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등산/해파랑길

해파랑길 1코스

나는... 누구인가? 2024. 4. 20. 21:32

2024.04.20.토

해파랑길 1코스(16.9km)
오륙도해맞이공원 ←4.7km→ 동생말 ←3.1km→ 광안리해변 ←7.6km→ APEC하우스 ←1.5km→ 해운대관광안내소

걸은거리 20.16km
걸은시간 09:32~15:12, 5시간 40분 소요

이틀간의 출장을 마치고 해파랑길을 시작하기 위해 늦은 밤 부산으로 내려왔다. 숙소를 어디에 정할까 고민하다 해운대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검색해서 갔다. 요금이 저렴하기는 하지만 그다지 깨끗한 곳은 아니다. 그러나 그동안 둘레길을 걸으며 들인 비용을 생각하면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할 형편이다. 잠자리에 들었지만 새로 시작하게 되는 해파랑길에 대한 기대와 여러 잡념에 쉬이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새벽녘이 되어서야 겨우 눈을 붙일 수 있었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에게 부탁하여 차는 숙소 내 주차장에 세워두고 시내버스를 타고 오륙도 해맞이공원으로 이동했다.

해파랑길은 '동해의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길동무 삼아 함께 걷는다.'는 뜻으로 총 10개 구간 50개 코스 770km로 이루어져 있다. 해파랑길 첫 번째 코스는 부산시 남구 용호동과 해운대구 중2동을 잇는 해안길로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출발해 광안리해변과 APEC해변을 지나 미포에 이르는 구간이다. 해식절벽과 동해안의 자연경관은 물론 화려하고 번화한 광안리, 해운대 관광을 겸할 수 있다.

승두말에서 바라본 오륙도 스카이워크

오륙도 해맞이공원은 부산시 남구 용호동 일대에 있다. 오륙도 맞은편 언덕 위에 있으며, 오륙도를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오른쪽 북쪽 해안을 동해라 부르고 왼쪽은 남해라 부르며, 동해로 가는 770㎞ 해파랑길과 남해로 가는 1,463㎞ 남파랑길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탁 트인 바다, 수선화, 유채꽃이 여행자를 반기고 바다와 오륙도를 조망하기 좋은 스카이워크가 설치된 공원이다. 스카이워크는 오륙도를 바라보는 전망대로 해맞이공원의 상징물이다. 35m의 해안 절벽에 철제빔을 세워 그 위에 24개의 유리판을 U자 형태로 돌려 넣은 15m의 돌출 유리 다리이다. 스카이워크 절벽 아래 해안선에는 동해와 남해 분기점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다. 예로부터 동해와 남해가 서로 만나는 상징적인 곳으로 잘록하게 튀어나왔다고 하여 ‘잘룩개’, 또는 말안장처럼 생겼다고 해서 ‘승두말’로 불린다. 이곳에서 오륙도를 가까이 볼 수 있다.

오륙도는 육지인 승두말로부터 남남동으로 가지런하게 늘어서 있는 바위섬들로 2007년 10월 문화재청에서 국가명승 제24호로 지정하였으며, 2013년 12월 환경부에서 부산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받았다.
12만 년 전까지는 육지와 이어진 작은 반도였던 것이, 오랜 시간 거센 파도의 침식작용으로 육지에서 분리되어 지금의 모습이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1740년에 편찬된 <동래부지 산천조>에 '오륙도는 절영도 동쪽에 있다. 봉우리와 뫼의 모양이 기이하고 바다 가운데 나란히 서있으니 동쪽에서 보면 여섯 봉우리가 되고 서쪽에서 보면 다섯 봉우리가 되어 이렇게 이름한 것이다.'라고 기록된 바와 같이 보는 사람의 위치와 방향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데서 유래한 것이라 한다

오륙도의 섬은 방패섬, 솔섬, 수리섬, 송곳섬, 굴섬, 등대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등대섬을 제외하곤 모두 무인도다.

오륙도의 ㅇㄹㄷ를 형상화한 조형물이다. 한글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작가의 연출이 뛰어나다.

잠을 설쳐 늦잠을 자는 바람에 서둘러 버스를 타고 오느라 아침을 먹지 않았더니 시작도 하기 전인데 벌써 걷기가 힘들다. 해파랑길 편의점에서 컵라면으로 허기를 달래고 해파랑길을 시작한다.

해파랑길은 언덕을 오르는 길로 시작된다. 저너머에는 어떤 풍광이 펼쳐져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해운대까지 이어지는 17km의 길이 사뭇 기대된다.

가파른 절벽 위 비탈에는 진한 향기를 내뿜는 유채가 만발하다. 이곳은 군사구역으로 오랫동안 묶여 있다가 1993년에 개방되었다고 한다. 초여름을 방불케 하는 날씨는 어느새 연두를 밀어내고 초록으로 채우기 시작한다.

언덕을 지나 해안을 따라 걷다 보면 벼랑 아래는 파도가 밀려와 하얗게 포말로 부서지고 있다. 오랜 세월 침식이 만든 깎아지른 절벽과 시원하게 울려 퍼지는 파도 소리는 여행자의 마음을 흥겹게 만들어 준다. 잘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니 저절로 자연에 동화되어 감을 느낀다.

크게 힘든 길은 아니지만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는 길이고 일찍 찾아온 더위에 머리에서는 땀이 흐르고 숨소리도 거칠어진다.

농바위는 상자를 3단으로 쌓아 놓은 듯한 바위다. 농바위라 부른 유래는 버들체나 싸리나무 등으로 함처럼 만들어서 옷가지 등을 넣어두는 가구를 농이라 하는데, 제주 성산포 해녀들이 남천동 해안가에 자리 잡고 물질을 하면서 이기대와 백운포의 특정 바위를 기준으로 서로 연락하는 수단으로 농을 닮은 이 바위를 농바위라 불렀다고 한다. 기암괴석들은 보는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연출되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면 농바위지만 바다에서 바라보면 부처를 닮았다고도 한다.

멀리 안갯속으로 희미하게 엘씨티 빌딩이 눈에 들어온다. 많은 사람들이 누려야 할 해운대의 경관을 일부 소수의 권력자가 특혜를 받아 건설한 건축물이다. 인간의 과욕이 불러낸 작품이 아닐까 싶다.

농바위를 뒤로하고 해안 산책로를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한다. 우측으로는 바다를 좌측으로는 산을 끼고 함께하며 걷는 길이다. 남파랑길을 걸을 때 거제구간에서 아름다운 해안들을 많이 보았는데 이곳 이기대의 모습도 참 매력적인 곳이다. 남들에게 꼭 추천하고픈 풍광이 뛰어난 좋은 곳이다. 숲 길을 걸으면서 푸른 바다를 볼 수 있는 이 길이 대도시에 있다는 것은 부산 사람들로서는 참으로 축복이 아닌가 싶다.

길섶에는 야생 산딸기가 하얀 꽃을 피우고 있다. 어떤 것은 꽃잎이 다 떨어지고 열매를 키우기 시작하는 것들도 있다.

이기대는 임진왜란 때 수영의 기녀 두 사람이 술에 취한 왜장과 함께 물속으로 떨어져 죽었다는 데에서 유래되어 이름 지어졌다고 한다.

이기대공원의 갈매기 조형물이다. 풍광이 좋은 장소에 어울리는 멋진 포토존이다. 갈매기와 구름과 파도를 형상화한 것이다. 부산하면 떠오르는 것이 '부산갈매기' 노래와 '롯데자이언츠' 야구단이다. 지금은 예전만 못하겠지만 옛날엔 사직구장에서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부산갈매기가 몸살을 앓을 정도로 떼창을 했었다. 갈매기는 1978년도에 부산의 시조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갈매기의 흰색은 백의민족을, 멀리 나는 갈매기의 강인함은 부산시민의 정신을 상장한다고 한다.

이기대 출렁다리는 여러 개가 연속으로 설치되어 있다.

멀리 좌측으로는 광안대교가 조망된다.

트레일 길이 끝나고 용호 별빛공원이 보이는 곳에서부터 길은 도심을 향한다. 포장도로가 시작되면서 여러 개의 횟집이 나오고 조금 더 걸으니 동산교라는 작은 다리가 나온다. 다리 아래로 흐르는 물은 부산 남구의 하수처리장과 바다를 잇는 수로이다.

용호만 매립부두 앞을 지나는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일기예보에 비소식은 없어서 판초우의도 우산도 가져오지 않았는데 난감하다. 우산을 사려고 근처를 살펴보아도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은 보이지 않았다. 택시를 탈까 잠시고민 하다가 그냥 걷기로 했다. 다행히 추운 날씨가 아니기에 비를 맞아도 큰 탈은 나지 않을 것 같다.

삼익비치 아파트옆 해안도로를 지난다. 이 아파트는  겉으로 보기에는 깨끗해 보이는데 상당히 오래전에 건축되었는지 지금은 재건축이 대한 기대로 들떠있다고 한다. 재건축이 추진된다면 엄청난 시세 차익이 예상된다. 이곳의 해안도로는 자동차는 다니지 않고 스케이트 보드, 자전거 등 만 다니는 길이다. 이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에겐 축복이다. 여름에는 한낮의 강한 햇빛을 피할 곳이 없어 불편하겠지만...

삼익 비치 아파트가 끝나고 모퉁이를 돌면 드디어 광안리 해변이 보이기 시작한다. 물에는 젊은 남녀가 한창 요트연습 중인데 가까이 가서 보니 대학교 요트동아리 학생들이다.

깔끔하게 정비된 광안리 해변 시설물들이 비 오는 날의 운치를 더해준다.

차도보다 넓은 자전거 길과 도보 길이다. 이 길은 민락 수변 공원을 거쳐 해파랑길이 강을 건너는 민락교까지 이어진다. 바로 옆 바다 쪽으로는 테트라포트가 높이 쌓여 있다.

길은 민락회센터를 지나 민락수변공원으로 이어진다. 빗방울은 점점 더 굵어지고 온몸은 젖었다. 광안리 해수욕장 편의점에 우산을 팔고 있었으나 사지 않았다. 그냥 비를 맞으면서 걷고 싶었다.

민락교를 지나는데 바람이 많이 분다. 비에 젖은 몸은 이제 한기를 느낀다.

바다 위를 지나는 웅장한 다리와 거대한 건축물들이 인간 능력의 한계가 어디까지 인지 궁금케 한다.

길은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다. 요트 경기장을 지나고 해운대 해변로를 거쳐서 동백섬에 이르면 마지막으로 해운대 해변을 지나 오늘의 목적지인 미포항에 도착한다.

마린시티 앞 인도로는 해운대 영화의 거리가 시작된다. 비바람은 세지만 바람, 바다, 마천루, 영화 이야기가 어우러져 나름의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몸은 지쳤지만, 예전에 보았던 영화들을 한편 한편 되새김질하며 잠깐이지만 몸의 고단함을 잊어 본다.

동백섬으로 들어가는 입구. 해파랑길은 동백섬 안으로 들어가서 누리마루 전망대를 거쳐서 해안 산책로를 통해 해운대해수욕장으로 나오는 코스로 이어진다.

동백섬은 섬 전체가 부산광역시 지정 기념물 제46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곳은 원래는 섬이었으나, 장산 폭포에서 흘러내린 물과 부흥봉에서 내려온 물에 모래가 실려와서 쌓이면서 뭍과 연결되었다. 동백 공원은 동백섬 내에 있는 공원으로, 동백나무와 소나무가 울창하여 공기가 깨끗하고 경치 또한 아름다워 인근 주민들의 휴식처로 사랑받고 있다.

섬의 둘레를 따라서 해안을 걷는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는데, 걷기 편하게 나무 데크가 깔린 산책로를 걷다 보면 푸른 바다와 해운대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으며 중간중간 인어상과 등대, 출렁다리, 누리마루 APEC 하우스 등 동백 공원의 주요 뷰 포인트를 만날 수 있다.

누리마루 APEC하우스는 2005년 11월 19일, 아시아 태평양 21개국 지역 정상들이 모여 APEC정상회의와 오찬을 가진 장소로, 해운대구 우동의 동백섬에 세워진 국제회의장이다. 이곳을 방문한 각 정상들은 누리마루 APEC하우스를 최첨단 회의 시스템, 고품격 서비스, 한국 전통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모두 겸비한 최고의 회의장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누리마루 APEC 하우스 명칭은 순수 우리말인 ‘누리(세계)마루(정상)’와 APEC 회의장을 상징하는 ‘APEC하우스’를 조합한 것으로 ‘세계 정상들이 모여 APEC 회의를 하는 집’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울창한 동백나무와 송림으로 둘러싸인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동백섬에 위치해 있으며, APEC 이후 기념관 및 국제회의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누리마루는 지상 3층의 건축물로 건물 전체의 조형은 한국 전통의 건축인‘정자’를 현대적으로 표현했으며, 지붕의 형태는 동백섬의 능선을 형상화하였고, 외부의 사선 기둥(12개)은 Dynamic Busan의 역동성을 표현, 내부의 장식은 한국의 창조적 전통문화를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우리나라 대청마루를 컨셉으로 한 테라스에서는 오륙도, 광안대교, 달맞이 언덕 등을 조망할 수 있으며, 누리마루는 자연미와 현대미를 고루 갖춘 고품격 국제회의장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현재 이곳 누리마루 APEC하우스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각 국 여행자들이 방문하고 있는 부산의 대표적인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인어상
공주의 슬픈 사연
1974년에 건립된 것으로 높이는 2.5m이다. 이 인어상에는 인어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 살아간 황옥 공주에 대한 전설이 얽혀 있는데 그 전설이 슬퍼서인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애잔함을 느끼게 한다.

해운대 엘레지
<한산도 작곡, 백영호 작사, 손인호 노래>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헤어지지 말자고
맹세를 하고 다짐을 하던 너와 내가 아니냐
세월이 가고 너도 또 가고 나만 혼자 외로이
그때 그 시절 그리운 시절 못 잊어 내가 운다

울던 물새도 어디로 가고 조각달도 흐르고
바다마저도 잠이 들었나 밤이 깊은 해운대
나는 가련다 떠나가련다 아픈 마음 안고서
정든 백사장 정든 동백섬 안녕히 잘 있게나
https://youtu.be/6YMn_NPNs_o?si=Ep9myuI7m-TntF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