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9.일
해파랑길 24코스(18.4km)
후포항 ←3.6km→ 울진대게유래비 ←6.1km→ 월송정 ←2.3km→ 대풍헌 ←6.4km→ 기성버스터미널
걸은거리 19.75km
걸은시간 09:15~14:33, 5시간 17분 소요
기성공용정류장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후포항으로 가는 농어촌버스를 검색하고 있는데 마침 시외버스 1대가 정류장으로 들어온다. 앞 유리창에 '후포, 포항'이 적혀있어 후포에 서는지 물어보니 타라고 한다. 이 버스는 울진에서 출발하여 기성, 후포 등을 거쳐 포항까지 가는 완행버스다. 잘 되었다. 버스는 옛 7번 국도를 따라 내려가며 중간중간에 서서 손님을 태웠다. 전형적인 시골 완행버스인 것이다. 그렇게 약 40분을 달려 어느 정류장에 서더니 내리라고 한다. 후포 가는데요 했더니 여기가 후포라고 한다. 내려서 보니 후포터미널이다. 옛 7번 국도를 따라가길래 후포 한마음광장 버스정류소에 서는 줄 알았는데 거기는 농어촌버스만 서고 시외버스는 여기에만 서는 것이다. 걷기 앱을 켜서 한마음 광장까지 가는 길을 찾아 2.1km를 걸었다.
해파랑길 24코스는 울진 구간으로 울진군 후포면에서 기성면을 잇는 구간이다. 후포항에서 출발해 등기산공원, 월송정과 대풍헌을 지나 기성 버스터미널에 이르는 구간으로 해안 도로를 따라 숲길과 갯벌, 백사장과 온천이 조성된 힐링 코스이다. 오늘 걸어야 할 길은 공식거리 18.4km의 길이다.
후포 수산시장 대게거리를 지나 등기산 스카이워크 가는 길을 따라 계단을 오른다.
모자이크로 장식된 가파른 계단과 골목길 양쪽벽에 동심을 불러일으키는 벽화가 예쁘게 그려져 있다.
길을 못 찾는 이가 많아서인지 길바닥에 안내글이 있다.
등기산 가는 길목에 있는 전망 좋은 아담한 찻집이다. 1997년 외환 위기로 힘든 시기에 국민들에게 희망을 준 가족 드라마로 평가받는 '그대 그리고 나' 촬영장소다.
등기산에는 두 개의 정자(남호정, 망사정)를 비롯하여 전망대와 세계의 유명 등대모형이 세워져 있고, 신석기 유적관과 무대조형벽, 조각작품 등 볼거리가 많다. 등기산 보행교를 건너면 후포항의 명물인 등기산 스카이워크가 있지만 갈길이 바빠 패스한다.
표지석 뒤로 보이는 조형물은 독일의 드레머하펜 등대를 재현해 놓은 것이다. 이곳에는 세계의 유명 등대들을 조형해 놓았는데 사진을 모두 찍어놓지 못한 것이 아쉽다.
후포등대에서 내려다본 한적하고 평화로운 후포항
등기산에서 북쪽으로 바라본 후포6리 방파제
등기산에서 내려오는 계단에서 남동쪽 수평선을 보니 환상적인 구름 쇼가 펼쳐지고 있었다.
등기산을 내려와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조성한 지 오래되지 않은 것 같은 해변 방풍림에는 텐트를 치고 휴일을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해변엔 거친 파도가 밀려와 포말을 일으키고 있다.
후포6리 마을 회관을 지나
후포6리 마을의 긴 방파제를 지난 이곳 해변에는 비교적 잔잔한 물결이 일렁인다. 방파제를 사이에 두고 해류의 흐름 차이가 심한 듯하다.
뒤를 돌아보니 제동방파제 너머로 등기산과 스카이워크가 보인다.
거일2리 입구 용치곶에서부터는 차도 옆으로 테크길과 자전거길을 조성해 놓아 안전하게 걸을 수 있다.
해안의 모래 유실을 막기 위해 해안엔 테트라포트를 많이 설치해 놓았다. 도로 옆으로 자전거길과 함께 하트 조형의 그네의자를 설치해 놓아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한참을 걸어 울진 대게 원산지 마을이라는 거일 2리에 도착했다. 영덕과 울진은 서로 대게의 원산이라고 주장한다. 그로나 동해의 대게는 동해안 거의 모든 항구에서 잡힐 텐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영덕 강구항의 대게 수확량이 가장 많을 것 같지만 사실은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의 박선장이 대게 잡이 어선을 운영한 까닭에 강구항이 갑자기 이름나기 시작하여 수많은 대게 식당이 생겨서 그렇게 보일 뿐, 포항과 울진에서 잡히는 대게가 대량 유통되는 강구항으로 모이는 것이다.
울진대게공원엔 대게의 다리가 큰 대자가 아닌 대나무 모양과 같다 하여 대게라 불리는 것을 상징하게 위해 대나무 조형을 같이 만들어 놓았다.
울진바다목장 해상낚시공원이다. 지금은 보수 중인지 이용객이 없어서 인지 출입문이 잠겨 있다.
해안을 따라가던 해파랑길은 잠시 마을 안길로 들어갔다 나온다.
바닷가에는 가끔씩 기암이 보일 뿐 망망대해가 아득한 수평선을 그리고 있다. 해변길을 하염없이 걷는다.
직산마을 해변에는 모래사장이 드넓게 형성되어 있다. 아직 철이 아니어서 그런지 휴일인데도 이용객은 찾아볼 수가 없다.
해변엔 갈매기만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해안도로를 한참 걸어 평해 남대천이 만들어낸 해안사구가 넓게 형성되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직산1리를 지나면 해파랑길은 잠시 좌측의 숲으로 들어섰다가 이내 다시 도로로 나와 월송정교를 건넌다. 다리 이름이 월송정교인걸 보면 관동팔경의 하나라는 월송정도 멀지 않았겠다.
월송정교를 건너 우측의 숲으로 진입한다. 바닷가에 엄청난 규모의 소나무 숲이 있고 그 사이로 보행로가 있다. 이곳 평해사구습지 생태공원은 남대천과 바다가 만들어 낸 모래언덕(사구, 砂丘)이 육지화되었고 자연적으로 습지와 솔밭이 형성되었다.
향긋한 솔향기를 내뿜는 송림을 걷자니 일상의 번민을 사라진다.
평해 해안사구 너머로 아득히 구산해수욕장이 보인다. 눈부시게 비추는 태양은 걷는 이의 벗이 되고 짙푸른 바다는 묵묵히 위로를 건넨다
솔향기 가득한 해송 송림을 지나 관동팔경 중 하나인 월송정에 도착했다.
관동팔경의 하나인 월송정(越松亭)은 고려시대에 창건되었고, 조선 중기 때 중건하였으나, 낡고 무너져서 유적만 남았던 곳을 1933년 다시 중건하였다. 그 후 일제 말기 월송 주둔 해군이 적기 내습의 목표가 된다 하여 철거하였다. 1964년 4월 재일교포로 구성된 금강회가 철근콘크리트 정자를 신축하였으나 옛 모습을 살필 길 없어 1979년에 헐어 버리고, 1980년에 고려시대의 양식을 본떠서 지금의 건물을 세웠다. 월송정은 신라의 영랑, 술랑, 남속, 안양이라는 네 화랑이 울창한 소나무 숲에서 달을 즐겼다 해서 월송정이라고도 하고, 월국에서 송묘를 가져다 심었다 하여 월송이라고도 한다. 정자 주변에는 해송이 숲을 이루고 있으며, 푸른 동해 바다를 바라보면 금방 가슴이 확 트이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월송정의 소나무와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솟아오르는 일출 광경은 널리 알려져서 관광객과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인근에 있는 망양정과 함께 우리나라 동해안에서 몇 안 되는 일출 명소로 유명한 곳이다.
소나무 사이로 펼쳐진 옥빛 바다와 파란 하늘의 구름, 눈으로 다 담을 수 없는 풍광이다.
월송정 현판 글씨는 고 최규하 대통령의 글씨라고 한다.
해송 사이로 나눔길이라 이름 지은 걷기 좋은 길을 조성해 놓았다. 시간이 있다면 넓은 숲길을 모두 걸어보고 싶지만 이쉬움을 뒤로하고 목적지로 향한다.
월송정 정문 쪽으로 나와 한구비를 돌아선 후 황보천을 가로지르는 인도교를 건넌다. 다리 위에서 바다 쪽을 바라보면 하얀 사구 너머로 푸른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는 모습이다.
홍보천을 건너 우측 바다 쪽으로 돌아 나가면 넓고 울창한 송림과 고운 모래가 일품인 구산해변이 나온다. 송림 속에 넓게 조성된 오토캠핑장에는 많은 캠퍼들이 피서를 즐기고 있다.
구산해수욕장 정문으로 나와 우측으로 가면 구산항이다.
구산리는 조선시대 울릉도와 독도를 순찰하던 수토사가 순풍을 기다리던 곳이라는 대풍헌이 자리한 역사적인 마을이다. 구산리 앞바다는 한류와 난류가 만나면서 해류가 울릉도 쪽 먼바다 방향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울릉도 가기에 적절한 위치였다고 한다. 그것을 기념하여 만든 공원이 '수토문화쉼터'이다.
수토사가 대풍헌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공원엔 독도의 생태를 소개하고 있는 공간인 독도 생태마당도 있다. 왜놈들이 독도 강치를 멸종시켰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사실 강치는 왜놈들이 부르는 말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지어라고 불렀고 통상 바다사자, 바다표범이라 부르는 동물이다. 요즘은 가끔씩 물개가 찾는다고 한다.
구산항을 지난 해파랑길은 북쪽 기성항을 향한다. 파란 하늘과 옥빛바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하고 가끔씩 지나가는 라이더들이 손인사를 한다.
봉산1리 항곡마을 버스정류장을 지나 울진비행훈련원 방향으로 약 600m의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경비행기가 수시로 이륙하는 비행훈련원 옆길을 따라 언덕을 넘는다.
비행훈련원에서 내려와 기성교차로에서 우회전하여 오늘의 목적지인 기성버스터미널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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