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3.일
해파랑길 43코스(9.3km)
하조대해변 ←3.6km→ 여운포교 ←3.0km→ 동호해변 ←3.4km→ 수산항 입구
해파랑길 44코스(13.3km)
수산항 입구 ←5.0km→ 낙산해변 ←1.7km→ 낙산사 입구 ←2.8km→ 속초해변 ←3.1km→ 설악해맞이공원
걸은거리 23.99km
걸은시간 08:00~14:16, 6시간 16분 소요
걷기는 명상과 비슷한 무언가가 있다. 둘 다 길 위에 존재하는 형식이요, 우리 삶의 표현이며, 삶과 죽음 사이의 여정이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새로운 관점이 열리고, 한 곳을 떠나 새로운 장소에 발을 디딜 때마다 미지의 세계로 나아간다. 산책을 하든 트레킹을 하든 천천히 어딘가를 걷는 일은 삶과 같다. 변화와 덧없음, 탄생과 성장, 피고 짐을 상징한다.
8시 조금 못되어 하조대해변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리니, 어라! 이 무슨 인연? 어제 만났던 그분이 내차 옆에 있던 차에서 내리신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오늘 같이 한번 걸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해파랑길 43코스는 하조대 해변에서 출발해 여운포교와 동호해변을 지나 수산항에 이르는 길이다. 인적이 드문 길게 이어진 해안길로 양양의 숨은 절경을 만날 수 있는 코스로서 인근에 어성전, 법수치계곡이 있어 바다와 산간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하조대 해변, 가자미 배낚시, 요트, 투명보트로 유명한 일출 명소 수산항, 고운 모래와 바다가 아름다워 서처들이 선호하는 동호해변이 있다.
43코스 시작점을 힘차게 출발한다. 오늘은 혼자가 아니라 길동무가 있어서 무료하지 않게 걸을 수 있겠다.
아침나절의 찬란한 햇빛이 황금색 해변을 비추고, 구름 한 점 없는 날씨는 시작부터 상쾌한 기분을 선사한다. 발걸음은 가볍다. 하조대해수욕장은 길이 1km, 너비 100여 미터에 달해, 동해안 해수욕장 치고는 백사장 폭이 상당히 넓다. 데크길을 따라 해파랑길 43코스를 시작한다.
좌측으로는 송림이 길게 이어지고 우측으로는 황금빛 모래너머로 동해바다의 푸른 물결이 춤을 춘다. 중광정해수욕장까지 직진을 한 해파랑길은 좌화전하여 걷다가 7번 국도, 동해대로를 만나 우회전한다.
동해대로와 나란히 가는 자전거길을 따라 때로는 도로를 때로는 농로를 따라 걷는다.
동해대로 옆 자전거길을 따라 2km 정도 걷던 길은 동해대로가 급하게 내륙으로 좌회전하는 지점에서 계속 직진하여 여운포리 마을길, 선사유적로를 걷는다. 선사유적로라는 도로는 동호리를 지나 수산항을 거쳐서 오산리의 선사 유적 박물관을 기념한 도로명인데 양양남대천의 낙산대교까지 이어진다.
어서오세요. 여운포리입니다.
여운포리는 골목길을 직각으로 반듯반듯하게 닦아 만들어진 전원주택단지처럼 조성된 마을이다.
이곳은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알려진 벽화마을이다. 샌드위치 패널을 얹은 지붕인데도 불구하고 유럽의 오래된 벽돌집 같은 분위기다.
그려진 벽화들의 수준이 보통이 아니어서 골목길을 걷는데 마치 갤러리를 지나는 듯하다.
여운포리를 나온 길은 선사유적로를 벗어나 상운리의 들판을 가로지른다.
양희은의 '들길 따라서'가 절로 흥얼거려지는 길은 길게 이어지다 상운천을 따라간다.
상운천의 수초들은 벌써 누렇게 변했고 천변의 여름풀도 시들어 간다.
상운천을 따라가던 길은 다시 선사유적로를 만나 북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해송숲 옆길과 펜션이 이어지는 길을 따라서 1.5km 정도 가던 길은 우회전하여 동호해변에 도착했다.
동호해변은 양양군 손양면 동호리에 위치한 길이 500m, 폭 55m의 아담한 해변이다. 조용히 파도가 밀려오는 동호해변은 고즈넉하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해변의 인적은 드물고, 멀리 수산항이 가물가물하다.
인적 없는 해변에서의 버스킹, 관객은 2명이다.
수산항 방면으로 가는 길, S자로 휘어진 아득한 길은 가물가물 끝이 보이지 않는다. 완만한 오르막길을 뚜벅뚜벅 걷는다.
언덕 위 자전거 쉼터에서 바라본 하조대해변의 은빛 윤슬은 찬란하다 못해 가슴을 아리게 한다. 자연 속에 있으면 마치 자신의 근원에 가까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근원은 생명 그 차체이며, 진실이자 지혜다. 자연 속을 걸을 때 이런 근원에 다가가고 이를 경험한다. 자연 속을 걷는 일은 지혜와 삶의 철학을 연결해 준다.
수산항을 향해 가는 길은 하늘에 닿을 것만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오르막이다. 좌측 멀리 높은 곳엔 양양공항이 자리 잡고 있어서 이 길과 나란히 긴 언덕을 형성하고 있다.
이제 해파랑길은 수산항으로 들어간다.
요트 형태의 구조물로 항구의 한쪽을 가로지르는 다리, 일명 '해파랑다리'가 세워진 수산항은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었다. 수변공원에는 쉬어가기 좋은 벤치들이 즐비하고, 항만 주변엔 흔한 쓰레기나 지저분한 폐 그물 따위도 없었다. 관광 미항을 만들기 위해 애쓴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어떻게 이런 아름다운 다리를 설계할 수 있었는지, 건축가의 심미안에 찬사를 보낸다.
양양군에 들어와서 지금까지 거쳐온 해변들이 서핑의 천국이라면 이곳 수산항은 요트의 천국이라 할 만하다. 계류장엔 수많은 요트들이 닻을 내리고 정박해 있었다.
해파랑다리를 건너 43코스 종점에 도착했다. 종점 표지판 맞은편엔 해파랑 쉼터 겸 카페가 있었고, 같이 걷는 길동무 선배님이 쉼터에서 커피 한잔하고 가자시길래 믹스커피를 생각하고 들어 갔다. 그런데 해파랑쉼터 방문자 기록지를 작성하고 나니 관리자분께서 오천원짜라 쿠폰을 주신다. 와~ 땡잡았다.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맛있게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쉬었다.
보도 여행이란 숲, 해변, 산 등의 자연을 걸어 여행하거나 긴 산책을 하는 일 혹은 순례길을 걷거나 여러 날에 걸쳐 트레킹을 하는 것을 뜻한다. 이 모든 걷기의 공통점은 자연과 직접적으로 접촉하면서 호기심 어린 눈으로 주변을 살피고, 걷기가 선사하는 리듬을 고스란히 느끼고, 걸으며 떠오르는 생각을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흐르게 내버려 둔다는 점이다. 이런 형태의 걷기는 그 자체로 목적이 된다.
해파랑길 44코스는 수산항에서 출발해 낙산 해변과 낙산사를 지나 설악해맞이공원에 이르는 길이다. 역사와 전통을 지닌 낙산사와 동해안 관동팔경을 감상할 수 있다. 관동팔경 중 하나로 신라 의상대사가 창건한 낙산사와 오색온천, 설악산, 낙산사, 하조대 등 주변 관광지와 더불어 사랑받는 설악해변이 있고, 싱싱한 활어회를 맛볼 수 있는 양양의 대표 어항 물치항이 있다.
수산항 해파랑쉼터를 떠난 길은 좌측 주차장 방향으로 난 길을 따라가도 되지만 우리는 다시 한번 해파랑다리를 건넜다.
다리를 건너고 해변공원을 돌아 수산리마을 안길로 들어간 길은 마을을 지나서 나오면 다시 선사유적로와 만난다. 수산리라는 마을 이름은 앞으로는 큰 바다, 뒤로는 산이 병풍처럼 둘러있어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이 선사유적로는 앞으로 만나게 될 양양남대천의 낙산대교까지 이어진다.
이 길은 낙산해변을 만나기 전 까지는 해변으로는 나가지 않고 도로를 따라서 송림과 들길을 함께 가는 길이다. 그렇지만 차도와 자전거도로 겸 인도와 분리되어 있어서 안전하고 편하게 걸을 수 있다.
좌측 길건너로 오산리 선사유적박물관이 보인다. 이 박물관은 우리나라 신석기시대를 대표하는 오산리유적(사적 제394호)에 위치하고 있는 전문 박물관으로써, 선사시대 유물의 문화적, 역사적 가치를 극대화하며, 더 나아가 강원의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학술조사 연구와 사회교육을 수행할 목적으로 설치된 공립박물관이다.
솔비치 양양 앞을 지난다. 동해와 설악의 청정 자연을 누리며 스페인에 온 듯 이국적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해양 리조트다. 쏠비치 호텔 양양&리조트의 특징은 스페인의 건축 미학을 충실히 반영했다는 점이라고 한다.
오산리를 지난 길은 오산교를 통해 동명천을 건너면 송전리로 들어간다.
오산교에서 하구를 바라보면 작은 봉우리, 오산봉(26.5m)이 있다. 오산리의 지명 유래를 찾아보니 '전면대해변(前面大海邊)에 오봉(熬峯)이 용립(聳立)하므로 오산리라고 한다'고도했고, 오산봉의 모양이 자라처럼 생겼다 하여 명명했다고도 한다. 일명 오무(獒無)라고도 하는데 파도가 치는 날 멀리서 바라보면 오봉(熬峯)이 춤을 추는 듯하다 하여 그렇게도 부른다.
송전리로 넘어간 길은 송전해수욕장 표지판을 지나 계속해서 선사유적로를 따라간다.
송전해수욕장을 지나는 길에 코스모스가 가득 피었다. 가을은 가을이다.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 김상희의 '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이 절로 흥얼거려지는 길이다
송전리(松田里)라는 지명은 옛날에 송호리(松湖里, 350여 년 전)로 부르다가 언제부턴가 송전리(松田里)로 바뀌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한다. 속칭 솔밭이라고도 한다. 길 양옆으로 울창한 송림을 보니 수긍이 간다.
길은 어느덧 송전리를 지나 가평리를 솔밭을 지나가고 있다. 가평리 솔밭에는 "솔바람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는데, 강원 국제교육원 인근까지 이어진다.
가평리는 약 200여 년 전까지 마을 주위에 갈풀이 많이 자생하여 가평리(柯坪里)라 칭하였다고 한다. 속칭 갈벌이라고도 부른다.
드디어 낙산대교를 통해 남대천을 건넌다. 해파랑길을 걸으면서 울진 남대천, 강릉 남대천을 건너왔지만 양양의 남대천이 진짜 남대천이다. 우리나라에서 연어가 돌아오는 대표적인 하천은 이곳 양양 남대천이다. 연어가 회귀하는 10월부터 11월 말까지는 연어 금어기다. 낙산대교에서 바라보는 남대천의 하구는 넓은 호수같이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푸른 하늘이 투영되어 빛나는 강물은 바다처럼 넓다.
오대산 두로봉에서 발원하여 북쪽으로 흘러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리를 지나 서면 북평리에서 서림천(西林川, 일명 후천)과 합류된 후, 양양읍 남쪽을 지나 37km가 넘는 거리를 흘러 동해로 빠져나가는 남대천은 강의 흐름을 막는 보가 있어 연어들의 회기에 많은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한다. 분명 보의 잇점이 있기도 하겠지만 이 자연은 인간만의 것이 아니기에 자연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낙산대교를 건넌 해파랑길은 우회전하여 낙산해변을 향해 나아간다.
양양읍에 들어오는 초입에서부터 보이는 글이 마음에 와닿는다. '고맙다! 양양'이라는 말을 처음 보는 순간부터 참 따뜻하고 정이 있는 고장이라는 느낌을 준다. 지나가는 시내버스에도 쓰여있다. 양양에는 '송이와 연어의 고장'이라는 슬로건도 있지만 '고맙다 양양'이 더 정감이 간다. 양양이 무슨 전통의 도시, 무슨 최고의 고장이라고 선전하는 것보다 '고맙다 양양'이라 지은 것은 탁월한 선택이고, 이곳에 사는 분들은 선량하고 행복한 분들이 많을 것 같은 느낌이다.
낙산해수욕장은 1962년 7월 22일에 개장되었으며, 모래사장 길이 약 1.2km로 해안에서 바다로 70m가량 나아가도 수심이 1.5m 내외에 불과하여 해수욕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리고 한다. 강릉의 경포대해수욕장과 함께 동해안을 대표하는 해수욕장이며, 부산의 해운대해수욕장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3대 해수욕장으로 평가되고 있다. 낙산사, 의상대 등과 더불어 1979년 낙산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나 낡은 건물의 신축은 물론 지역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에 걸림돌로 작용함에 따라 강원도에서 2015년 11월 공원 전면 해제 승인을 신청하고, 2016년 11월 18일 도립공원에서 전면 해제되었다.
해변엔 모래가 신발에 들어가지 않게 걸을 수 있도록 데크길도 길게 설치되어 있어 편리했다.
'어딜 가나 소나무'는 여기서도 통한다. 백사장 한가운데 덩그러니 서 있는 세 그루의 소나무가 기특하다.
멀리 전망 좋은 곳에 위치한 낙산비치호텔과 바다로 길게 뻗은 낙산항 방파제가 보이고, 좌측으로는 원통형의 대형 숙박시설이 신축되고 있다. 해파랑길은 직진해서 낙산사로 들어가지 않고 신축 중인 원통형 건물 좌측으로 돌아 7번 국도 방향으로 나가고 곧장 직진해서 설악해수욕장이 있는 후진항을 향해 길을 이어간다.
명승지인 낙산사입구 인근에는 건어물 할인마트 거리가 별도로 조성되어 있었다. 이쯤에서 길동무 선배님께서 점심요기나 하고 가자고 제안하셨는데 마땅한 식당이 없어 다음 목적지인 설악해변에서 먹기로 하고 계속 걷는다.
낙산사 주차장에는 휴일을 맞아 수많은 관광객들로 분주했다. 주차장 울타리를 따라 오른쪽으로 돌아 나가면 7번 국도와 만난다.
7번 국도변에 있는 '오봉산낙산사'라고 적혀있는 일주문을 지난다. 사찰이 위치한 낮은 산을 오봉산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낙산(78.5m)이라 부르기도 한다.
낙산사는 신라 문무왕 11년(671년)에 의상(義湘)대사가 창건하였는데, 2005년 4월 4일 발생한 큰 산불이 4월 5일 오전에 낙산사를 침범해 대부분의 전각이 소실되었다.
이후 2007년 5월 4일 복원이 완료되었는데, 불타기 이전의 형태는 6.25 전쟁 후 소실되었던 것을 1953년 부실하게 재건되었으므로 바로 복원하지는 않았고 발굴 조사를 통해 통일신라부터 조선시대까지 낙산사가 가장 번성하였던 조선시대의 모습으로 복원하기로 결정이 났고, 김홍도의 낙산사도를 참고하여 복원불사에 착수하여 2007년 4월 5일 복원이 완료되었다. 화재 이전의 낙산사는 거의 숲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나무가 많았었는데, 복원된 뒤에는 약간 휑하게 보일 정도로 경내에 나무가 없어졌다.
그래도 산불 이후 20여 년이 지난 현재는 어느 정도 나무들이 커져 그런대로 숲이 울창해지긴 했다.
낙산사입구를 지난 길은 7번 국도를 따라가다 오른쪽 전진 2리 마을로 들어선다.
이 마을은 중간중간에 신축건물이 몇 있기는 했으나 옛날 모습 그대로인 마을이다. 그렇지만 옛날엔 평범한 가정집이었을 것 같은 건물에서도 서핑과 스킨스쿠버 장비를 대여하고 강습하는 곳이 여러 곳 눈에 띄었다.
꼬불꼬불한 마을 안길에는 옛 모습 그대로인 건물에 카페나 식당을 운영하고 있어 정감이 묻어났다.
점심을 하기 위해 마을을 한 바퀴 돌았으나, 특별한 곳이 없어 결국은 같은 자리로 와서 '돈가스 빠진 냉메밀국수' 한 그릇 했다.
낙산과 후진항 사이에 위치한 설악해수욕장은 작고 아담했다. 그렇지만 파도가 좋아 많은 서퍼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벤치를 겸한 포토존은 오메가 형상을 하고 있는데, 작가가 의도를 했는지 아니면 우연인지, 마지막 사랑이 떠올려진다.
후진항을 보면서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라 한참 기억을 더듬다가 검색해 보니 해파랑길 32코스 삼척해변에서 후진항을 지나온 것이다. 그러고 보니 대진항도 여러 곳에 있고 같은 지명이 많다.
후진항을 떠난 길은 정암해변을 향해 나아간다. 정암해변은 오랜만에 보는 몽돌해변이다. 영덕 부근에서 몽돌을 본 이후 계속 백사장만 보다가 오랜만에 몽돌을 보니 반갑기 그지없다.
파도가 들어올 때는 드르륵 하다가 나갈 때는 뚜루루한다. 돌 구르는 맑은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절로 힐링이 된다. 이 맑은 돌 구르는 소리를 들으며 지나가는 산책길 이름을 '몽돌소리길'이라 이름 붙여 놓았다.
설악해변에서 물치 해변까지 약 3Km에 이르는 길은 때로는 몽돌이 때로는 모래가 이어진다. 해변은 평화롭고 여행자의 마음도 고요하고 평화롭다.
몽돌소리길을 따라 드문드문 굵은 나무 말뚝 박혀있다. 용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솟대인가? 평평한 말뚝 위에는 어느 곳에는 몽돌이 또, 어느 곳에는 나뭇가가 쌓여있다. 이유가 무엇이건, 무엇을 쌓았다는 것은 무엇을 간절히 빌었다는 의미다.
길동무 선배님이 앞서 걷고 있을 때, 나도 조용히 나뭇가지를 하나 올려놓는다. 오늘 하루 행복하기를 바라고 무사히 해파랑길이 끝나길 빈다.
통나무 솟대, 산책로와 벤치에 그려진 다양한 그림 등 아기자기한 조형물과 그림들로 색다른 풍경을 선사하는 곳이다. 멀리 물치항이 보이고, 그 너머로 '롯데리조트 속초'가 가물가물하다.
몽돌소리길을 끝낸 해파랑길은 물치교를 통해 물치천을 건너간다. 물치천은 설악산 대청봉에서 발원하여 설악 저수지를 거쳐 강현면을 지나 물치항 앞에서 동해로 흐르는 하천이다. 물치리는 아득할 물(沕), 검은빛 치(淄)로 상류에서 철성분 때문에 검은 물이 흘렀고, 이로 인해 깊고 검은 물치소가 있어서 붙은 마을이름이라고 한다.
물치교를 건너다 바라본 물치항이다. 항구의 희고 빨간 등대는 역시나 송이 모습을 하고 있다. 물치천 하구는 사빈이 매우 발달하여 도보로도 갈 수 있을 듯하다. 길동무 선배님 말씀으로는 저기에 투망을 던지면 뭔가 많이 걸려들 것이라고 한다.
황금물결~ 은빛모래~ 를 자랑하는 물치해변이다. 정암해변에서부터 쭉 보아 온 해변이기에 해변으로 접근하지는 않고 물치항으로 바로 걸어간다. 물치항도 특별히 돌아볼만한 것은 없었다.
물치항을 지나 설악항으로 가는 길에 있는 황금연어공원이다. 황금색의 연어와 붉은 연어알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해변 풍경을 빛내고 있다. 실제 연어는 황금색은 아니나, 그 소중한 가치를 표현하기 위해 황금색으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해파랑길은 이제 또 하나의 경계점을 넘어선다. 바야흐로 양양군을 지나 속초시로 진입하는 것이다. 쌍천교를 지나 쌍천을 넘어서면 바로 속초 땅이다. 쌍천은 설악산(1708.1m) 북쪽 저항령계곡에서 발원하여 설악동과 대포동을 지나 물치항과 설악항 사이를 통해 동해로 빠져나간다.
쌍천을 넘어서자마자 반겨주는 무지갯빛의 속초시 영문 조형물이다. 설악 해맞이 공원에는 여러 가지 조형 예술품이 여행자의 발길을 늦춘다.
악기를 소재로 바닷속 풍경을 표현한 작품은 특히 눈에 띄었다.
오늘은 혼자가 아니라 둘이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힘든 줄 모르고 걸었다. 세상일은 혼자 일 때 잘 되는 것도 있으나, 둘 이상일 때 잘 되는 것이 더욱 많다. 그래서 구도의 길을 걷는 수도승들도 도반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길동무 선배님과 같이 한 오늘의 도보 여행은 내 해파랑길에 또 하나의 뜻깊은 여정으로 자리매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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