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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 25코스

나는... 누구인가? 2024. 6. 29. 20:37

2024.06.29.토

해파랑길 25코스(23.3km)
기성버스터미널 ←6.0km→ 기성망양해변 ←3.7km→ 망양휴게소 ←11.3km→ 망양정 ←2.3km→ 수산교

걸은거리 25.14km
걸은시간 07:36~14:08, 6시간 32분 소요

해파랑길 25코스는 비교적 긴 코스라 아침 일찍 서둘렀다. 집에서 6시에 출발하여 수산교를 건너 노음교차로 옆 왕피천 수변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시간을 보니 6시 50분이다. 주차를 하고 올라와 길 건너에 있는 농어촌버스정류소에 도착하자마자 기성터미널로 가는 버스가 왔다. 항상 이렇게 시간을 딱딱 맞춰서 버스가 와 주면 얼마나 좋을까.

해파랑길의 25코스는 울진군 기성면에서 근남면을 잇는 길이다. 기성 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해 망양휴게소와 망양정을 지나 수산교에 이르는 공식거리 23.3km의 구간이다. 동해안을 벗 삼아 시를 옮던 묵객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해안길의 관광포인트는 송림과 맑고 얕은 수심으로 울진의 대표적인 해수욕장 기성망양해변, 망양정 옛터와 현재의 근남면 망양정을 차례로 지나고, 울진의 특산물 대게를 홍보하기 위해 세워진 황금대게공원, 스쿠버 다이빙과 수상스키 등 수상 레저를 즐길 수 있는 덕신해변이 있다.

기성면의 넓은 들판엔 한창 벼가 자라고 있었다. 이런 들길을 걸을 때면 늘 생각나는 노래, 양희은의 들길 따라서를 흥얼거리며 걷는다.

동해안의 해파랑길은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해변길을 많이 걷는데 이런 길이 가끔씩 나와주니 단조로움에서 벗어나는 즐거움 또한 만만찮다.

언덕을 넘으니 골목 끝에서 얼굴을 삐죽이 내미는 장난꾸러기처럼 동해바다가 인사를 한다.

한참을 들길과 산속을 가로지르는 도로를 걷고 나오니 사동항이다. 여기도 방파제 건설에 따른 영향으로 해안 모래 유실이 심한지 테트라포트가 줄 서 있다.

사동항에는 몇 척의 어선이 정박해 있을 뿐 인적 없이 조용하다. 아침 일찍 조업을 나가서 아직 입항을 하지 않은 것인지, 철이 맞지 않아 조업을 나가지 않은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항구의 크기에 비해 너무 조용하다.

사동3리 마을회관

사동2리 마을 끝머리에서 해안도로가 끊겨 잠시 좌측 구릉지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들어갔다가 나온다.

눈앞에 기성망양해수욕장의 백사장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눈부신 태양아래 묵묵히 걷는 고단한 발걸음이지만 마음속 고단함은 한 겹 한 겹 벗겨져 나간다. 파란 하늘 아래 파란 바다, 시원한 바람, 매 순간 새로운 감동의 파도가 밀려든다. 이보다 행복한 순간이 또 있을까.

해변의 길이는 약 600m이다, 지금은 울진 왕피천으로 이전되었지만 원래의 망양정이 있었다고 해서 기성망양해변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해맞이 장소로도 유명하다.

강력한 태양 아래 눈부신 윤슬이 발길을 붙잡는다.

중간중간 나타나는 송림은 금상첨화다.

망양정 옛터

기성망양해변 끝에는 망양정 옛터가 있다. 지금은 울진의 왕피천 옆으로 이전되어 있다  이곳은 관동팔경 중의 하나인 망양정의 옛터로, 망양정이 두 번째로 옮겨온 장소이다. 망양정은 고려시대 기성면 망양리 해안가에 처음 세워졌으나, 세월이 오래되어 허물어졌다. 조선시대 들어와 1471년(성종 2년) 평해군수 채신보가 현종산 기슭인 이곳으로 옮겨 다시 세웠다. 1517년(중종 12년) 비바람으로 정자가 파손되어 다음 해 안렴사 윤희인이 평해군수 김세우와 함께 중수하였으며, 1590년(선조 23년) 평해군수 고경조가 다시 중수하였으나 그 후 세월이 오래되어 다시 허물어졌다. 1860년(철종 11년) 울진현령 이희호가 망양정이 오랫동안 무너진 것을 한탄하여 지금 망양정이 있는 근남면 산포리 둔산으로 옮겨 세웠다. 1888년(고종 25년) 울진현령을 지낸 류태형의 <선사록>에 의하면, 망양정이 둔산으로 옮겨진 이유는 "후세 사람들의 안목이 고루하여 읍치에서 조금 멀다는 이유로 강과 바다 사이로 옮겨지었다"고 한다. 그동안 이곳은 옛터 동쪽으로 도로가 나면서 상당 부분의 터가 사라지고 일부만 남아 있었는데, 2015년 정자를 건립하여 지역주민 및 탐방객의 쉼터와 선인들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장소가 되었다.

망양정 / 박선장(1555~1616), 경상도 도사, 도승지

가슴을 여니 아득히 삼신산은 먼데
눈길 닿는 저 끝까지 만경창파 펼쳐있네
평생에 바다 보려는 뜻 이루고자 하시거든
그대 부디 망양정에 올라보시게나

누각 옆에는 무안박씨 영해파 꽃내마을 문중에서 세운 시비가 있다.

망양2리 포구
망양황금대게공원

대게는 울진의 주요 토산물이다. 평해읍 일리는 울진대게의 주요 서식지이면서 해양생태계의 보고로 확인된 울진연안에 형성된 왕돌초(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대게라는 이름은 몸체가 크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 아니라 몸통에서 뻗어있는 다리의 모양이 대나무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며, 대게는 보통 황금색, 홍색 등 색깔이 따라 4종류로 구분하는데 진짜 대게는 황금색의 짙은 '참대게' 또는 '박달대게'를 말하며 다리의 마디가 여섯이라 해서 옛날에는 '육촌'이라고도 하고, '죽육촌'이라고도 불려져 왔다.
1930년대 교통수단이 원활치 못할 당시 서울, 대구, 포항, 안동 등 대도시에 해산물을 공급할 때, 교통이 편리한 지역으로 반출하였으므로 집하지인 영덕대게로 불려 왔을 뿐 실제 대게의 원조는 울진대게이다. 울진군은 천국이서 가장 많은 대게 생산량과 우수한 품질을 자랑하고 있은 지역으로서 대게 자원의 서식지와 생태환경보호로 원조 울진대게의 우수성을 지키고 있다.

기암괴석이 즐비한 해안을 걸어서 망양휴게소에 도착한다.

망양휴게소는 관동팔경 중 제일이라 할 망양정만큼이나 경관이 빼어난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망향휴게소를 떠난 길은 다시 덕신리를 향해 이어진다. 한적한 도로를 따라 걷자니 더위가 몰려온다. 그렇지만 가끔씩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이 노독을 씻어준다.

덕신리를 지나면 오산항이다. 오산항은 제법 큰 포구다. 찢어진 그물을 꿰매고 어구를 수선하는 어부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오산2리 마을 앞 월파 방지벽에는 울진대게를 상징하는 조형물이 설치된 지주들이 서 있고 나일론 줄을 빨랫줄 매듯 매어 놓았다. 각종 해산물을 해풍에 말리기 위한 덕장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오산3리까지 길게 백사장이 이어진다. 인적 드문 바닷가 마을 앞을 지나는 도로는 지나가는 차도 드물다. 조용히 밀려와 사라지는 파도, 힘차게 밀려와 포말을 일으키는 파도, 어느 것이든 파도와 함께 근심걱정을 사라지게 한다.

오산3리 끄트머리에 있는 고급스러운 펜션에는 멀리서 보면 마치 살아 있는 듯한 양 가족 모형이 있다.

해안침식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에는 끝이 없다.

물 한 방울 없을 것 같은 메마른 바위 위에서 소나무는 어떻게 삶을 이어가고 있는 것일까. 사뭇 궁금하다. 강인한 생명력에 찬사를 보낸다.

미치 살아 있는 알비노 물개 같은 물개바위다.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촛대바위

망양정이 가까워지는 길 바다 쪽으로 촛대바위가 있다. 도로를 만들면서 보존을 잘하였다 바위 꼭대기의 소나무가 마치 바람에 일렁이는 불꽃같다.

지루하게 이어지던 길은 이제 망양정해맞이공원에 도착한다. 여기에는 울진대종과 망양정이 있는 곳이다.

소망나무 전망탑

어린왕자와 여우도 동해안 절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울진대종은 2005년에 치러진 울진엑스포를 기념하기 위하여 무게를 2005관(7천5백Kg)으로 2006년 11월 22일에 설치하였으며 높이는 2.86m이고, 제작은 부산시 무형문화재 제12호인 박한종씨가 약 5개월에 걸쳐 제작하였으며, 문양은 국보 제29호인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의 비천상(공양상)을 응용하였다.

울진대종

예쁜 하늘을 배경으로 한 포토존이 인상적이다.

울진대종에서 바라본 망양정이다.

허공에 매단 파이프가 바람에 흔들리면서 내는 소르가 환상적인 바람소리길이다. 흡사 실로폰이나 파이프 오르간으로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는 듯하다.

망양정은 망양해수욕장 남쪽의 바닷가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어 동해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다. 정자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관동팔경 가운데 으뜸이라 하여 조선 숙종이 '관동제일루'라는 현판을 하사하였다. 이 정자는 관동팔경의 하나로 넓은 동해를 바라보며 산 정상에 날을 듯 앉아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원래 망양정은 기성면 망양리 현종산 기슭에 있던 것을 조선 철종 11년(1860)에 지금의 위치로 이건 하였다. 그 후 허물어져 없어진 것을 1958년에 중건하였으나, 다시 심하게 낡아 2005년에 완전 해체하고 새로 지었다.

망양정에서 바라본 망양정해수욕장이다. 왕피천의 해안사구가 거대한 모래톱을 형성하고 있다. 망양해수욕장은 비교적 수심이 얕고, 폭이 좁지만, 동해안에 있는 해수욕장 중에서는 수온이 높은 곳이다. 무성한 송림이 있어 산책하기 좋다.

망양해맞이공원의 사슴상

울진해상케이블카 승강장 울타리엔 여러 가지 모양의 나무조각이 매달려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수많은 사연, 수많은 소원이 적혀 있다.

돌로 만든 지킴이 장승이다.

망양정을 내려와 왕피천을 따라 올라가면 울진읍으로 건너가는 수산교가 나온다. 이 수산교 입구가 오늘의 목적지 25코스 종점이다.

왕피천 둑방길은 아름드리 벚나무가 잘 가꾸어져 있어 터널을 형성한다. 오후 들어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지만 시원한 그늘 아래로 느긋이 걸어간다.
왕피천이라는 이름은 옛날 실직국(悉直國) 왕이 피난 왔다고 해서 마을이름을 왕피리, 마을 앞을 흐르는 하천을 왕피천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강변엔 여러 가지 형상의 포토존을 설치해 놓았다.

멀리 왕피천을 가로지르는 왕피천케이블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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