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26.토
해파랑길 45코스(17.6km)
설악해맞이공원 ←6.2km→ 아바이마을 ←2.1km→ 속초등대전망대 ←4.1km→ 영랑호범바위앞 ←5.2km→ 장사항
걸은거리 19.96km
걸은시간 09:59~15:47, 5시간 47분 소요
설악해맞이공원에서 시작하는 해파링길 45코스는 아바이마을과 속초등대를 지나 장사항에 이르는 구간으로서 설악산과 동해바다, 호수, 어촌마을의 전통문화를 엿보며 걷는 길이다. 주요 관광포인트로는 난전시장의 새우튀김 골목과 싱싱한 활어회로 유명한 대포항이 있고, 인근 설악산 척산온천과 함께 속초의 대표적인 명소 속초 해변, 360도 모든 방향으로 육지와 바다, 금강산 자락까지 조망할 수 있는 속초 등대전망대, 그리고 낮과 밤의 정경이 모두 아름다운 8km 둘레의 고즈넉한 영랑호가 있다.
조용한 설악항은 현대식으로 깔끔하게 정비된 관광항이다. 부두장엔 이른 아침 조업을 나갔는지 10여 척의 어선만 정박해 있고 오가는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설악해막이공원은 내물치(內勿淄)라 불리던 곳을 새롭게 단장해 설악해맞이공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7번 국도변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대포항과 양양, 설악산으로 길이 갈리는 교통의 요지로 쉽게 일출 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다. 해맞이 공원에는 해맞이광장, 연인의 길, 행복의 길, 사랑의 길 등 다양한 테마를 가진 조각상과 함께 설악산 관문 상징조형물과 조명분수대 등 산책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시설이 있다.
해변 산책로를 따라 걷는데 멀리 대포항의 방파제와 등대, 그리고 거대한 리조트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여러 조형물 중 바닷가 갯바위에 설치된 인어 연인상이 특히 눈에 들어온다 옛날 이 마을에는 장래를 약속한 처녀총각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바다에 조업을 나갔다가 조난당한 연인을 갯바위에서 그리워하다가 세상을 떠난 처녀의 안타까운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그런 사연이 있는 이곳에 처녀와 총각을 인어상으로 만들어서 영원히 헤어지지 않는 사랑의 연인상을 만들어 놓았다. 실제 인어 이야기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었지만, 여기서는 처녀 총각의 사랑이 이루어진 인어 연인상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현재 완벽한 사랑을 찾는 연인들이 이 연인상을 보러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설악산 기슭의 깨끗한 바닷가에 자리 잡은 대포항은 남쪽에서 속초시로 들어오는 관문이라 할 수 있으며 고급 생선의 집산지로 유명하다. 1937년 7월 1일 자로 양양군 도천면 대포리에 있던 면사무소가 속초리로 옮겨갔고, 이어 청초호 주변을 다듬어 속초항이 태어나면서는 대부분의 화물선과 어선들이 속초항으로 들르게 됨에 따라 1942년 10월 1일 자로부터 속초읍이 탄생하였고, 대포항은 한낱 어선 몇 척이 드나드는 한적한 포구로 전락해 버렸다. 최근에 와서는 항구를 원형으로 깨끗하게 정비하여 어항으로서의 대포보다는 관광지로서의 대포로 더욱더 주목을 받고 있다.
해 돋는 마을 대포항
대호항 난전 먹거리시장은 횟집과 튀김집이 즐비한 먹거리 천국이다. 난전시장 가까이 다가가자 고소한 냄새가 코를 간지럽힌다. 새우튀김을 비롯한 각종 튀김과 생선구이를 팔고 있었다. 그러나 가격은 싼 편이 아니라서 그냥 지나친다.
원형으로 정비된 항구는 어선은 몇 척 보이지 않고 주변이 온통 먹거리를 파는 가게들로 즐비하다. 이곳은 어항이라기보다는 잘 정비된 도심의 작은 호수 같은 분위기다.
난전시장을 나와 건어물 거리를 걷는다. 동해안에서 나는 각종 건어물을 팔고 있는데 중간중간에 횟집도 보인다.
건어물 거리가 끝이 나고 항구의 북동쪽 방향에는 CASSIA 속초 호텔&리조트가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세 개의 동으로 이루어진 건물은 꼭대기를 서로 다리교각처럼 연결해 조형미가 있고 거대한 규모에 압도당한다. 비록 숙박시설이지만 이 지역의 명물로 자리 잡을 것 같다.
호텔 입구에는 긴 팔을 날개 펼치듯 펴고 있는 조형물이 있는데 날개 위에는 또 갖가지 동작을 취하고 있는 작은 사람모형을 배치해 두었다.
호텔을 오른쪽으로 두고 돌아나가면 외옹치항이 나온다. 외옹치항은 자그마한 전형적인 어촌의 항구 모습이다. 작고 아담한 규모의 항구 위쪽으로는 롯데리조트 속초가 명당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외옹치항은 바로 옆에 위치한 대포항이 워낙 유명한 탓에 비교적 한산하고 조용하다. 이곳은 외지인보다는 현지인이 더 많이 찾는 곳이며, 한번 와 본 사람이면 다시 오고 싶어 질 만큼 싱싱한 횟감과 조용한 분위기가 장점이라고 한다.
외옹치는 조선 시대까지는 옹진(瓮津)이라고 불리던 곳인데 1927년에 외옹치라는 지명이 등장한다. 7번 국도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대포에서 속초로 가는 고갯길을 이용하여 현재의 외옹치를 지나갔었다. 이 고갯길 옆에 밭뚝이 다닥다닥 층계 모양으로 붙어 있어 이 고개를 '밭뚝재'라고 하였는 데 발음상의 변화로 '독재'라 불리었고, 그 결과 옹진이라는 옛 고유지명 대신 '바깥 독재'라는 뜻의 한자 표기인 '외옹치(外瓮峙)'가 행정구역명으로 사용되었다.
외옹치바다향기로는 외옹치항에서 외옹치해수욕장에 이르는 산책길인데, 롯데리조트가 들어선 언덕아래 울창한 대나무숲길과 기암괴석 위를 지나는 데크길로 구성되어 있다. 이 둘레길은 이곳만 따로 여행을 와도 괜찮을 정도로 멋진 곳이다. 산책로는 휴일을 맞아서 적지 않은 사람들로 분주하다.
바다 한가운데에 가두리 양식장으로 보이는 구조물이 떠있다.
북쪽으로 속초해수욕장과 함께 거대한 고층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동해시 북쪽으로는 모두 처음 가보는 지역인데 속초는 조그마한 항구정도로만 생각했지 이렇게 큰 도시일 줄 물랐다. 마치 사막의 도시 두바이 해변의 마천루 같은 고층빌딩들이 즐비하다.
산책로를 절반이상 돌아 외옹치해수욕장으로 내려가는 길 해안 쪽으로는 군사용 철척이 처져있다. 경계목적은 아니고 전시용으로 보존한 것이라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종전이 된 것이 아니라 엄연히 휴전 중이라는 사실을 인식시켜 주는 공간이다.
황금빛 모래가 깔린 외옹치 해변의 고즈넉한 분위기기 취해 밀물과 썰물을 한참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가끔 자신을 돌아보면서 '그때 왜 그랬을까, 지금이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텐데', '나는 누구인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생각하면 인생길 위에서 마아가 된 느낌이다. 부끄러운 일, 죄송하고 미안한 일, 잠을 자다가 깨어나서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한다.
외옹치해수욕장과 연이어 있는 속초해수욕장엔 휴일을 맞아 해변을 찾은 사람들이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해안선 길이 2km에 달하는 이곳은 고운 모래에 경사가 완만하여 수심이 얕다고 한다. 속초 8경 중 하나인 조도 일출이 명품인 곳이다.
해변 모래사장엔 여러 가지 형상의 조각상이 설치되어 해변을 찾는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눈을 동그랗게 뜬 돔이 마치 먹잇감인 양 조도(鳥島)를 노려보고 있다. 조도는 속초해수욕장 앞에 위치한 무인도이다. 새가 많이 앉아 있어 조도라 부른다고 전해진다. 한때 강원도지사 이용(李龍)이 섬에 정자를 짓고 자신의 이름 용(龍) 자와 속초의 초(草) 자를 따서 '용초정(龍草亭)'이라 불렀기 때문에 용초도(龍草島)라고도 했다. 또 풀과 소나무가 무성해 초도(草島)라 불리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은 정자가 헐리고 그 자리에 1984년에 세워진 무인등대가 있다. 1999년에 속초시민들의 공모에 의해 속초 8경에 선정되었으며 속초해수욕장의 백사장과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해변엔 세계 주요 도시들의 방향과 거리를 안내하는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는데 대단히 인기 있는 포토존이다. 내국인은 물론이고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한참을 기다렸다가 한컷 했다.
여기도 줄을 서서 사진을 찍는 곳이다.
속초해변의 새로운 명물 속초아이 대관람차는 2022년에 준공되었는데 6명 정원의 관람차 36대가 설치되어 있고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기간은 약 15분이라고 한다. 65m(아파트 22층 높이)까지 올라가 속초 앞바다와 설악산까지 감상할 수 있는 시설이어서 가족끼리 연인끼리 즐기기에 좋은 시설이다.
6.25 전쟁 당시 속초에 주둔하면서 이 지역을 사수하는데 큰 공을 세운 1군단 용사들의 무훈을 기리는 '제1군단 전적비'를 지나 길을 이어간다.
속초아이 대관람차 앞 해변에는 T자 모양의 방파제를 쌓아 산책로를 조성해 놓았다. 산책로에는 파도와 산호초, 가리비, 물고기 등을 모형을 설치해 눈을 즐겁게 한다.
속초해수욕장을 떠난 해파랑길은 아바이마을을 향해 나아간다. 이 길은 좌측으로 전부 펜션과 카페가 들어서 있는 길이다.
청초호의 물길이 바다로 나가는 길목까지 이어진 길은 좌회전하여 설악대교를 건넌다.
설악대교를 건너는 방법은 다리 중간에 설치된 승강기를 타거나 계단을 이용하여 다리로 올라가 건넌 다음 다시 다리중간에서 승강기를 타거나 계단을 통해 내려올 수 있게 되어 있다.
설악대교에서 바라본 아바이마을과 속초항 방면의 모습이다. 앞쪽으로는 아바이 마을이 뒤쪽으로는 속초항 국제 크루즈 터미널과 속초항 국제 여객 터미널이 위치하고 있다. 러시아, 중국, 일본을 오가는 배편을 운행하고 있다.
아바이 마을은 석호인 청초호와 동해 바다 사이에 형성된 사구의 모래밭에 형성된 마을이다. 속칭 '아바이촌', '함경도 아바이집단촌'이라고도 한다. 아바이마을은 1951년 한국군과 함께 남하한 함경도 출신 실향민들이 집단촌을 만들게 된 것이 시작이었는데, 아바이는 함경도 사투리로 할아버지와 같이 친근하고 나이가 지긋한 남자를 뜻한다. 아바이마을은 실향민들의 삶과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곳으로, 지금은 옛 모습이 많이 사라졌지만, 골목길에 대문도 없는 판잣집들이 드문드문 남아 있으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벽화들이 담벼락을 따라 이어져 있다. 우리나라 유일의 실향민 집단 정착촌 아바이마을은 분단과 통일 염원의 상징적 공간으로 고기잡이와 막일을 하며 고향에 돌아가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던 실향민들의 고된 삶과 애환을 느낄 수 있다. 아바이마을 초기에 지어졌던 피란민 가옥들은 속초 시립박물관 실향민 문화촌에 복원되어 있다. 아바이마을은 드라마 가을동화 촬영지로 이름난 후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기 시작하면서 속초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근처 식당가 골목에 함흥냉면과 오징어순대, 아바이순댓국 등 북한의 향토 음식점들과 카페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다리를 건너는 중간에 우측의 계단을 통해 아바이마을로 내려간다. 계단을 내려가 좌측의 먹거리골목을 지나고 다시 교량 밑으로 가면 갯배 선착장이다.
아바이마을 식당 골목은 각종 전과 튀김, 순대, 그리고 함흥냉면과 속초회국수를 팔고 있었다.
'은서네 집'에서 모둠순대로 점심을 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며 주위를 쓰~윽, 둘러보니 거의 모든 테이블에 모둠 순대가 놓여 있었다. 내 입맛에는 특별히 맛있다고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여행길에 그 지역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소소한 재미를 경험한다.
은서네 집에서 나와 길을 건너 교량 밑을 통과하면 갯배 선착장이 나온다.
선착장 옆에는 드라마 '가을동화'의 촬영장소가 있었다.
갯배는 바다로 나누어진 두 마을을 서로 이어주는 수단으로써 이곳 아바이마을이 있는 청호동과 맞은편 중앙동을 서로 왕래하는 배다. 요금은 편도 500원.
배를 움직이는 방식은 동력이 아니라 인력이다. 배 위를 지나는 와이어로프를 강 양쪽에 연결하여 갈고리를 이용해 사람이 손으로 끄는 방법이다.
갯배 선착장을 떠난 길은 수로변을 따라 걷다가 설악금강대교로를 건너 동명항 오징어난전으로 간다. 오징어 횟집이 줄지어서 있는데 지금은 오징어가 잘 잡히지 않아 '금징어'라 불리므로 회보다는 양미리 등 반건조 어물을 많이 팔고 있었다.
오징어난전을 지나 속초항여객선터미널을 오른쪽으로 돌아나가면 동명항이 나온다. 동명항은 주변 항구에 비해 비교적 큰 규모의 어항이다. 방파제가 축조되어 고깃배를 비롯한 많은 수의 배들이 정박하고 있었다. 조성된 방파제에서는 많은 낚시꾼들이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방파제 입구 쪽에는 활어시장이 있는데 아직 오전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동명은 '동쪽에 해가 떠 밝아온다'라는 뜻이다.
영금정(靈琴亭)은 정자의 이름이 아니라 속초등대 동쪽에 위치한 넓은 암반에 붙여진 명칭이라고 한다. 영금정이라는 지명의 유래는 파도가 바위에 부딪치면 신비한 음곡(音曲)이 들리는데 이 소리를 신령한 '거문고' 소리와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에는 두 개의 정자가 있는데, 하나는 동명항 바로 북쪽 바닷가의 작은 암봉에 세워진 영금정이고, 다른 하나는 바닷가에 동명해교를 건설해 그 끝에 세운 연금정 해돋이정자이다. 두 개의 정자는 같은 현판을 달고 있다.
영금정 해돋이정자에서 바라본 북쪽과 남쪽의 풍광
영금정 정자를 둘러본 해파랑길은 골목길을 잠시 걷다가 해안길을 따라 등대 전망대 방향으로 이동한다.
이곳도 스킨스쿠버의 성지인가 보다. 거치대엔 장비들이 널려있고 한쪽에서는 구호를 외치는가 하면 준비운동을 하면서 슈트를 입고 있었다.
두 곳의 영금정 정자를 둘러보고 속초등대전망대로 올라간다. 속초등대는 1957년에 점등하였는데 당시 등탑의 높이는 10m, 해발 48m(봉우리 높이 38m)였지만, 2006년 새로 만든 등탑의 높이는 28m, 해발 66m로 등대의 불빛은 36km 거리까지 비춰준다고 한다.
가파른 계단길이지만 등대전망대에 올라서면 올라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바다뿐만 아니라 동서남북의 풍광을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영금정 암반
파도가 바위에 부딪치면서 거문고 같은 소리가 나서 영금정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일제강점기 속초항 개발을 위해 바위들을 파손해 사용함으로써 더 이상 그 소리는 들을 수 없다고 한다. 과연 어떤 소리였을까? 무척 궁금하다.
푸른 하늘과 흰구름과 비췻빛 바다가 환상적인 속초다. 바다 쪽으로 길게 돌출된 등대해변 너머로는 아름다운 장사항의 모습이 펼쳐진다.
항구에 딸린 작은 도시 정도로 알았던 속초시는 그야말로 대도시 못지않은 고급아파트들이 많다. 가격대도 어지간한 대도시와 비교해도 차이가 없다.
좌측아래로 영금정 정자와 동명항이 보이고 멀리 속초아이 대관람차가 있는 속초해변과 외옹치의 롯데리조트도 보인다.
등대를 내려오는 길에는 전국의 이름 있는 등대를 부조로 새겨 전시해 놓았다.
등대에서 내려와 등대해수욕장으로 향한다.
해안침식을 방지하기 위해 쌓은 방파제 덕분인지 해안과 나란히 설치된 'ㅡ'자형 방파제를 사이에 두고 양쪽에 반원형의 고운 모래해변이 형성되었다.
이제 해파랑길은 영랑호 보러 간다. 영랑화와 바다가 연결된 수로를 향해가던 해파랑길은 좌측 골목으로 들어가 영랑교 삼거리와 만난다.
삼거리에서 속초시 중앙로 길을 건너면 영랑호다.
영랑호는 동해안에 존재하는 여러 석호 중 한 곳이다. 석호는 사주에 의해 바다와 분리되어 생기는 호수로 이후 하천을 통해 담수가 유입되면서 염도가 점차 낮아지고 담수호가 되게 된다. 영랑호 또한 유일하게 장천천이 유입되어 이런 과정을 거쳤다.
영랑호라는 명칭의 유래는 신라사선 중 한 명인 영랑(永郞)에게서 유래한 것이다. 신라사선인 영랑, 술랑(述郞), 남랑(南郞), 안상(安詳)은 신라 효소왕 때의 화랑들로 강원도 일대를 돌아다니며 수련을 했는데 전설에 의하면 도성 금성(경주)에서 열리는 무예대회에 참석하려던 영랑이 속초에 이르러 빼어난 영랑호의 경치에 빠진 나머지 무예대회도 잊고 계속 머물렀다고 한다. 이 전설이 전해 내려오면서 호수의 이름을 영랑호라고 칭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름드리나무가 줄지어선 영랑호반길을 걷는다. 나무는 공기를 정화하고 그늘을 내어주며, 새들의 보금자리가 된다. 우리가 후세에 물려줘야 할 보배 중의 보배다.
영랑로는 화랑 영랑과 관계된 설화도 있지만 용과 관련된 설화도 있다. 영랑호와 청초호에 용이 한 마리씩 살았는데 청초호의 용이 마을에 난 불로 죽어서 이곳 영랑호의 용이 사람들에게 화를 내렸다는 전설도 있다. 이 조각상은 영랑과 용의 설화를 합쳐 추상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
맨발 걷기를 하는 사람들을 위해 840m의 황톳길도 조성해 놓았다.
2021년 부교 형태로 영랑호를 가로지르는 '영랑호수윗길'이라는 수상 보행로가 생겼다. 속초 북부지역 활성화를 위해 김철수 前 시장이 26억 원을 투입하여 조성하였으며, 현재 연간 60~100만여 명이 방문하는 주요 명소가 되었다. 그런데 건설 초기부터 부교로 인해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라는 환경단체의 반발이 꾸준히 있었고, 이에 대해 속초시와 환경단체가 3년에 걸친 법정 싸움을 벌인 결과, 2024년 5월 8일 공판 기준으로, 강원대 환경연구소에 의해 생태계 악영향이 인정되어 결국 부교를 철거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고작 3년 만에 철거한다는 점에서 행정력과 예산을 낭비하게 되었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그러고 보니 호수의 이쪽과 저쪽의 물색깔이 다르다.
영랑호를 반시계방향으로 1/3 정도 돌아나면 언덕 위에 영랑정(永郞亭)이라는 정자가 있다. 영랑정은 6.25 전쟁 때 속초 수복에 큰 공헌을 세운 제11사단장의 공적을 기리기 위하여 세웠다고 한다. 영랑정에 올라서면 영랑호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범바위 옆의 깎아지른 듯한 커다란 바위에는 어떻게 싹을 틔웠는지 어린 소나무 두 그루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틈이 전혀 없을 것 같은 곳이데, 이끼에다 뿌리를 내렸는지 아니면 담쟁이덩굴처럼 바위 표면에 붙어있는지 경이로운 광경이다.
정자를 내려와 둘레길을 조금 걸어가면 범바위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좌측으로는 느티나무가 우측으로는 벚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있는 길이다. 녹음이 짙던 잎새는 어느 틈엔가 노란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영랑호로 유입되는 유일한 하천인 장천천을 건너면 장천 마을과 영랑호 습지 생태 공원으로 가는 표지판이 있다.
호수에 관련된 설화를 섬세하게 표현한 조각상도 있다.
영랑호반길을 걷다 보면 강릉 경포호와는 또 다른 진미를 느끼게 된다. 경호로는 그냥 둥근 호숫길을 빙 돌아 나오는 길인데 반해, 영랑호의 수변은 심산유곡을 휘돌아 나가는 물길처럼 들쑥날쑥하게 형성되어 구불구불한 길의 연속이다. 때로는 툭 튀어나왔다가 때로는 쑥 들어간다.
역광으로 비치는 오후의 햇살이 반사되어 호수는 은빛 윤슬로 반짝이고, 하얗게 핀 억새는 호수의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길 가의 가로수 옷을 벗으면 떨어지는 잎새 위에 어리는 얼굴~" 박인희의 '끝이 없는 길'이 흥얼거려지는 길이다.
영랑호반길을 돌아 나오면 길은 영랑교 아래를 지나 장사항으로 방향을 잡는다.
장사항으로 가는 길에도 고급 카페와 펜션들, 그리고 대게집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고 길가에는 통행이 불편할 정도로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여기에 오길 참 잘했다. 장사항' 방파제 벽에 쓰여진 슬로건을 처럼 여기에 오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그런 마음이 들 것 같은 아름다운 항구다.
항구의 활어시장과 횟집은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방파제엔 낚싯대가 줄지어 서 있고 태공들의 움직임은 바쁘다.
방파제 뒤쪽의 작은 해변도 적당히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이다. 물에 발을 담드고 걸을 수도, 갯바위에서 낚시를 할 수도, 캠핑을 할 수도...
오늘은 조금 천천히 걸으면서 느긋이 곳곳을 감상하며 걸었다. 항상 빨리 걷다가 여유를 가지고 걸어보니 못 보던 것도 보게 되고, 햇빛과 바람을 살갗으로 느끼며 자연과 호흡하는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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