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16.금
해파랑길 17코스(18.3km)
송도해변 ←3.2km→ 포항여객선터미널 ←4.7km→ 여남동숲길 ←4.6km→ 포항영일신항만 ←5.8km→ 칠포해변
걸은거리 19.77km
소요시간 12:57~17:21, 4시간 24분
동해에서 2시간 30분 걸려 포항 송도해수욕장 자유의 여신상 앞에 섰다. 2주 만에 다시 해파랑길 여행에 나선 것이다. 저 지난주 13코스부터 17코스까지 걸을 요량으로 왔다가 마지막날 비가 오는 바람에 16코스까지 걸을 수밖에 없었다. 오늘 오후에 17코스를 걷고 내일 18코스를 걸으면 해파랑길 50개 코스 750km를 완보하게 된다. 작년 4월 20일 시작하여 13개월 만에 마무리를 짓는 것이다.


해파랑길 17코스는 송도해변에서 시작하여 칠포해변까지 걷는 구간이다. 공업도시 포항을 벗어나 시원한 바다와 함께 걷는 길로 17코스 시작을 알리는 평화의 여신상, 영일대 해수욕장에 위치한 해를 맞이하는 영일각, 포항의 대표공원 중 하나인 환호공원, 포항영일신항만을 지나 칠포해변까지 만나 볼 수 있는 드넓은 바다를 따라가는 길이다.

구름이 끼어 흐린 날씨지만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상쾌한 송도해변이다. 송도해수욕장은 한때 해운대해수욕장에 버금갈 정도로 명성이 있었다는데, 모래유실이 심해 2007년 폐쇄되었다가 2015년 재개장했다고 한다. 유실된 모래 복원을 위해 수년간 바닷속에 엄청난 양의 테트라포트를 설치하였고, 해변에는 덤프트럭 수천 대 분량의 모래를 쏟아부어 현재와 같이 복원했다고 한다.


일직선의 해변은 하얀 모래로 뒤덮여 좋았고, 자칫 삭막하기 쉬운 도로변 인도는 S자 모양의 유려한 곡선으로 화단을 마감해 놓아 보기 좋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해변을 600여 미터 걸은 후 좌회전하여 시내로 들어가면 얼마가지 않아 '동빈큰다리'가 나온다. 이 다리는 포항운하를 건너는 다리인데 다리 위에서 보면 동빈내항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다리를 건너 우회전하여 해동로를 따라 걷는다. 차도와 운하 사이의 인도는 공원으로 꾸며놓았다. 여러 품종의 장미꽃이 많이 심어져 있고, 나무도 많이 심어져 있다. 거리에는 동빈항의 옛 장터를 떠올리게 하는 조각상도 있어 지루하지 않게 걸을 수 있었다.



송도가 육지가 아니라 섬이란 것을 이곳에 와서 처음 알았다. 북쪽의 포항구항으로 들어와 남쪽으로 내려오면 중간에 동빈내항이 있고 더 남으로 내려오면 포항운하를 지나 형산강 하류와 만나는 물길로 육지와 분리되어 있는 것이다. 폭이 좁은 운하 쪽은 중간중간에 다리가 있어 시내를 오가는 통로가 되지만 섬의 북쪽 포항구항쪽은 폭이 넓어 왕래가 불가능한데, 그곳에 지금 한창 다리를 건설하고 있다. 저 다리가 완공되면 송도 북쪽에서 육지로 오가는 교통이 편리할 것이다.


해동로를 따라 걷던 해파랑길은 포항지방해양수산청 앞으로 나오면서 해안로를 따라간다.


포항여객선터미널을 지나 좌회전하면 영일대해수욕장이 시작된다.

해수욕장 입구에는 '2016 타임캡슐 포항'이라는 작품명의 예술품이 세워져 있다. 이 작품은 포항의 향도기업 (주)제일테크노스라는 회사에서 2016년 포항스틸아트 페스티벌을 위해 철판을 레이저로 절단, 용접 조합한 지름 4m 크기의 '구(球)' 를 제작하였다. 여기에는 지역사회 인명과 포항시 슬로건, 기관명, 역사적인 사건, 지명 등 오늘의 포항을 상징하는 총 220개의 내용(글자 숫자는 약 3,000개)으로 이루어진 일종의 '타임캡슐'처럼 다양한 크기의 자음과 모음, 알파벳, 숫자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1976년 개장한 영일대해수욕장은 백사장 길이 1,750m, 너비 40~70m로 동해안에서 큰 규모이다. 개장 당시는 단순히 포항의 북쪽에 있다 하여 북부해수욕장으로 불리다가 2013년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영일대 해수욕장으로 명칭을 확정했다고 한다.


긴 해변 산책로 곳곳에 철의 도시 포항을 상징하듯 금속을 이용한 다양한 모양의 예술작품들이 설치되어 있고, 그 의미를 설명해 놓아 작품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었다.



세계 주요 도시의 방향과 거리를 표시해 놓은 작품인데, 해파링길 45코스 속초해변에도 유사한 것이 설치되어 있었던 것이 생각난다.

2013년에 건설된 영일대는 어떤 역사적 배경이 있는 것은 아니고, 대한민국 최초의 해상누각으로서, 두호동행정복지센터 앞 해상 100m 지점에 위치해 있다.

영일대해수욕장을 지나 두호항으로 들어간다. 두무치마을은 마을모양이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명명된 두호동의 옛 이름이다. 이곳은 고려시대 일본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지금의 해군진지격인 수군만호진이 설치된 유서 깊은 마을이라고 한다.

두호항 도로변을 걷는데 멀리서 보면 마치 밤송이 같이 생긴 것을 말리고 있었다. 작업을 하는 분께 물어보니 우뭇가사리인데, 묵을 만들기 위해 바다에서 건져 올려 말리고 있다고 한다.

영일대해수욕장 끝 해안마을 뒷동산에 자리 잡은 포항 최대 규모의 환호공원은 포항시립미술관과 야외공연장, 포항의 명물로 자리 잡은 스페이스워크 등 볼거리가 많은 공원이지만 갈길이 바빠 공원에는 올라가 보지 못하고 지나왔다.

멀리 여남항이 보인다. 항구 끝 산모퉁이를 돌아 넘으면 포항영일신항이 나오고 오늘의 목적지인 칠포항이 나올 것이다.
나를 찾기 위해 걷기 시작한 길이지만 남파랑길을 절반이상 걸었고 해파랑길은 완보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아직까지 나를 찾는 길에는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한 기분이다.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와 미래를 살아갈 힘을 얻고자 시작한 길인데 아직까지 과거에만 갇혀있다. 지나온 길은 오롯이 아쉬움과 후회로 점철될 뿐 내가 누구인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무엇을 추구하는지에 대한 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그 답은 답이 없는 답인지도 모르겠다. 없는 답을 구하기 위해 없는 길을 걷고 있는 것인가. 답답한 마음이다.

동화 속의 집 같은 유아교육체험센터를 지나 여남항에 도착했다. 작고 예쁜 항구에는 10여 척의 요트가 정박해 있었다.


여남항에서 해파랑길은 해안선을 따라가지 않고 마을 안 길을 통해 뒷산을 넘는다.

해안선을 따라가는 것도 좋지만 지루하게 바다만 보고 가는 것보다는 가끔씩 산길을 걷는 것도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높지 않은 마을 뒷산이지만 적당한 숲길이 이어지고 밤하늘의 별 같은 꽃이 진한 향기를 내뿜는 때죽나무가 있고, 찔레꽃이 화사한 오붓한 길을 기분 좋게 걷는다.



산에서 내려온 해파랑길은 잠시 해변길을 따라가다 죽천교를 건넌다. 이 다리를 건너면 포항시 여남동에서 흥해읍으로 넘어간다. 죽천교를 건넌 길은 20번 지방도의 도로변을 걷다가 우측으로 빠져 죽천해변을 만난다.

금요일 오후의 죽천해변엔 낚시를 즐기는 사람도, 산책을 즐기는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솔숲과 벤치, 주민들을 위한 운동 시설 등이 잘 갖추어진 이곳은 광활한 동해를 배경으로 차박을 즐기기 좋은 명소로 알려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많은 캠퍼들이 모여든다고 하는데, 아직은 평일이라 한산한 모습이다. 모래해변 너머로 영일신항의 거대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죽천마을에도 벽화가 많이 그려져 있었는데, 포항 연탄은행과 자원봉사자들이 벽화를 그렸다고 한다. 마을이름은 마을을 지나는 하천 하구에 대나무가 많았던 곳이라 죽천리라 불렀다고 한다.


영일신항 안쪽에 있어 파도조차 없어 호수처럼 조용한 우목리로 들어섰다. 누워있는 소의 눈 위치에 있다 하여 우목리라 불렀다고 한다.


공사 중인 영일신항 철 펜스를 따라 이어지는 길을 걷는다.

펜스 위에는 인동덩굴이 우거져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꽃향기를 진하게 내뿜고 있어 기분 좋게 걸었다.

목적지인 칠포해수욕장이 5.2km 남았다는 표자판이다. 17코스의 총길이가 18.3km이니 3분의 2 이상 지나왔다.

풀숲이 우거진 철 펜스길을 빠져나와 큰길을 걷는다. 길 건너편으로는 포항 국제 컨테이너 터미널이 있다. 영일신항은 동해안 유일의 컨테이너 항만인데 물동량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다. 항만에 야적된 컨테이너가 많이 보이지 않는다.


신항만 끝에 있는 상가다.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신항이라 그런지 손님이 없을 것 같은 분위기다. 항구의 물동량이 많아지고 관련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경기가 살아나길 빈다.

신항만이 생긴 덕분에 바다와 접하는 큰 도로가 생겨 해안선이 잘 정비되어 있다.

좌측으로는 영일만 일반산업단지 공단이 조성되어 있고, 우측에는 모래가 고운 해변이다. 해안길과 해변까지는 상당한 높이 차이가 있어서 아래로 한참을 내려다본다.

계속해서 해변을 따라 일직선으로 걷는 길이다. 일직선으로 걷는 길은 시야가 확 트여 시원한 감이 있지만 반면에 지루한 면도 있다. 걷기여행은 일직선보다는 구불구불하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적당히 섞여 있는 길이 좋은 것 같다.

일직선으로 걷느라 지루 할 까봐 예쁜 해당화가 위로를 해준다.

공단이 끝날 무렵 높은 도로변 인도에서 해안 테크길로 내려와 걷는데 이슬비가 살짝 내린다. 다행히 얼마지 않아 비는 그치고 차분한 기운의 바닷가를 산책하듯 느긋이 걷는다.

지루하게 걸어온 여행자를 반기듯 지천으로 핀 갯메꽃이 활짝 웃는다. 이 꽃밭을 보려고 17코스 먼 길을 걸어온 것인가 보다.




16코스에서 지나온 도구해변과 비슷한 분위기의 곡강리 해변이다.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가 있고 해풍에 옆으로 누운 소나무가 있다. 길 좌측으로는 드넓게 펼쳐진 비닐하우스가 있고 우측으로는 모래해변이다.


대구교육해양수련원을 지나 바닷가 석호처럼 보이는 이곳은 호수처럼 보이지만 호수는 아니고 곡강천에서 흘러온 강물이 잠시 머무르다 동해로 빠져나가는 습지이다.

잔잔한 호수 같은 풍경이 무척 서정적이다.

곡강천 지류를 건너는 작은 인도교를 건너 칠포리를 향해 간다.


해풍의 영향을 받아 큰 소나무도 작은 소나무도 스러질 듯 옆으로 누웠다.

해변 습지를 잠시 지나온 길은 곡강 3리 마을 앞 도로를 따라가다 칠포 2교를 통해 곡강천을 건너 칠포해변에 다다른다.


점심을 거른 체 걸었더니 몹시도 배가 고프다. 처음에는 시장기를 못 느껴서 계속 걸었고, 시장기를 느낄 즈음엔 마땅한 식당이 없어서 걸었다. 칠포해수욕장은 아주 큰 해수욕장으로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끼니를 해결할 만한 곳이 당연히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도착해서 본 칠포해변은 바닷가 중에서는 오지 중의 오지다. 해변 호텔과 상가는 폐업을 했는지 아니면 성수기 때만 장사를 하는지 모두 문이 닫혀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시골 슈퍼마켓 분위기의 편의점 한 곳 만은 영업을 하고 있었다. 빵 한 봉지와 막걸리 한 병을 사서 나오니 이슬비로 내리던 비가 가랑비로 바뀌어 있었다. 오늘도 비소식은 없었기에 우의도 우산도 준비하지 못했는데... 차를 회수하러 갈 일이 걱정되어 버스시간을 검색하니 검색이 되지 않는다. 낭패다. 다행히 버스정류장은 지붕이 있고 바람막이 벽체도 있어 비를 피하며 요기를 할 수 있었다. 막걸리와 빵을 먹으면서 50여 분 기다리니 버스가 왔고 한번 환승해서 송도해변으로 돌아와 차를 회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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