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2.금
해파랑길 29코스(18.3km)
호산버스터마널 ←8.6km→ 임원항 입구 ←5.7km→ 아칠목재 ←4.0km→ 용화레일바이크정거장
걸은거리 18.63km
걸은시간 13:49~17:57, 4시간 8분 소요
12시 40분에 용화레일바이크 주차장에 도착하여 주차를 하고 길 건너 버스정류장에서 호산버스터미널로 가는 농어촌버스 시간을 검색하니 1시 15분에서 30분 사이에 오는 것으로 검색된다. 정류장 벤치에 앉아있는데 배낭을 멘 어르신이 29코스 종점 QR코드가 어디에 설치되어 있는지 물어보신다. 아마 29코스 걷고 나서 QR코드를 찾지 못하신 것 같아 두루누비로 검색하여 위치를 가르쳐드리고 잠시 앉아있는데 다시 와서 어디서 왔는지 물어보시곤 자기는 부산에서 왔고 하신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연세를 물어보니 77살 이이라 하신다. 대단하시다. 나는 과연 그 나이가 되어서 이분처럼 걸을 수 있을 것인가.
해파랑길 29코스는 삼척 동해 구간 중 원덕읍과 근덕면을 잇는 길이다. 원덕읍 호산 터미널에서 시작해 근덕면 용화리에 다다르는 구간으로 둑길과 산길, 고갯길을 지나며 황희정승 명승지와 검봉산 자연휴양림을 거치는 구간이다. 주요 관광 포인트는 싱싱한 활어회와 다양한 삼척 맛집, 편의 시설이 잘 갖춰진 임원항, 황희정승의 업적을 기려 당시 백성들이 세운 황희정승 소공대비, 임원지역 명산으로 화방굴, 소공대가 있는 해발 681.6m의 검봉산 자연휴양림, 각종 해양 체험 프로그램과 숙박, 관광시설이 잘 갖춰진 용화해수욕장이 있다.
호산버스터미널에서 시작한 길은 호산교를 건너 좌측으로 호산천변을 따라 걷는 것으로 시작한다. 하늘엔 옇은 구름이 끼여 파란 하늘과 대비되는 구름을 보지 못해 아쉽지만 대신 땡볕을 걷지 않아도 된다.
천변엔 작년 장마에 무너진 강둑 보강공사를 하고 있다. 그래서 잠시 읍내길을 걷다가 천변 데크길로 나왔다.
강변엔 봄꽃은 모두 시들어가고 여름꽃이 한창이다.
읍내를 벗어난 길은 좌측 옥원이천로로 이어진다.
5km나 남은 지점에 마을 표지석이 있어 무슨 특별한 마을인가 검색해 보니 이천1리가 삼척시 '창조적 마을 만들기'사업에 선정되어 환경 분야에 역점을 두고 ‘힐링 일번지 마천수 마을’로 비전을 정하고 이 비전 달성을 위하여 ‘오지, 비경, 전통이 공존하는 참살이 마천수 마을’이란 목표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다고 설명되어 있다.
7번 국도 호산천교 아래를 지나
24년 말 개통 예정인 삼척-포항을 연결하는 철로 동해선 원덕역을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면
굴다리를 지나고, 낮은 고개를 넘으면
길곡천을 거슬러 올라가는 길이 나온다. 여기도 천변엔 큰금계국이 만발하다. 좌측 산기슭엔 한국남부발전 삼척빛드림본부(삼척화력발전소)의 사택단지가 조성되어 있다. 조금 걷다 작은 다리 수릉교를 건너면 좌측 경사길에 옥원소공원이 나온다.
옥원소공원은 특별할 것 없는 대로변에 흔히 있는 작은 공원이다
옥원2리 수릉삼거리변에 '소공대비'라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검색해 보니 이곳에 관찰사로 파견되었던 황희정승의 공적을 기려 세운 비석이다.
소공대비
삼척 노곡리 마을 옛 국도변에 서 있는 비로, '소공대’ 위에 놓여 있다. 조선 세종 5년(1423) 이곳 일대에는 대흉년이 들어 백성들이 거의 굶주림에 고통받고 있었다. 조정에서는 이들을 구하고자 황희 선생을 강원도 관찰사로 파견하였고, 이곳으로 부임해 온 황희는 정성을 다해 이들을 도와 마침내 어려움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백성들은 그 은혜를 잊지 않고 당시 황희가 가끔 쉬곤 하던 와현(瓦峴)이라는 고개에 돌을 모아 단을 쌓고 ‘소공대’라 이름하여 그의 공적을 기리고자 하였다. 이후 중종 11년(1516) 그의 증손인 황맹헌이 강원도 관찰사로 부임하여 이곳을 둘러본 뒤 보수를 하고 비를 세워두었는데, 비바람에 쓰러져 부러지고 말았다. 현재 남아 있는 비는 선조 때 삼척부사로 부임해 온 그의 6대손 황정식이 옛 비를 치우고 그 터에 다시 세워놓은 것이다. 비는 낮고 널찍한 받침돌 위로 비몸을 세운 간결한 모습으로, 비의 윗면 양쪽이 둥글게 다듬어져 있다. 비몸 앞면 위쪽에는 ‘소공대비’라는 비의 명칭이 가로로 적혀 있다. 선조 11년(1578)에 세운 조선 중기의 일반적인 비의 형태로, 당시 영의정이었던 남곤이 비문을 짓고, 려원군 송인이 글씨를 썼다.
노곡교차로를 향해 오르막길을 걷는다. 구름 덕분에 햇빛은 강하지 않지만 높은 습도와 기온으로 숨이 턱턱 막힌다.
노곡교차로를 지나 고개를 넘으면 삼척화력반전소 입구가 나온다.
길은 일직선인 곳도 있지만 산허리를 휘감으며 굽은 곳도 있다. 도로의 오르막을 걸을 때는 한없이 지루하고 은근히 힘이 든다. 어떤 길은 숨이 찰정도로 급한 곳도 있다. 그러나 내려갈 때는 걸음이 빨라지고 살랑바람이라도 불어오면 시원한 청량감이 온몸에 스민다. 올라올 때는 고되지만 내려갈 때는 경쾌하다. 항상 올라온 만큼 내려가는 길이다. 우리 인생도 이와 같다.
아득히 펼쳐진 아스팔트길에서 피어오르는 열기를 보면서 지난한 시간을 떠올린다. 나이를 먹으면서 허전한 마음이 가슴을 채우고, 살아가는 이유와 희망이 사라져 버린 것처럼 매사에 허무한 생각뿐이었다. 거울에 비친 병든 닭처럼 축 쳐진 모습을 보고 있자니 스스로 한심했다. 그러다 문득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살펴보니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았다. 이대로 있다가는 죽을 것 같아 시작한 길이다. 최소한 길을 걸을 땐 모든 것을 잊어버린다.(억지로 외면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걷는 동안은 마음속 무거운 짐과 어두운 그림자를 던져버릴 수 있다. 걷기는 명상과 비슷한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한걸음 한걸음 내 딛을 때마다 나는 온몸의 세포가 살아나는 느낌을 받는다. 길을 걸으면 새로운 관점이 열리고 미지의 세계로 나아갈 용기를 얻는다.
나는 누구인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가.
해파랑길은 노곡항과 비화항으로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를 스쳐 지나간다.
옛 7번 국도는 새로 난 7번 국도와 나란히 가다가 임원항으로 들어간다. 예전에는 엄청난 통행량을 자랑했을 이 길은 지금은 거의 차가 다니지 않는다. 덕분에 라이더들과 보도여행자들은 안전한 길을 갈 수 있다.
한적한 길가에 무슨 공중전화인가 싶었는데 자전거길 무인인증센터였다.
임원항 표지판이 보이는 길 좌측 언덕 위에 무슨 공사를 하고 있다. 아마 전망대를 새로 구축하는 것 같다. 저 위에서 보면 아름다운 임원항 전경이 한눈에 들어올 것이다.
임원항이다. 멀리 산 옆으로 보이는 ㄱ자 모양 구조물은 수로부인 헌화공원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이다.
임원항 입구 소공원에 기념탑이 두 개 설치되어 있다.
1991년 강원도 고성에서 8박 9일간 제17회 세계잼버리 대회가 치러졌는데, 당시 구호는 ‘세계는 하나’로였으며, 이 행사에 전 세계 133개국 2만 명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고 한다.
임원천변에는 현대식 회센터가 줄지어 들어서 있고 맛있는 회를 자랑하는 문구와 그림이 그려져 있다.
18.3km 코스를 오후 반나절에 걷는 길이라 수로부인 헌화공원은 들릴 겨를이 없다. 나중에 따로 시간을 내어서 와 볼 참이다. 그래서 다리 건너 있는 임원항으로도 들어가지 않고 입구를 스쳐지나 임원2리로 들어간다. 항구가 있는 임원천 건너는 임원1리다.
임원초등학교를 지나
임원1교를 지나면 곧바로 좌측 검봉산자연휴양림 방향으로 나아간다.
지루한 아스팔트길을 걷다가 데크길을 만나니 이렇게 반가울 수가...
임원천을 따라 걷는 이 길은 크지는 않지만 벚나무가 줄지어 서 있어 시원한 그늘 아래로 모자를 벗고 걸을 수 있었다.
짓푸른 산과 맑은 물, 맑은 공기, 벚나무가 함께 하는 아름다운 산책길이다.
아쉽게 끝난 데크길을 뒤로하고 좌우로 벼가 한창 자라는 논이 펼쳐진 아스팔트길을 걷는다. 오가는 차가 없어서 편안하게 걸었는데 이 길이 끝날 때까지 지나는 차가 한 대도 없었다.
버스정류장에 '물레방아들'이라 표시되어 있어 검색해 보니 검색되지 않는다. 아마 옛날에는 이 들판 근처에 물레방아가 있었겠거니 짐작해 본다.
해파랑길은 검봉산자연휴양림을 1km 남겨놓은 지점의 삼거리에서 우측 골짜기로 난 농로를 따라간다. 좌측 검봉교를 건너면 휴양림 가는 길이다.
검봉산자연휴양림
검봉산(劍奉山, 해발 681.6m)은 재량폭포를 휘몰아 승지골 천봉 사금산 응봉산 육백산으로 장쾌하게 연결되는 산능성길이는 그 웅장함을 가늠할 수 있으며 MTB 매니아에겐 도전의 대상이되고 있다. 산능선엔 철쭉과 솔붓꽃, 애기풀, 제비꽃 등의 꽃들이 아기자기하게 피어 있다. 검봉산 정상에는 동쪽으로 끝없이 보이는 바다와 남쪽은 뾰족하게 솟은 응봉산(998.5m)와 서쪽으로는 사금산(1,092m)이 하늘을 가린다. 또한 임원해수욕장이 차량으로 5~10분거리로 여름철 해변휴양과 연계하여 이용하기 좋은 곳이다.
농로를 따라 골짜기로 들어가면 드문드문 몇 채의 집이 보이는데 어떤 집은 사람이 살지 않는 것 같다. 귀촌이나 귀농을 하여 살아 보면 생각과 달리 만만찮은 생활을 하게 되고 결국은 매물로 내놓게 되고 팔리지 않으면 빈집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농로로 시작된 길은 어느새 임도로 바뀌었다.
아칠목재를 넘는다. 하늘과 맞닿은 저 길 고개 너머에는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까?
아칠목재
고갯길에 아름드리의 숲이 우거져 호랑이와 산적들의 출몰이 빈번해 혼자서는 고갯길을 넘는 것이 대단히 위험해서 주막에 여러 사람이 모이기를 기다려서 재를 넘었다고 전한다. 이렇게 여러 사람이 모여서 재를 넘어도 언제 호랑이나 산적들이 출몰할지 몰라 등골이 오싹해 진다고하여 아찔, 아칠목재라 하였다 한다.
재를 넘은 해파랑길은 완만한 내리막길을 길게 내려간다. 계곡 곳곳에는 사방댐이 설치되어 있다.
한적한 들길은 동해선 철로 아래로 이어진다. 철로를 지나서 직진하면 7번 국도 아래 굴다리를 지날 수 있는데 이길로 가면 장호 해변이다. 해파랑길은 굴다리로 가지 않고 좌측 하수 처리장 앞을 지나 용화해변 방향으로 간다.
샛강을 따라 느긋하게 걷는다.
용화교를 건너 용화리 마을로 들어선다. 우회전하여 용화천을 따라가면
길가에 당산나무인지 멋지고 큰 나무가 한그루 나온다.
아담하고 예쁜 용화초등학교를 지나
29코스 종점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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