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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 20코스(영덕 블루로드 A코스)

나는... 누구인가? 2024. 5. 25. 23:53

2024.05.25.토

해파랑길 20코스(10.6km)
강구파출소 ←3.7km→ 금진리 ←1.6km→ 하저리 해수욕장 ←2.8km→ 창포항 ←2.5km→ 영덕 해맞이공원

걸은거리 11.9km
걸은시간 08:53~11:25, 2시간 32분 소요

영덕 블루로드 A코스 / 빛과 바람의 길

http://blueroad.yd.go.kr/ko/open_content/course/wind/

영덕 블루로드의 A코스입니다.

걷는 것은 그곳에 사는, 또는 그곳을 여행하는 사람들과 교감하고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일이다. 내가 지금 걷고있는 이 길이 지명이 어떠하며 위치가 어떠하며 풍광이 어떠한 지를 떠나서 내가

blueroad.yd.go.kr

어제는 조금 늦은 시각에 해파랑길 19코스를 걷기 시작해서 강구항에 도착하여 저녁을 먹고 나니 초저녁 어둠이 밀려오고 있었다. 다음 날 해파랑길 20, 21코스(강구항에서 축산항까지)를 걷기 위해 차를 어디에 두고 출발해야 할지를 판단하기 위해 인터넷으로 농어촌 시내버스를 검색했다. 강구항에서 축산항까지 걷고 나서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강구항으로 돌아오는 것이 나을지 아니면, 축산항으로 가서 숙박을 하고 아침에 강구항으로 오는 버스를 타고 와서 축산항으로 걸어가는 것이 나을지를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다행히 아침 7시 20분에 축산항에서 영덕읍으로 출발하는 버스가 있고, 영덕읍 버스터미널에서 강구항으로 가는 버스가 자주 있어서 축산항으로 가서 숙박하기로 한다. 아직은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은 시간에 출발했는데 축산항에 도착하니 방향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깜깜한 어둠이다. 부두에 차를 세워 놓고 숙박할 곳을 검색하니 여러 곳의 펜션과 세 곳의 모텔이 검색된다. 여행을 하면서 경비지출이 많이 발생되어 가급적 싼 곳을 찾아야 한다. 도심지의 게스트 하우스는 4~6인실이면 만오천원에 하루를 유할 수도 있는데 시골지역엔 그런 곳이 없다. 세 군데 모두 전화를 돌렸다. 한 곳은 6만원이고 한 곳은 전화를 받지 않는다. 마지막에 전화를 건 '가야모텔'은 1인숙박이면 4만원이라 해서 그곳으로 갔다. 겉으로 봐선 오래된 모텔이라 누추할 것으로 짐작되었는데 객실 내부는 의외로 깨끗했다.

해안도로를 따라 걷는 길

해파랑길 20코스는 두루누비 앱이나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지도상엔 [강구파출소 ---> 금진리 ---> 하저리해수욕장 ---> 대부항 ---> 창포항 ---> 영덕 해맞이공원] 순으로 표기되는데, 두루누비 앱의 텍스트는 [강구파출소 ---> 봉화산 ---> 고불봉 ---> 신재생 에너지 전시관 ---> 영덕 해맞이공원] 순으로 적혀있다. 앞의 길은 해안도로를 따라 걷는 길이고, 뒤의 길은 영덕 풍력발전단지를 지나가는 산행길이다. 어느 길이 원래 길인지 모르겠으나 짐작건대 최근에 풍력발전단지 증설공사가 한창이어서 위험구간이 많아 임시로 변경된 것이 아닌가 싶다. 풍광은 풍력발전단지 길이 좋을 것 같았으나 두루누비 앱이 안내해 주는 해안길을 따라 걷는다.

풍력발전단지를 지나가는 산행길

강구파출소 좌측 벽면에 설치되어 있는 해파랑길 20코스 출발점 QR코드를 인증하고 강구대교를 향해 걸어간다.

영덕대게의 주산지 강구항답게 강구대교 입구엔 대형 게모형이 설치되어 있다.

3km에 이른다는 강구 대게거리는 아직은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지나가는 행인이 거의 없다.

대게거리가 끝날 무렵에 있는 '영덕해파랑공원'이다. 거센 파도와 그 위를 날고 있는 갈매기를 조형했고, 옆에 있는 빨간색 대게인형은 앙증맞게 귀엽다.

해파랑공원은 강구항 연안을 매립하여 영덕대게축제 등 넓은 공간이 필요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기 위한 장소 조성과 관광객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10년간의 매립을 거쳐 2016년 12월 준공하였다고 한다.

대게의 고장답게 가는 곳마다 대게를 상징하는 특이한 조형물들을 많이 설치해 놓았다. 거대한 대게모형은 마치 괴물같이 느껴진다.

해변을 따라 넓은 데크를 조성해 놓았고 비스듬히 누을 수 있는 의자도 준비되어 있다.

해파랑공원을 지나면 차도옆 해변으로 데크길을 만들어 놓아 걷기에 위험하지 않고 풍광도 좋다.
해변 가드레일에는 '사랑의 열쇠'를 대신한 맥주캔을 매달아 놓았다. '사랑의 맥주캔'이라 불러야 할까! 젊은이들의 기발한 퍼포먼스가 아름답다.

소공원엔 금계국이 만발하다.
전국의 도로변과 강변에 흔하게 피어있는 금계국은 사실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큰금계국'과 그냥 '금계국'이 그것이다. 이 두 꽃은 유사하지만 몇 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큰금계국은 여러해살이 식물로서 씨앗뿐만 아니라 뿌리로도 번식한다. 반면 금계국은 한두해살이 식물로서 번식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금계국과 큰금계국을 구별하는 방법 중 하나는 꽃의 색상이다. 금계국은 수술이 붉은색인 반면, 큰금계국은 전체가 노란색이다. 금계국과 큰금계국 모두 북미가 원산지인데 이들은 일제강점기 시절에 한국으로 유입되었으며, 원래는 원예용으로 재배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강력한 번식력으로 인해 이제는 도로변뿐만 아니라 산천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번식력 때문에 큰금계국은 생태교란종으로 분류되며, 우리나라의 기존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한다. 도로변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아름다움과는 별개로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식물이다. 종자뿐만 아니라 뿌리로도 번식하여 다른 식물들이 자랄 공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본에서는 큰금계국을 생태교란종으로 지정 관리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2018년 국립생태원에서 큰금계국을 유해성 2등급으로 발표했다. 위 사진에 나오는 것은 큰금계국이다.

걷기 좋은 데크길은 곧 끝나고 이제부터는 차도를 따라 걸어야 한다. 통행하는 차량이 많고 속도도 제법 내고 있어 최대한 길 가장자리로 붙어 조심해서 걸어야 한다. 특히 이어폰을 끼고 걷는 것은 삼가야 한다. 참으로 위험한 짓이다.

자칫 지루한 차도를 걷는 길이었겠으나,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는 바다를 원 없이 보면서 걸으니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그렇게 차도를 따라 1.5km 정도 걸어서 하저리에 도착한다.

하저해수욕장에는 관광객은 보이지 않았고 갈매기들만 먹이활동을 하면서도 먼바다를 바라보며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문득 저 갈매기 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길을 걷다 보면 이제 어느 정도 나이를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바라는 것이 많기 때문에 사는데 즐거움이 덜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누구나 바라는 것이 없기야 하겠는가 만, 그것이 많아서 문제인 것이다. 성취하지 못한 일에 대한 아쉬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는 것은 욕심의 증거일 것이다. 가보지 않은 길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은 사실 어리석음 일수도 있다. 그 길을 갔으면 지금 보다 못할 수도 있었다는 절반의 확률을 간과한 것이다. 이 길을 걸으면서 희망을 찾기보다는 욕심이 가득한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비우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

곳곳에 대게 조형물들이 많이 보인다.

하저교

하저리 마을회관 앞의 장미. 5월은 정말 장미의 계절이다.

'꿈이 이루어지는 대부리'
타이틀이 멋지다.

해녀(海女) : 바닷속에 들어가 해삼, 전복, 미역 따위를 따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여자

지나는 길 곳곳에 미역이 햇볕을 쬐고 있었고 여러 종류의 생선들이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창대항 포구

버스 모양을 한 창포마을의 아담하고 예쁜 버스정류장이다.

여기도 길 양쪽으로 큰금계국이 만발하다. 비록 생태교란종으로 지정되기는 했지만 진한 향기와 노란 꽃빛이 여행자의 마음을 즐겁게 한다.

국립청소년해양센터
창포항 등대에서 산모퉁이를 돌아서면 '해양을 배워 해양으로 향하리라'라는 슬로건으로 설립된 '국립청소년해양센터'가 있다. 이 해양센터는 청소년들에게 호연지기를 길러주는 해양환경체험 등 여러 가지 해양 프로그램체험을 운영하고 있다.
관람은 되지 않고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단체예약을 받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다.

해양체험관 : 국립청소년해양센터

작  품  명 : 大洋의 빛
작품설명 : 영덕의 화합에너지가 '大洋의 빛'을 담아
                 세계적 명품! 영덕대게! 를 힘차게
                 들어 올리는 형상으로 이곳을 방문하는
                 모든 분들에게 동해의 잠재된 에너지와
                 거대한 기운을 담아 드립니다.

해맞이공원을 앞두고 있는 오르막길인데 경사가 크지 않아 힘들지는 않다.

경사길을 지나는 언덕 위에 창포말등대가 있다. 여기는 정말 모든 표현이 대게다. 대게의 집게발이 하얀 등대를 감싸 안고 있는 모습이다. 항로표지 기능과 전망대 기능을 함께 담당한다. 등탑 자체는 흰색인데 대게 조형물은 청동색을 띤다. 태양을 상징하는 붉은색 등롱을 잡으려는 모습의 조형물이다. 이 등대는 밤이면 붉은 조명을 등대 쪽으로 비추어 낮에는 파랗게 보이던 집게발이 밤이면 붉은빛을 낸다고 한다.

해맞이공원의 도로 조형물

저 조형물들도 대게 다리를 抽象化한 것일까?

영덕 해맞이공원

이곳에서 휴식겸 간단한 식사(쵸코바 2개, 옥수수차 1병)아닌 식사를 하고 21코스 걷기를 준비한다. 사실 식사를 하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고 주변에 식당이 없어 21코스를 걷다가 괜찮은 맛집이 있으면 점심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