감자 맹주 꾸리
감자 실꾸리 감자~
맹주꾸리 감자
꾸리 꾸리 풀자 맹주꾸리
풀자 실꾸리 풀자~
노물리 마을은 전통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을답게 민속놀이 벽화들이 이쁘게 그려져 있고, 조형물도 만들어 놓았다. 전라남도 진도군의 강강술래와 비슷한 율동처럼 보인다.
노물리의 노물은 늙지 말라는 뜻이라고 한다.
시원한 인공폭포를 만들어 놓았다.
산에서부터 해안 바위까지 기가 뻗어 바위 부분에 모여 있고, 뒤에는 산이 높고 북쪽에는 청룡이, 남쪽에는 백호가 형성되어 '기 받기 좋은 곳'이라 한다. 잠시 멈춰 서서 좋은 기를 받고 지나간다.
아름다운 해안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연속해서 이어진다. 절경인 해안길을 걷기 좋은 데크길로 만들어 놓아 편하게 걸으면서 감상한다.
자연 속을 걸으며 자연의 광대함과 아름다움에 마음 깊이 경외감을 느끼고 감탄할 때, 마음의 정화가 일어난다. 정화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바로감사하는 마음이다.
- 알베르트 키틀러의 <철학자의 걷기 수업> 중 -
해안절벽에 피어있는 꽃. 향긋한 꽃내음이 절로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해안 절벽에 늘어선 집들이 그림 같은 마을, '따개비 마을'이다. 해안 절벽에 집들이 마치 바위 위의 따게비처럼 붙어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기암괴석이 많아 '석동마을'이라고도 불린다.
초소를 지키는 군인 아저씨는 지나가는 길손을 보고 손을 흔들어 반갑게 인사한다.
자갈길을 길어 경정3리 마을로 들어선다. 이곳 경정3리 오매마을은 16세기경 안동권씨가 들어와 살았는데 그 뒤에 김해김씨가 개척하면서 함께 살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풍수쟁이 지관이 우연히 지나가다 남쪽에 오두산이 있고, 마을 앞에는 매화산이 있으므로 까마귀 '오'자와 매화나무 '매'자를 따서 오매라 칭했다 한다. 다르게는 까마귀가 열매를 물고 마을로 들어오는 형국이라 하여 오매라 하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바다와 마을 앞길을 걸여가다 보면 높은 둔덕을 뒤덮은 향나무 무리를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여러 그루가 아니라 한 그루하 한다. 500년 전 안동권씨가 들어오면서 이곳 마을 앞 동신바위에 향나무와 소나무, 대나무를 심었는데, 한국전쟁 당시 폭격으로 대나무가 죽고 현재의 모습으로 남았다고 한다. 이 향나무는 마을에 풍어와 풍년을 기리며 제를 올리는 동신당 뒤에 뿌리를 박고는 기암절벽을 온통 뒤덮고 있다. 옛날에는 사람들이 그 위로 올라가 향나무 그늘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여유를 즐겼지만, 워낙 사람들 발길에 몸살을 앓는 향나무를 걱정한 이곳 주민들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통제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반드시 오르고 싶다면 이장님의 허락과 함께 동행하여 올라가야 한다. 길손은 수고로움을 사양하고 그냥 아래에서 상상만 하며 올려다본다. 꼭대기 가장자리에 마치 한 그루의 독립된 나무처럼 우뚝 숫은 항나무가 여전히 생명의 기운을 키우며 자라는 모습이다. 하나의 둔덕으로 뒤덮은 항나무는 경상북도 지정(1982.10.29) 보호수로서 이곳 사람은 물론 모든 이들에게 존경을 받는다 한다.
경정3리 해변엔 가족 단위 갬퍼들이 오후를 즐기고 있다.
경정리 해안
경정리에는 해안을 따라 붉은 지층이 넓게 분포한다. 해안으로 내려가 자세히 보면 붉은색 바위 지층은 입자가 고운 이암이다. 이암 사이에는 모래와 자갈로 이루어진 밝은 색의 사암이 들어 있다. 이 지층은 공룡이 번성하던 중생대 백악기에 강 주변의 범람원에서 형성되었고, 층리, 사층리, 하도구조, 점이층리 등 여러 가지 퇴적 구조들도 함께 관찰된다. 특히 이암과 사암 사이에는 수직으로 작은 원기둥 모양의 구조가 관찰되는데 이는 퇴적될 당시 갯지렁이나 게와 같은 해양 생물들이 남긴 구멍에 퇴적물이 채워진 것이다. 이를 '서관구조'라 하고, 과거 생물의 활동 흔적이 남아 있는 일종의 생흔화석이다. 밝은 색을 띠는 암석은 대부분 사암이지만 일부는 자갈을 포함하는 역암이다. 밝은 색 암석은 옆으로 가면서 층의 두께가 점차 얇아지다가 사라지기도 하는데, 범람원 사이를 흐르던 하천의 모양을 나타낸다. 이를 '하도구조'라 한다.
고려 29대 충목왕 때에 정방필이라는 사람이 초대 영해부사로 부임해 오게 됐고 부사가 마을을 순시할 때 영덕대게 맛을 보고 극찬했다. 마을 앞에 동해의 우뚝한 죽도산(竹島山)이 보이는 이곳에서 잡은 게의 다리모양이 대나무와 흡사해 ‘대게’라 부르게 됐고, 영덕군은 차유마을을 내력에 따라 대게원조마을로 명명했다. 차유마을이라는 이름은 영해부사 일행이 수레를 타고 고개를 넘어왔다고 하여 車踰(수레차, 넘을유)라 하였다고 한다. 왕건과 견훤이 겨룰 때 차유마을을 방문해 이때 왕에게 게를 진상했다고도 전해진다.
대게 원조마을을 지나 오솔길을 오르락내리락하며 걷는다.
죽도산 전망대가 눈앞에 보인다. 산길을 빠져
나와 호텔 앞 백사장으로 걸어간다. 백사장은
한가롭다.
굵은 모래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해변이다.
블루로드 다리를 건너 죽도산 전망대로 향한다.
죽도산 전망대는 화재로 인해 복구 중이라 통행이 제한되어 산중턱에서 우회한다.
죽도산에서 내려와 골목길을 거쳐 축산항으로 간다.
드디어 해파랑길 21코스 종점인 축산항에 도착했다. 이 코스는 산길과 바닷길이 조화를 이룬
정말 아름다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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