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7.금
해파랑길 23코스(11.6km)
고래불해변 ←1.1km→ 병곡휴게소 ←3.7km→ 금곡교 ←3.8km→ 백암휴게소 ←3.0km→ 후포항
걸은거리 11.90km
걸은시간 14:49~17:30, 2시간 4분 소요
후포항 한마음광장에 주차를 하고 폰으로 농어촌버스 시간표를 검색하니 다행히 고래불해수욕장으로 바로 가는 버스가 있다. 버스정류소를 찾아보니 바로 옆 도로변에 있어서 정류소에 붙어 있는 시간표를 보고 있자니, 주변에서 옷가지들을 파는 노점상 아주머니께서 "어디 가는데예?" 하고 물어보길래 "고래불해수욕장으로 갑니다." 했더니 "아이고 1시 40분 고래불 뻐스 금방 갔는데~~." 하고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씀하시더니 바로 "다음 뻐스는 2시 20분이시더, 1시 40분, 그다음 2시 20분."이라고 씩씩하게 말씀하신다. 아마 여기서 오랫동안 장사하느라 시내버스 시간표를 외우시나 보다. 기다리는 동안 팔고 있는 옷 구경도 하고, 바로 옆 소형트럭에서 갖가지 공구를 갖추고 등에는 '칼부장'이란 글자가 새겨진 조끼를 입고 칼을 가는 중년 남자의 숙련된 칼갈이를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노점상 아주머니께 "여기서 장사하신 지 오래되셨나 봐요." 했더니 2004년부터 지금까지 20년간을 매일 이 자리에서 노점을 펼쳤다고 하시며 지금까지 고생하며 살아온 온갖 이야기를 펼치셨다.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시간은 금방 흘렀고 어느새 고래불행 버스가 도착했다.
해파랑길 23코스는 영덕 고래불해수욕장에서 후포항까지 해변 길을 따라 걷는 12km 정도의 길이다. 특별한 명소도 없고 다른 구간에 비하여 소박하고 평범한 어촌 마을길이다. 비교적 단조로운 길을 아무 생각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여유롭게 걷기 좋은 길이다.
고래불 해변 주차장 입구 광장에 <전설 부활을 꿈꾸며>란 조형물을 설치해 놓았다. 고래불은 고려말 대학자 목은 이색이 상대산에 올라 고래가 하얀 물을 뿜으며 노는 모습을 보고 고래가 노는 뻘이라고 칭한 데서 유래되었다.
먼바다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뒤로한 채 사람이 그리워 찾아든 고래들과 마주한 형태를 표현하였다.
이것은 인간과 자연은 하나이며, 고래불의 바람과 물, 태양 등은 채움과 비움 속에 존재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해변 정자 좌측의 언덕길을 오르면 펜션들이 자리 잡은 구릉을 지난다.
단조로운 길을 단조로운 마음으로 걷는다. 단조로운 도로처럼 때로는 우리 삶도 단조롭게 느껴질 때가 많다. 단순하고 변화가 없어 새로운 느낌이 없는 상태의 삶은 어쩌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단조로움은 차분함, 평온함, 크게는 해탈의 경지는 아닐지...
만물이 생멸하는 단조로움의 반복이 무상의 경지가 아닐까? 살아가면서 나의 감정도, 일상도, 사람 관계도 재미가 좀 없더라도 단조롭게, 느슨하게, 느긋하게 가져가 보자. 매일 우리가 무언가를 단조롭게 반복한다는 것은 수양의 길이고, 스스로 자기의 운을 키우는 일일 것이다.
옛 7번 국도변의 병곡휴게소의 모습니다. 4차선 신도로가 새로 생기면서 이용객이 없어져 폐허로 변했다. 40여 년 전 고등학교 2학년 때 수학여행을 가서 설악산에서부터 포항까지 7번 국도를 타고 내려오면서 들렀던 기억이 새롭다. 그땐 굉장히 큰 휴게소라 인식되었는데 지금 보니 아주 조그마한 휴게소에 지나지 않는다. 예전엔 많은 차들로 인해 주차를 하지도 못했을 정도로 번성했던 곳이었을 텐데 그때의 영광은 어디로 간 것인지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
폐허로 변한 양식장. 여기서도 세월의 무상함은 묻어난다.
병곡휴게소를 지나 백석1리로 가는 도로변을 따라 드문드문 고급스러운 펜션들이 들어서 있고 길가엔 어김없이 큰금계국이 만발하다.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된 큰금계국은 향기도 좋고 우선 보기엔 좋을지 몰라도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뿌리로 인해 다른 식물들이 자랄 자리를 모두 빼앗고 있다. 큰금계국이 지고 나면 과연 그 자리에 가을 코스모스는 자랄 수 있을지... 이러다 전국토가 큰금계국으로 덮이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얼마 전 TV에서도 그 심각성을 보도하며 전국에서 동시에 제거작업을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하는 것을 본 기억이 난다.
지루하게 걸어서 도착한 백석리 마을 월파 방지벽엔 타일을 이용한 모자이크로 재미있는 바다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성난 파도가 직접 방파벽을 때리지 못하도록 길게 테트라포트를 설치해 파도를 달랜다.
항구밖 바다엔 파도가 크게 일렁이는데 방파제 안은 고요한 호수와 같다. 꾸준한 수양을 통해 마음속에도 하나, 둘 씩 테트라포트가 쌓아 탐진치 삼독을 달랠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도로 건너편으로 칠보산 휴게소가 보인다. 7번 국도를 이용하는 여행객들이 들러 휴식과 식사를 하는 곳이다. 한식 뷔페의 가성비가 좋다고 소문난 곳이다.
국도변을 걷다가 계단을 내려와 콘크리트로 조성된 방파계단을 따라 걸어본다. 이 해변은 큼지막한 몽돌 해변이다. 파도가 밀려왔다 빠져나가면서 돌 구르는 소리를 낸다. 거제도의 작은 몽돌이 내는 소리가 또르륵 또르륵이라면 여긴 드르륵 드르륵이다. 그 소리나 이 소리나 마음을 차분하게 해 준다.
바다가 위로가 된다면 그 첫 번째 이유는 바다의 극강의 아름다움 덕분이다. 바다의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우리는 눈을 떼지 못한 채 무미건조하면서도 답답한 근심과 동요에서 벗어나 더욱 고매한 삶을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로랑스 드빌레르의 '모든 삶은 흐른다'>에서
어딜 가나 질리도록 보는 큰금계국이다. 이러다 정말 우리나라 산하엔 큰금계국만 자라게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작은 항구인 금곡항은 여행객도 주민들도 보이지 않는 한적한 모습이다.
영덕군 병곡면 금곡2리와 울진군 후포면 금음4리는 마치 같은 마을인 것처럼 나란히 해변에 붙어있는 어촌마을이다. 금음4리는 1960년대 초반 행정구역 개편 이전까지는 강원도에 속하여 경상북도와 강원도의 경계가 되는 곳이었기에 지경(地境)이란 지명을 사용하기도 한다. 트래킹을 하다 보면 전국에 동일한 지명이 많음을 알게 된다. 해파랑길 19코스 초입, 포항시와 영덕군 경계지점에서도 '지경리'마을이 이었다.
<H2ULJIN 미래 청정수소 생산도시 울진>을 알리는 안내판이 보인다.
길게 이어진 테트라포트 해변과 데크길, 그리고 국도변 길을 따라 금음3리에 도착했다.
금음3리 방파제 옆에 전망대가 있어 올라가 보니 멀리 후포항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오늘의 목적지다.
길게 이어진 후포해변엔 파도가 하얗게 포말로 부서지고 있다.
동해 뷰가 시원한 펜션을 지나
삼율해안교를 건너 후포해변에 도착한다. 해변엔 평일 이어서 그런지 관광객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오는 후포해변 송림을 걷는다.
후포항 한마음광장 앞쪽에 설치되어 있는 23, 24코스 종점이자 시작점
'여행,등산 > 해파랑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파랑길 25코스 (0) | 2024.06.29 |
---|---|
해파랑길 24코스 (0) | 2024.06.09 |
해파랑길 22코스(영덕 블루로드 C코스) (0) | 2024.06.06 |
해파랑길 21코스(영덕 블루로드 B코스) (0) | 2024.05.25 |
해파랑길 20코스(영덕 블루로드 A코스) (0) | 2024.05.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