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30.일
해파랑길 25코스(12.7km)
수산교 ←1.2km→ 울진엑스포공원(왕피천공원) ←3.7km→ 연호공원 ←6.8km→ 봉평해변 ←1.0km→ 죽변항입구
걸은거리 13.44km
걸은시간 11:30~15:05, 3시간 35분 소요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아침나절에는 비 소식이 있어 느지막이 일어났다. 일찍 출발해서 우산을 쓰고 걸을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동해안의 바람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일이다. 9시 넘어 일어나 아침을 챙겨 먹고 미루어둔 집안 청소를 대충 하고 해파랑길 26코스 종점이 있는 죽변항으로 이동했다. 아침에 내린 비 때문에 그런 것인지 휴일인데도 불구하고 죽변시외버스터미널 뒤편의 넓은 주차장은 텅 비어있다. 주차장 건너편 농어촌버스 정류장에서 버스 편을 검색해 보니 해파랑길 26코스 시작점인 수산교로 바로 가는 버스는 없고 울진시외버스터미널로 가서 환승을 해야 했다. 20여분 기다리니 시외터미널로 가를 버스가 왔다. 이 버스를 타고 가다 환승해서 수산교로 이동했다.
해파랑길 26코스는 울진군 근남면에서 죽변면을 잇는 구간이다. 수산교에서 시작해 예전에 울진엑스포공원으로 불렸던 왕피천공원과 연호공원, 봉평 해변을 지나 죽변항 입구에 이르는 걷는 길이다. 두 개의 공원과 해변과 숲길, 등대 등 다채로운 볼거리가 있는 길이다.
2005년 세계 친환경농업엑스포가 개최되었던 자연
생태계의 보고 울진엑스포공원, 연꽃으로 유명하며 군민들의 산책공간이자 쉼터인 힐링 산책로 연호공원, 소나무와 해당화, 모래밭, 깨끗한 백사장으로 유명한 봉평 해변 드라마 '폭풍 속으로' 촬영지이자 1박 2일 촬영지였던 죽변등대 등의 볼거리가 있다.
길은 왕피천을 건너는 수산교를 걷는 것으로 시작한다. 왕이 피신한 곳이라고 왕피리라 불리우는 마을을 지나서 구불구불 내려오는 왕피천의 발원지는 해발 600미터 높이의 분지로 이루어진 경북 영양군 수비면 일원이다. 이 지역에서는 장수포천이라는 이름으로 흐르고 왕피리를 지나면서 왕피천이 된다. 왕피리의 유래는 고려말 공민왕이 홍건적을 피해 이곳에 머물렀다는 이야기도 있고, 삼한시대 이 지역에 존재했던 실질국이라는 나라의 왕이 피신했다는데서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다.
수산교를 지나 오른쪽으로 왕피천공원 쪽으로 진행한다.
왕피천 둔치에는 엄청난 규모의 파크골프장이 조성되어 있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왕피천 공원은 2005년 세계친환경농업엑스포가 개최되었던 곳이다. 자연 생태계의 보고인 왕피천을 끼고 관동팔경의 하나인 망양정이 굽어보는 동해 바다가 이웃하는, 강과 바다가 만든 20여 만평의 대지 위에 한국 자연을 축소하여 옮겨놓은 듯한 아름다운 공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생태공원으로 사계절 내내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을 제공하는 곳이다. 왕피천 공원은 전시관, 실내시설, 야외시설, 체험시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관의 경우 울진곤충여행관과 울진아쿠아리움으로 이루어져 있다. 곤충과 해양생물과 교감해 보고 자연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다. 실내시설로는 공연장인 왕피천 문화관과 구아바, 암석사자 등과 같은 각종 신비한 식물들이 있는 원예치료관이 있다. 야외시설의 경우 야생화를 즐기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왕피천 생태공원, 동물들에게 직접 먹이를 주고 동물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동물농장과 공원을 이용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시설이 있다. 왕피천 공원의 대표적인 체험 프로그램으로는 농산물 수확체험과 염전체험이 있다. 농산물 수확체험의 경우 가족과 이웃이 함께 친환경농산물 경작을 통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농업과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울 수 있는 체험이다. 염전체험의 경우 사라져 가는 전통 소금을 이용해 특색 있는 전통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 밖에도 목공예, 도자기 체험이 준비되어 있다.
왕피천공원에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장관을 이루고 안전체험관, 야생화관찰원, 왕피천케이블카, 아쿠아리움 등 다양한 시설이 있었다.
왕피천공원을 지나면 염전해변의 송림변으로 길을 이어간다. 염전해변은 북쪽으로는 남대천이 바다와 만나고 남쪽으로는 왕피천이 바다와 만나는 독특한 지형을 가진 곳이다.
송림이 넓게 형성된 염전해변에는 제법 큰 규모의 캠핑장이 있었으나 몇 대의 캠핑카만 보일뿐 이용객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 왜 이름을 염전해변이라고 지었을까? 하는 호기심에 자료를 찾아보니 울진에는 토염이 유명했다고 한다. 바닷물을 황토에 부어 염수를 만들고 그 염수를 끓이는 방식으로 소금을 얻는 우리나라 전통 소금 제조 방식으로 소금을 만들었다고 한다. 왕피천 공원 한쪽에 토염 체험장이 있다.
남대천 하구에도 거대한 해안사구가 생겨나 있다. 바람이 세지는 않았으나 해변으로 거친 파도가 몰려왔다.
남대천을 가로지르는 은어다리는 두 마리의 거대한 은어 조형물로 장식했다. 산란철에는 회귀하는 은어떼를 구경할 수 있다.
남대천변 산기슭을 따라 조성된 테크길이다. 나무를 베어내지 않고 조화롭게 길을 만든 것이 훌륭하다.
남대천을 따라가다 마을길로 들어서고, 아파트 단지를 지나면 연호공원이 나온다.
연호(蓮湖)공원은 연호라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연꽃이 많은 자연 호수다. 우리나라의 많은 호수들이 인공적으로 만든 곳이 많은데 이곳은 남대천과 연계되어 생성된 배후 습지성 호수라고 한다. 홍수가 나면 남대천이 범람해서 만들어진 공간인 것이다. 조선시대 말까지만 해도 지금의 울진읍 시내 중심부까지 미칠 정도로 큰 호수였다는데 오랜 세월 토사가 유입되면서 잠식되어 지금의 크기로 변했다고 한다.
연호공원은 연못 한가운데 월연정이라는 정자가 있고, 어락교라는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월연정은 지역 선비인 소계 윤용기의 시에서 '달에 비친 연꽃'을 취하여 이름 지었고, 다리 이름은 장자의 '물고기의 즐거움'이란 사유 세계를 담아 어락교라 지었다고 한다. 여름이면 연꽃이 만발하는 멋진 곳으로 주변에 체육관과 문화센터 등이 있어 울진 군민들의 도심 속 쉼터인 곳이다.
연호 한쪽에 있는 울진 과학 체험관.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단순히 관람만 하는 과학관이 아니라 드론존, VR 영상관, 패러글라이딩 체험, 카레이싱, 낚시 게임, 자이로스코프 체험, 순발력 테스트 등을 저렴한 입장료로 할 수 있다고 한다. 외부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전투기들도 전시되어 있다.
연호공원을 지나 근사한 전원주택들이 들어선 연지2리 마을을 지나 대나리항으로 향한다.
급경사길을 내려가면 해변을 만나고 대나리항이 나온다.
대나리항으로 진입한 길은 해파랑길 26코스 종점인 죽변항 입구까지 길게 이어진다. 늘 그렇듯 마을과 마을, 포구와 포구를 잇는 해안길은 한가하고 고요하기만 하다. 일상을 떠나 낯선 길을 편안한 마음으로 혼자 걷는 길이 더없이 좋다
바다엔 거친 파도가 쉼 없이 몰려오고 있다.
멀리 보이는 죽변항을 향해 지루한 길을 무심히 걷는다.
작은 양정항에는 배가 한척도 보이지 않았다.
해변엔 연신 파도가 들이치고 포말이 일어난다.
해변 데크길은 관동팔경 녹색경관길이라 이름 붙혀 놓았다.
멀리 골장항 방파제가 보인다.
골장항가는 길에서 뒤돌아본 양정항과 대나리항
가지고 간 물은 진즉에 다 떨어지고 허기도 지는데 마침 이마트24가 나타났다. 빵과 바나나맛 우유를 사서 허기를 때우고 시원한 아메리카노도 한컵 사 마셨다.
멋진 구름 아래로 죽변항이 보인다.
봉평해변을 지나면 울진북로변에 대나무모형과 함께 대게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죽변항의 멋진 구름과 파도. 파아란 하늘과 푸른바다가 여행자의 마음을 절로 들뜨게 만든다.
구름을 머리에 이고 있는 죽변항
죽변항 입구 죽변버스터미널 옆의 26코스 종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