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05.금
해파랑길 27코스(11.5km)
죽변항입구 ←6.5km→ 매정교 ←2.2km→ 옥계서원유허비각 ←2.8km→ 부구삼거리
해파랑길 28코스(10.9km)
부구삼거리 ←6.1km→ 도화동산 ←0.9km→ 갈령재(수로부인길) ←3.9km→ 호산버스터미널
걸은거리 23.94km
걸은시간 12:59~18:43, 5시간 44분 소요
오전 근무 후 걷는 길이라 11.5km 구간인 27코스만 걸을 요량이었는데 마침 회사 직원이 진주 집에 다니러 간다고 해서 좀 태워주길 부탁하여 27코스와 28코스 두 코스를 걸었다. 두 코스를 합한 거리는 22.4km이다. 종점이나 시점까지 내차로 이동하고 농어촌버스를 타야 한다면 시간상 불가능하겠지만 28코스 종점인 호산버스터미널에 내차를 세워두고 27코스 시점인 죽변항까지는 직원차를 얻어 타고 이동하니 10여분 밖에 소요되지 않아서 오후 1시쯤에 죽변항 입구에 도착했다. 7시까지는 충분히 도착할 거리다.
해파랑길 27코스는 울진군 죽변면에서 북면을 잇는 길이다. 죽변항 입구에서 출발해 죽변등대와 옥계서원유허비각을 지나 부구삼거리에 이르는 구간으로 어촌마을과 유적지, 울진도심 등 다양한 울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길로써 울진 구간에서는 가장 짧은 코스이다.
후정리 죽변버스터미널에서 죽변항 쪽으로 조금 가다 보면 커피숍 벽면에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이 그려져 있다.
죽변항은 후포항과 함께 울진 북단에 있는 동해안에서 손꼽는 어항이다. 오징어와 고등어, 꽁치, 도루묵, 가자미 등이 특히 많이 잡히고 우리나라 최대의 대게잡이 항으로 유명하다. 다양하고 많은 어획량만큼 죽변항 주변에는 크고 작은 수산물 가공 공장들이 줄지어 있다. 주변 관광지로는 덕천리 백사장으로부터 후정리와 온양리까지 이어지는 드넓은 백사장인 봉평해수욕장과 죽변 등대가 있으며, 이 외에도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촬영지가 있다.
지금은 대게잡이 금어기간이라 그런지 많은 어선들이 항구에 정박해 있었고 위판장에도 오가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죽변해안스카이레일이다. 죽변 승, 하 차장과 후정해변을 오가는 2.8km의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중간에 봉수항 정차장이 있지만 표를 구입할 수 있는 곳은 죽변항과 후정해변 두 곳뿐이다. 자동으로 움직이는 모노레일로 시속 5km의 속도로 여유롭게 멋진 자연경관을 관람할 수 있다. 푸른 산과 마음이 뻥 뚫리는 동해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어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다. 사계절 색다른 절경이 펼쳐질 것 같다.
잠시 이어지던 데크길은 좌측의 언덕으로 이어진다. 망망대해 동해바다의 진수를 만끽하며 죽변등대를 보고 오르다가 우측으로 빠지면 드라마 '폭풍으로' 세트장으로 가게 되는데 죽변을 상징하듯 길목에는 울창한 조릿대숲이 조성되어 있다.
죽변등대로 오르는 데크길은 온통 대나무 숲이다. 봉우리 일대에 키 작은 대나무들은 오래전부터 자생하던 것들로 이곳 대나무 숲은 신라시대 화랑이 왜구를 막기 위해 상주한 곳이며 숲을 뒤덮은 대나무들은 임진왜란 때 화살의 재료로 활용되기도 했다고 한다.
죽변등대(竹邊燈臺)
1907년 일본군이 러시아군의 침략을 감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프랑스인이 설계하여 건립되었다. 1910년 11월 최초로 등대 점등을 하였으며, 1950년 6월 한국전쟁 중 폭격으로 등대의 기능이 상실되었던 것을 1951년 10월 등탑 보수하고 복구하였다. 1970년 4월 안개시 보내는 소리신호기(무신호기)를 설치하여 안개나 풍우 속에서도 선박의 항로를 인도할 수 있게 되었다. 2005년 9월 20일 경상북도 기념물 제154호 지정.
대나무숲길을 빠져나오니 '용의 꿈길'이라는 글이 새겨진 조각품이 있다. 안내판을 보니 먼 옛날 오직 승천만을 꿈꾸던 용이 있었는데 승천을 위해 기나긴 세월을 견디며 바닷속을 헤집고 다녔고 기어코 용암이 둘러싸여 있는 이곳 용소에서 승천의 소망을 이루었다고 한다. 용의 꿈이 이루어진 신성함 때문일까 조선시대부터 사람들은 가뭄이 극심해지면 이곳에서 기우제를 올렸다고 전한다. 선인들은 이곳을 '용이 노닐면서 승천한 곳'이란 의미로 용추곶(龍湫串)이라 불렀다. 실제 이곳을 항공사진으로 보면 용이 웅크리고 앉아 있는 듯한 형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는 드라마세트장은 한 폭의 그림이다. 이곳은 2004년 SBS에서 주말 특별기획 드라마로 방영된 '폭풍 속으로' 촬영지이다. 드라마에는 김석훈, 송윤아, 김민준, 엄지원, 이덕화 등이 출연했다. 드라마 세트장 뒤편 아래에 하트 모양의 해변이 있다.
드라마세트장 '어부의 집'에서 내려다본 하트해변
'폭풍 속으로' 촬영지를 떠나서 해변과는 이별하고, 언덕길을 넘어서 죽변리 도심으로 들어간다.
죽변리(竹邊里)는 대나무가 많은 바닷가 또는 대숲 끄트머리 마을이라 하여 죽빈이라 불리다 죽변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후정3리에서 시작한 해파랑길 27코스는 죽변리를 지나 후정1리를 지나고 다시 후정2리로 넘어간다. 언덕 위 새로 생긴 도로에서 바라본 죽변항의 모습이다. 이 길을 따라 내려가면 27코스 시작점을 만날 수 있다.
죽변항을 통과한 해파랑길은 한적한 시골길로 이어진다.
옥수수밭도 있고
잔디밭처럼 보이는 곳에는 수수를 심어놓았다.
울진의 아우토반이라고 불렸던 이곳은 자칭 카-레이서들이 속도를 내다 사고가 많이 나서 지금은 막아 두었다.
활주로를 건너서 후정 2리로 향한다.
후정 2리 마을 모둥이에 자리 잡고 있는 보호수, 팽나무 아래 정자에서 간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했다.
해파랑길은 포항-삼척 간 철도 건설 현장 옆 2차선 도로를 따라 이어진다.
멀리 사진 가운데로 한울원자력발전소 원자로 돔이 보인다.
매정교를 지나 좌측 둑방길을 걷는다.
특별할 것 없는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조그마한 비각이 눈에 뜨였다. 무슨 비각인지 올라가 보니 옥계서원 유허비(玉溪書院遺墟碑)이다.
옥계서원은 1740년(영조 16년) 창건되어 송시열(宋時烈)·전선(田銑)·김상정(金相定)을 배향하다가 1868년 서원철폐령으로 폐쇄되었다. 이 비는 옥계서원 터에 1872년 건립되었다. 4년 후 비석을 북면 고목리 기곡으로 옮겼다가 1942년 다시 고목리 금성동으로 옮기고 그 옆에 강당을 건립하였다. 그 후 강당이 낡아 허물어지자 2005년 현재의 자리로 비석만 옮겨 세우고 비각을 지어 보호하고 있다. 현재 옥계서원 옛 터는 개인 밭으로 사용되고 있어 주변에 옥계서원의 흔적이 남아 있지 않다.
오르막길을 가다 올라온 만큼 내려가면 한울원자력발전소가 나온다.
한울원자력본부의 원래 이름은 울진원자력본부였으나 원자력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지역명을 한울로 변경했다. 참고로 영광원자력은 한빛원자력으로 신고리원자력은 새울원자력으로 변경했다.
1998년 9월 11일 한국표준형 원전(#3,4호기) 준공을 기념하여 '우리 기술 원자력발전 경제협력 평화통일 원동력'이란 주제의 조형물을 세웠다.
부구천을 가로지르는 부구교를 건너면 부구삼거리 우측 천변에 27코스 종점이자 28코스 시점이 있다.
부구천(富邱川)
울진 서쪽의 응봉산에서 발원, 북면을 관통하여 동해로 들어가는 하천이다. 본래의 명칭은 흥부천(興富川)이었다. 여지도서(울진)에 '관아에서 서북쪽으로 70리에 있는 삼방산(三方山)의 물줄기 하나가 동쪽을 향해 흘러와 흥부역 건물 앞에 이르러 동쪽으로 흘러 바다로 들어간다.'라는 기록이 있다.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마을 이름이 부구리로 바뀌면서 하천 이름도 부구천이 되었다.
부구리(富邱里)
마을 안에 거북을 닮은 바위가 있어 신령님이 내린 바위라 하여 영구리(靈龜里)라 하였다. 1914년 토지측량 당시 일본인 측량기사가 영구(靈龜)로 기재하려다가 표기가 불편하다 하여 부구천 건너에 있는 염전리의 염(鹽) 자와 구(龜)를 쓰기 쉬운 구(邱)로 바꾸고서는 염구리(鹽邱里)로 표기했다가 행정구역 개편 때 흥부(興富)의 부와 염구(鹽邱)의 구 자를 따서 부구리(富邱里)라 하였다.
해파랑길 28코스는 울진군 북면에서 삼척시 원덕읍을 잇는 길이다. 부구삼거리에서 출발해 도화동산과 갈령재를 지나 호산 버스터미널에 이르는 구간으로 해안보다 내륙 구간이 많은 코스이나 이 코스의 해안 풍경이 절경이다.
조용한 어촌마을과 소규모 어항의 정경을 느낄 수
있는 나곡항, 경북과 강원도의 경계에 위치하며 특산품으로 미역이 유명한 고포마을, 삼척 유일의 몽돌해변으로 유명한 호산해변, 동해로 흐르는 가곡천 주변으로 조성된 월천유원지가 유명하다.
속이 출출했지만 시간이 촉박하여 28코스 QR코드를 인증하고 바로 출발했다.
부구천 하구는 준설공사가 한창이다.
흥부시장의 '원자로식당'. 원자력발전소 지역 다운 식당명이다. 부구시장은 1일, 6일 5일장이 서는 곳으로 예전에는 경북 봉화와 안동 등 내륙 지역의 농산물과 울진의 수산물을 물물 교환하던 시장이라고 한다.
부구리 해변은 길지는 않지만 기암괴석 너머로 바라보는 검푸른 동해바다가 절경이다. 비췻빛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있다.
저 데크길을 돌아서면 나곡해변이다.
석호항
울진군 북쪽의 7번 국도변 석호 마을에 있는 어항이다. 2005년 10월 19일 어촌정주어항으로 지정되었다. 마을 이름은 해류에 의하여 침식되고, 또는 퇴적물에 의하여 바위로 된 호수와 같다 하여 석호(石湖)라 이름 지어졌다.
나곡1리 마을 앞에는 심은지 오래되지 않은 송림이 있고, 콘크리트 둑에는 줄을 처서 미역이나 생선 등의 어물을 말리는 대게 조형의 지주가 줄지어 서 있다.
석호교를 건너 좌회전해서 가면 이런 길이 어진다.
해파랑길은 나곡3리 마을로는 들어가지 않고 계속 직진하여 차도를 통해 나곡4리로 이어진다.
나곡천을 지나는 나곡교에서 바라본 나곡해수용장과 동해바다
이제 길은 경상북도 울진군 북면을 뒤로하고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으로 향한다.
나곡교차로에서 좌측으로 가면 7번 국도와 만나고 직진을 하면 울진북로를 따라가다 삼척로와 만나며 수로부인길로 들어선다.
해파랑길 27, 28코스를 걷다 보면 검게 그을린 나무들과 민둥산이 많이 보인다. 2022년 3월 4일 울진군 북면에서 발화한 방화로 인한 산불이 그 원인이다. 3월 4일 발생한 산불은 강풍을 타고 북쪽으로 번져 강원도 삼척시 일원까지 확산되어 3월 13일까지 대 참사를 일으켰다. 최초 발화 지점에서 차량이 3대 지나간 후 산불이 발생했기 때문에 담뱃불로 인한 실화로 추정되며, 아직까지 방화범은 잡히지 않았다.
이 길을 따라가면 도화 동산을 지나고 갈령재를 넘는다. 차도를 따라가는 길이지만 지나는 차들이 드물고 갓길이 넓어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은 길이다
고포 돌미역
조선시대 임금님 진상품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도화동산을 지나고
도화(道花)동산
옛 국도 7호선을 따라 북면 부구리에서 삼척으로 가는 고갯마루에 위치한다. 2000년 4월 12일 강원도에서 발생하여 26,794㏊의 피해를 입힌 사상 최대의 동해안 산불이 삼척시에서 울진군으로 번져 오기 시작하였다. 이에 민, 관, 군은 합심하여 22시간에 걸쳐 다음날인 4월 13일 산불을 진화하였다. 이에 군민이 사력을 다해 산불을 진화한 것을 기념하기 위하여 울진군에서 피해 지역인 북면 고포리 지역에 도화(道花)인 백일홍을 심어 도화동산을 조성하였다.
주민들을 비롯해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던 곳인데, 22년이 지나서 다시 이곳에 산불이 들이닥친 것이다. 배롱나무를 모른 상태에서 이곳에 오면 도화가 복숭아꽃을 의미하지 않을까? 생각하겠지만 도화가 복숭아꽃이 아니라 경상북도의 도화이고 배롱나무 꽃을 의미하는 것이다.
배롱나무는 한자어로는 자미화(紫薇花)라 하며, 개화기가 길어서 백일홍이라고도 한다. 백일홍은 국화과 식물에도 있으므로 구별하기 위하여 목백일홍이라는 이름을 쓰기도 한다. 충청도 지방에서는 수피를 긁으면 잎이 흔들린다 하여 간지럼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꽃은 7∼9월에 피고 홍색 또는 백색이다.
갈령재를 넘어가는 울진북로 길 양쪽으로 배롱나무가 가로수로 심어져 있다.
여기서부터는 강원도다.
자유수호의 탑
1968년 울진, 삼척 지구로 침투한 무장 공비 사건을 기리기 위해 세운 기념물이다. 울진군 고포리 해안으로 30여 명이 침투했다고 한다. 지금은 동해안은 해안 철책선이 많이 없어졌지만 고포리 일대는 여전히 상당한 해안 철책이 남아 있다고 한다.
갈령재를 넘어 좌측 숲길로 접어들면 수로부인길이다.
수로부인길은 아스팔트 차도를 벗어나 산등걸을 타고 간다.
멀리 좌측으로 삼척그린파워발전소가 보이고, 우측으로는 가스공사의 LNG 기지가 보인다.
울창했던 산이 화마로 인해 민둥산이 되었다.
지나다 보니 산불지역에 오로지 소나무 묘목만 조림해 놓았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 내버려 두면 자연치유 능력이 뛰어나다. 인공조림으로 특정 수종만 심으면 순리를 거스르는 것이 된다.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는 산불에 취약하다. 활엽수도 같이 살아야 견딜 수 있다. 군데군데 살아남은 떡갈나무 등 참나무 종류를 보면 알 수 있다.
LNG 기지 앞 가곡천변의 솔섬은 LNG 기지 공사 때 없어질 뻔했으나 주민들의 반대로 보존했다고 한다. 참 잘한 일이다.
민둥산이 된 산길을 걷다 내려오면 월천2리 마을이다.
월천2리를 지나 삼척로를 건너면 월천1리다. 월천1리 마을회관 인근에는 수형이 멋들어진 노송과 팽나무가 있다. 수령이 500년이 넘는다고 하는데 이 노송 옆에는 서낭당이 있어 서낭목이라고도 불린다.
해파랑길은 월천1리 농로를 따라 7번 국도의 신 월천교 아래로 지나갔다가 가곡천을 따라 다시 7번 국도 아래로 돌아 나온다.
좌측의 가곡천변 울창한 소나무 숲이 솔섬이다.
가곡천변에는 운동시설과 휴식공간이 잘 조성된 월천유원지가 있다.
가곡천(柯谷川)
강원특별자치도 삼척시 가곡면과 원덕읍을 거쳐 동해로 흘러드는 길이 43.5㎞의 강.
삼척시 도계읍 신리 응봉산 남쪽 기슭과 가곡면 풍곡리 삿갓봉 북서쪽 계곡에서 발원하여 태백산맥 협곡을 따라 흐르다가 가곡면 풍곡리에서 두 줄기가 합류한다. 가곡면 중앙에서 북동 쪽으로 흐르고, 원덕읍 월천리를 거쳐 동해로 흘러든다.
'가곡천'이라고 부르게 된 유래는 명확하지 않으나, <대동여지도>에 이 하천과 나란히 표기된 가곡산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옛날에는 하천 하류에 있는 옥원리의 명칭을 따라 옥원천이라고 했다.
이 하천의 하구에는 호산 해수욕장이 위치하고 있다. 넓은 백사장과 동해의 바닷물, 깨끗한 가곡천 물이 어울려 이상적인 피서지를 이루고 있다.
이 다리는 삼척로를 건너는 구 월천교다.
월천교를 지나 삼척로를 따라 걷다가 호산버스터미널이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