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념

자작나무는 어둠 속에 빚나고

나는... 누구인가? 2023. 4. 18. 18:38

2020.03.28

- 영화 <레 미제라블>의 한 장면. 코제트가 있던 숲속에 자작나무가 빛난다. 자작나무는 캄캄한 밤 게슴츠레한 달빛 아래서도 대번에 보인다. 나무 껍질이 온통 하얗기 때문이다.
- 파스테르나크의 소설 <닥터 지바고>에서는 눈 내리던 기찻길 옆으로 자작나무가 끝없이 서 있었다. 그리고 톨스토이의 영지 야스나야 폴라냐... 아버지의 서가에 꽃혀 있는 톨스토이 전집에는 언제 찍었는지 알 수 없는 흑백 사진이 실려 있었다. 사진 속 생가와 무덤 옆에도 하얀 수피의 자작나무가 있었다.
- 오늘 산길을 걷노라니 움터지는 소리가 바람과 다투고 있다. 까마귀는 대놓고 떠들고 다른 새소리도 분주한 가운데 땅도 툭툭거려 지나는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움이 비집고 나왔으니 곧 새순이 돋고 산이 연두색으로 물들 날이 머지않겠다. 금세 산벚꽃과 초록색이 군데군데서 눈을 흘리겠지만, 자작나무 새잎같이 맑고 빛나는 색은 없다. 지상 최고의 연두빛이다. 이른 벚꽃 지고 나면 자작 잎 나오는 것을 챙겨보라. 황무지의 개척지에서도, 산불이 난 후에도 가장 먼저 숲을 만드는 나무가 바로 자작이다.

40년간 400만km, 지구 100바퀴를 돌며 쌓은 이야기
내촌목공소 김민식의 나무 인문학
- 나무의 시---간/김민식 지음/브.레드 -


싸한 바람 소리가 들릴 것 같은 슬프도록 아름다운 자작나무 숲이다.

겨울나무, 하면 자작나무가 떠 올려진다. 흰눈이 내려 온천지가 하얗게 보이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자작나무 수피의 하얀 빛은 나그네의 마음조차 하얗게 서린다.

길 떠나는 그대여 홀로가는 먼 길에 이름없는 나무들이 아무리 무성해도 소리내어 울지말고 마음으로 웃고가게.

자작나무, 하면  떠오르는 노래, 정목스님의 산빛물든 노래 '먼길'이다.

오늘 저 먼길을 가기위해
당신의 눈 빛이 필요합니다.
내 사랑 너무 깊어 병들고
가야할 길은
마른 자작나무 가지처럼
뚝뚝 소리내어 꺾어집니다.

오늘 바람부는 세상
바람속을 헤메며
길나서기 위해 다가가지는
불신한 그 님이라도
당신의 사랑이 필요합니다.

오늘 바람부는 세상
바람속을 헤메며
길 나서기 위해 다가가지는
불심한 그 님이라도
당신의 사랑이 필요합니다

https://youtu.be/eaa2CTuNgx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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