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3.토
해파랑길 30코스(7.1km)
용화레일바이크정거장 ←3.2km→ 황영조기념공원 ←3.9km→ 궁촌레일바이크정거장
해파랑길 31코스(9.5km)
궁촌레일바이크정거장 ←2.9km→ 동막교 ←2.4km→ 부남교 ←4.2km→ 맹방해변입구
걸은거리 20.14km
걸은시간 10:16~15:18, 5시간 2분 소요
해파랑길 30코스는 삼척 동해 구간 중 용화리와 궁촌리를 잇는 구간으로 용화 레일바이크역에서 출발해 황영조 기념공원을 지나 궁촌 레일바이크역까지 이어지는 구간이다. 낮은 언덕과 레일바이크 선로를 따라 바다를 조망하며 걷는 길로서 송림과 아담한 백사장, 기암절벽이 어우러진 용화해변, 삼척에서 태어난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황영조기념공원, 고운 모래로 이루어진 백사장과 울창한 송림이 일렬로 뻗어있는 문암해변과 같이 한다.
칠월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날씨가 많이 더워졌다. 아침부터 푹푹 찌는 날씨에 오늘은 가볍게 산책하는 기분으로 30코스만 걸을 요량으로 시작했다.
그림 같이 예쁜 용화초등학교 앞에서 출발한 해파랑길 30코스는 레일바이크 매표소 옆 골목길로 접어든다.
해파랑길에서 벗어나 용화해변 쪽 철길로 올라오니 삼척해양레일바이크 용화정거장에 승객을 기다리는 레일바이크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이 철길은 일제강점기 때 삼척지역에서 나오는 지하자원을 수탈하기 위해 삼척에서 포항까지 개설하려다 중단된 폐철로다. 삼척시에서 관광자원화하여 2010년 7월에 개장했다. 아름다운 동해의 해안선을 따라 용화에서 궁촌까지 5.4km의 거리를 복선으로 운행하고 있다.
멀리 아치형 현수교가 보이는 용화해변은 아직은 피서객들이 찾지 않아 한산한 모습이다.
길은 좌우로 많은 펜션이 들어선 거리를 지나 잡초가 우거진 길을 통해 산 쪽으로 올라간다.
산으로 올라가는 줄 알았던 길은 조금 올라가다 옛 7번 국도 삼척로와 만난다.
높은 지대에서 바라본 용화 방파제와 현수교, 그 너머에 있는 장호항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길을 걷다 보면 굽은 길도 있고 일직선으로 똑바른 길도 있다. 때로는 오르막길도 있고 내리막길도 있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이다. 살아가다 보면 별의별 일이 다 있다. 오늘 안 좋던 일이 내일은 좋은 일이 되고 오늘 좋았던 일이 내일은 그렇지 않은 새옹지마의 연속이다. 인생의 갈림길에서 어떤 길을 선택할 때 무수히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러나 어떤 길이 정답이라는 게 있을까. 어느 길을 가든 자신감을 가지고 뚜벅뚜벅 걸어가다 보면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자기만의 길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어떤 성인에 관한 책을 읽고 나면 그 성인의 삶을 따라 살아보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그 성인은 누구의 삶을 닮기 위해서 산 사람이 아니다. 단지 자신의 삶을 살아왔을 뿐이다. 부처님도 그렇고 공자님도, 예수님도 그렇다. 모두 자기처럼 산 사람들일 뿐이다. 자기 자신만의 고유한 시선으로 산 사람들이다.
아스팔트길을 지루하게 걷다 보니 초곡마을로 향하는 길에 황영조 기념공원 안내판이 나온다. 바르셀로나의 영웅 황영조를 기념해 그의 고향 초곡마을 뒤편에 조성한 공원이다.
기념공원 입구 언덕을 장식해 놓은 오륜기가 보인다.
황영조 기념공원은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 경기 제패를 기념하기 위해 그의 고향 마을에 조성된 것으로 선수의 인간승리 과정과 우승의 감격을 기리고,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용기와 꿈을 심어주기 위하여 조성했다고 한다.
기념공원으로 올라가려만 레일 바이크 철로를 지나야 한다. 터널을 빠져나온 레일바이크가 공원 입구를 가로질러 지나간다. 손을 흔들며 지나가는 탑승객들에게 같이 손인사를 해 주었다.
공원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황영조의 발자국이 음각되어 있다. 발자국 하나하나에는 몬주익 언덕을 뛰어올라 간 그의 땀방울이 고여 있는 듯하다.
몬주익 언덕
황영조선수가 올림픽마라톤에서 우승한 곳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몬주익 언덕의 메인 스타디움이다. 예수의 언덕이라 일컬어지는 이 언덕 일대는 공원으로 되어서 언덕 위에 유원지와 올림픽경기장, 군사박물관 등이 있으며, 마라톤을 좋아하는 바르셀로나 사람들에게는 체력을 단련시키기에 적당한 장소이다.
삼척시는 이곳 초곡에 황영조기념공원과 연계하여 수중 전망시설, 펜션, 라이브 카페, 해수풀장 등 각종 해양 레포츠시설을 갖춘 초곡관광항구를 개발하여 세계관광명소로 건설할 계획이다.
황영조 기념관에는 1층은 황영조 세계제패관과 황영조 성장관이 있고, 2층에는 마라톤 체험관과 세계마라톤 역사관이 있다. 지독히도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성장했던 이야기와 마라톤을 하게 된 계기, 마라토너로 성장해 가는 스토리들이 기록되어 있다.
몬주익 언덕을 힘차게 뛰어올라 결승점을 지나는 모습을 동상으로 세웠다. 그날의 함성과 감동이 다시금 밀려온다.
그는 파도처럼 달렸다.
... 황영조를 위하여
도종환
그는 파도처럼 달렸다
해당화 핀 바닷가에서 출발하여
미륵바위와 해송 옆을 지나
궁촌초등학교 굴참나무 그늘까지 달려갈 때나
벳푸와 바르셀로나를 달려갈 때도
그는 파도처럼 세무스럽게 자신을 밀어 올렸다.
그는 정직하게 달렸다
생은 처절한 자기와의 싸움이며
땀 흘린 만큼 정직하게 돌아온다는 걸 알았다.
그는 가난하게 달렸다.
물질하는 어머니의 궁핍한 바다
아버지의 뜨거운 대지와 아픈 역사가
늘 그의 안에서 자맥질하며 출렁거렸다.
그가 넘은 것은 가파른 고개만이 아니었다
그는 최악의 조건에서
최선을 향해 달렸고
죽음과도 같은 몬주익 언덕을 넘을 때
초곡리 파도가 그의 등을 떠밀고 있는 걸 알았다
그가 온몸을 던져 결승선을 향해 달려갈 때
그의 몸에는 마지막 한 방울의
동해바다가 남아 있었다
그 짙푸른 동해바다를 안고
지금도 그는 우리 겨레의 가슴속을
파도처럼 달리고 있다
공원에서 내려다본 초곡항 전경이다. 어린 황영조가 뛰어놀던 풍경을 상상해 본다. 황영조는 해녀인 어머니가 물질을 할 때면 갯바위에 앉아 어머니가 잠수를 했다가 올라올 때까지 숨을 참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폐활량에다 어릴 때부터 연습한 숨 참기 연습이 훗날 그를 영웅의 반열에 올려다 준 초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초곡항으로 내려오면 오른쪽 해변으로 용굴 촛대바위길이 조성되어 있다. 이 길은 해파랑길 코스에서는 벗어나 있는 길이다. 그동안 해파랑길 여행을 하면서 가급적 코스대로 걷기를 충실했다. 그러다 보니 코스에서 벗어나서 있는 볼거리들은 지나쳐 왔다. 그러나 오늘은 30코스만 걸을 생각으로 나왔기에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걸으면서 주변 경관들도 둘러본다.
초곡용굴촛대바위길은 삼척의 고요하고 아늑한 초곡항의 해변길이다. 해안절벽을 따라 이어진 이 길은 군사지역이라 한동안 통제되었던 곳으로 군사보호지역에서 해제되면서 데크조성공사를 마친 후 2019년 7월 일반인에게 공개되었다.
작은 고깃배가 드나들 수 있고 구렁이가 용으로 승천한 장소라는 전설을 갖고 있는 초곡용굴은 해금강이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으며 그 부근 일대가 갖가지 아름다운 바위들이 즐비하게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초곡 용굴 촛대바위는 깨끗한 바다와 어우러져 멋진 경관을 뽐낸다. 512m 데크길과 56m 출렁다리 등 총연장 660m의 초곡 용굴 촛대바위길 탐방로가 조성되어 해안절경을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다.
태풍피해로 인한 낙석의 위험이 있어 마지막 구간은 출입금지다.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인 길을 감상하고 다시 해파랑길 코스를 걷는다. 초곡항을 지나면 문암해수욕장, 원평해수욕장, 궁촌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활처럼 휘어진 아름다운 모래해변이다. 여기에도 멋진 바위들이 곳곳에 있다.
레일바이크 초곡휴게소에는 다양한 조형물을 설치해 놓았다.
레일바이크를 타는 관광객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열심히 페달을 밟고 지나간다.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동해선 철로를 따라 북쪽으로...
모래가 고운 원평해수욕장엔 더운 날씨 때문인지 휴일임에도 관광객들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
모래밭에서 머리를 내밀고 있는 혹등고래
잘 지어진 펜션에도 이용객은 보이지 않았다. 이 펜션을 지나면 녹이 슬어 조금은 부실해 보이는 철다리를 건넌다.
철다리 위에서 본 기수역에는 갈매기인지 오리인지 모를 수많은 새들이 한가로이 자맥질을 하고 있다.
30코스 종점인 궁촌레일바이크 정거장에 도착한다.
애초에 30코스만 걸을 요량으로 느긋하게 출발해서 쉬엄쉬엄 걸었는데도 불구하고 시간이 많이 남았다. 돌아가려고 시내버스 시간을 검색해 보니 1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잠시 고민하다 31코스를 이어서 걸었다.
해파랑길의 31코스는 삼척, 동해구간 중 궁촌리와 근덕면을 잇는 길이다. 궁촌 레일바이크역에서 출발해 동막교와 부남교를 거쳐 덕산해변까지 이어지는 걷는 길로써 도로와 둑길, 마을, 해안로를 번갈아 지나며 전통과 어촌 정경을 느낄 수 있다. 고려 시대 최후의 임금 공양왕과 왕자, 시녀, 말들의 무덤이 있는 공양왕릉, 울창한 송림과 바다로 이어지는 맑은 하천이 흐르는 재동소공원, 숙박 및 식당, 편의 시설, 해양레저를 즐길 수 있는 덕산해수욕장을 둘러볼 수 있다.
궁촌에서 시작한 31코스는 지루한 아스팔트 길을 이어 간다.
황영조 국제마라톤 공인코스 25km 지점 표지판이 보인다. 삼척 출신 황영조 선수의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제패를 기념하여 조성하였다. 삼척엑스포광장에서 출발하여 황영조 고향마을인 근덕면 초곡리를 반환하는 국제공인 42.195km의 코스다.
계속된 오르막길로 체력이 고갈되어 간다. 30코스만 걸을 요량으로 나왔기에 간식도 준비하지 않았고 물도 부족하다. 기온은 높았지만 옇은 구름으로 인해 완전한 땡볕이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이다.
걷고, 또 걷는다.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다.
아! 덮다.
드디어 내리막이다. 아무 생각 없이 터덜터덜 걷는다. 무념, 무상, 무아다.
길고 긴 사래재를 오르고, 이제 또 내려간다. 사래재라는 명칭이 오르다 사래들려서 사래재라 했는가 싶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비극적인 이름이다. 이곳은 고려의 마지막 임금인 공양왕 일가가 죽임을 당한 곳으로 원래의 이름이 살해재였다고 한다.
궁촌레일바이크 정거장에서 궁촌마을 쪽을 바라보면 높지 않은 산비탈에 무덤이 몇 기 보인다. 바로 고려의 마지막 왕인 공양왕의 무덤이다. 이 무덤은 일명 궁촌왕릉으로 볼리고 있는데 고려의 마지막 임금인 공양왕과 그의 아들 왕석, 왕우 등 3부자 무덤으로 전해지고 있다. 공양왕 4년(1392) 7월에 이성계가 즉위하고 8월에 전왕을 폐하여 공양군으로 봉하고 강원도 원주로 보내어 감시하다가, 다시 왕과 믿아들 왕석과 둘째 아들 왕우를 간성으로 옮겼으나 역시 불안하여 1394년 (태조 3) 3월 14일에 3부자를 삼척시 근덕면 궁촌리로 귀양지를 옮겼다가 한 달 뒤인 4월 17일에 그들을 모두 죽였다. 공양왕이 이곳에 귀양 와서 죽어 묻혔던 것으로 전해지니 그 후 경기도 고양시 식사리(속칭 언침) 대자산으로 옮겨 갔다고도 한다. 현재 그곳에는 공양왕릉과 왕비릉이 사적 제191호로 지정되어 있다. 1421년(세종 3) 1월 13일에 공양왕의 왕녀(단양군 이성범의 처)가 임금에게 상소하여 아버지를 공양왕으로 어머니를 왕비로 추봉하고 공양왕릉을 정릉(定陵)으로 정하였다는 기록이 전한다. 1837년(헌종 3) 가을에 삼척 부사 이규헌이 개축하였으며, 1977년 당시 삼척군수와 근덕면장의 노력으로 묘소들이 개축, 보수되어 새롭게 단장되었다. 이 능에서는 근덕면 봉찬회에서 매년 3월에 날짜를 택하여 제사 지내고 있다고 한다.
계속된 아스팔트길의 지루함도 거의 끝나간다. 황영조 마라톤 코스 27km 지점을 지나고
동막3리를 지나 동막교를 건넌다.
동막교를 건너자마자 바로 우측으로 틀어 미읍천 천변을 걷는다.
마읍천(麻邑川)은 삼척시 노곡면 상마읍리 사금산의 문의재에서 발원하여 북류하다가 동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삼척시 근덕면 덕산리에서 동해로 흘러드는 하천이다. 마읍천(麻邑川)은 마읍이라는 마을에서 유래하였다. 마읍은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부터 통일해서 쓰기 시작해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지만 그전에는 마읍(馬邑), 마라읍(馬羅邑), 말읍(末邑), 마읍(麻邑) 등으로 다양하게 불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멀리 강을 가로지르는 동해선 철로가 지나가고, 강의 모래톱엔 갈대인지 모를 온갖 풀들이 우거져 있다. 전국의 사대강엔 썩은 물들이 가득 고여 악취를 풍기고 있는데 여기엔 물을 정화시켜 주는 수생 식물들이 우거져 자라며 건강한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동막리를 지나면서는 많은 축사들이 연이어 있다. 더운 열기로 숨이 턱턱 막히는데 축사에서 나는 아름답지 못한 향기로 인해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여름에는 걷기 힘이든 길이다.
작은 보를 만들어 놓은 곳에서 잠시 쉬어간다. 시원한 물줄기 속으로 뛰어들고 싶다.
동막교로 마읍천을 건넜는데 이번엔 부남교를 통해 마읍천을 다시 건넌다.
다리 아래엔 쪽대를 들고 고기잡이를 하는 한 무리의 가족이 즐거운 휴일 오후를 보내고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강물은 투명하게 맑아 강바닥이 훤히 드려다 보인다. 피라미 인지 버들치 인지 모를 물고기들이 제법 많이 때를 지어 움직인다.
잠시 서서 바라보자니 어릴 적 국민학교 다닐 때의 추억이 떠 오른다. 아이들은 학교를 파하거나 여름방학이면 집집마다 한 마리씩은 먹이고 있던 소를 몰고 강변으로 나갔다. 그 시절엔 동력을 사용하는 농기구가 드물었기에 집집마다 소가 한 마리씩 있었다. 소가 없다는 것은 농사를 짓지 않는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고삐가 엉키지 않게 좌우 두 개의 뿔에다 칭칭 동여 매어 강변 풀밭에 풀어놓고 아이들은 멱을 감거나 천렵을 했다. 물고기가 몰려 있을 만한 곳에 몇몇이 쪽대를 펼쳐 막고 몇몇은 막대기를 들고 풀숲을 쑤시거나 돌을 들추며 몰이를 해간다. 뿌연 흙탕물이 일고 잠시 후 쪽대를 들어 올리면 피라미며, 무래무지, 가재 등이 수북이 잡혀올라 욌다. 그렇게 놀다 그 냇물에다 멱을 감고, 고기를 잡고, 목이 마르면 그 물을 마셨다. 요새는 전국 곳곳에 목장이며, 축사가 생겨 깊은 산속 계곡으로 가야 음용 가능한 물이 흐른다. 꿈같은 세월이다.
부남길을 따라가는 평화로운 부남리 들판엔 옥수수가 익어가고 벼들이 커가고 있다. 휴일 농촌이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들에도 길에도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간혹 마을을 지나다 보이는 사람도 모두 나이 든 노인들 뿐이다. 우리나라 농촌엔 정말 젊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어쩌다 보이는 젊은이들은 모두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어찌할 것인가?...
부남리를 지나 교가리를 향해 가는 들판 한복판 축사 옆에 마치 당산나무인 듯 커다란 멋진 소나무 세 그루가 서있다. 큰 나무 두 그루와 작은 나무 한그루다. 큰 나무 두 그루의 모습은 짐작건대 하나의 뿌리에서 가지가 두 군데로 올라온 듯하다. 이 나무는 한 그루인가 두 그루인가?
묵은 갈대가 길섶을 차지하고 있는 고즈넉한 길을 터벅터벅 걸어간다.
다시 나타난 축사에는 누렁이 몇 마라가 무료한 듯 눈을 껌벅이며 울타리 밖을 내다보고 있다.
교가1리를 지나서부터는 마읍천변 뚝방길을 걷는다. 한낮이 지나고 해가 기울고 햇볕도 조금 약해졌다. 가끔씩 바람도 불어온다. 몸은 지쳤지만 마음은 상쾌하다.
길 양쪽으로 벚나무가 줄지어 있는 길은 터널을 형성한다. 이런 길이 길었으면 좋으련만 그렇게 길지 않아 끝났고 덕봉대교가 나왔다.
덕봉대교를 건너지 않고 직진하면 덕산해변이 나온다. 해파랑길은 다리를 건너 우회전해서 맹방해변으로 이어진다.
마읍천 어귀엔 덕봉산(53.6m)이 자리 잡고 있다. 높지는 않지만 해변에 자리 잡고 있으니 우뚝한 모습이다. 이 덕봉산 안쪽 기수역은 강수욕장이고 우측은 덕산해수용장, 좌측은 맹방해수욕장이다.
드디어 맹방해변에 도착했다. 이곳엔 철 이른 해수욕객들과 관광객들로 시끌벅적했다.
차를 세워둔 용화해변으로 가기 위해 버스코스와 시간을 검색하니 이곳엔 버스가 오지 않고 1.5km 떨어진 근덕면 소재지에 있는 근덕농협 앞에 버스정류장이 있었다. 서둘러 근덕농협을 향해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