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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이 간 항아리

어떤 사람이 양 어깨에 지게를 지고 물을 날랐다. 오른쪽과 왼쪽에 각각 하나씩의 항아리가 있었다. 그런데 왼쪽 항아리는 금이 간 항아리였다. 물을 가득채워서 출발했지만, 집에 오면 왼쪽 항아리의 물은반쯤 비어 있었다. 금이 갔기 때문이다. 반면에 오른쪽 항아리는 가득찬 모습 그대로였다. 왼쪽 항아리는 너무 미안한 마음에 주인에게 요청했다. "주인님, 나 때문에 항상 일을 두 번씩 하는 것 같아서 죄송해요. 금이 간 나 같은 항아리는 버려 버리시고 새 것으로 쓰세요." 그때 주인이 금이 간 항아리에게 말했다. "나도 네가 금이 간 항아리라는것을 알고 있단다. 네가 금이 간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바꾸지 않는단다. 우리가 지나온 길 양쪽을 바라보아라. 물 한방울 흘리지 않은 오른쪽 길에는 아무 생명도 자라지 ..

카테고리 없음 2023.04.19

삶과 죽음은 계절의 변화와 같은 것

장자의 아내가 죽자 혜시가 문상을 갔다. 장자는 다리를 쭉뻗고 앉아 동이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혜시가 말했다. "같이 살면서 자식을 키우고 , 함께 늙어가다 아내가 먼저 죽었네. 울지 않는 것도 무정한데 동이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다니. 너무 심하지 않은가?" 장자가 대답했다. "그렇지 않네... 이 사람이 막 죽었을때 나라고 어찌 슬프지 않았겠는가. 그런데 삶의 시작을 가만히 생각해보니 본디 생명은 없었어... 단지 생명이 없었을 뿐 아니라 본디 형제도 없었어. 무언가 알 수 없는 것이 저절로 혼합되어 기로 변하고 기가 변하여 형체가 되고, 형체가 변하여 생명이 되었다가, 지금 다시 변해 죽음으로 돌아간 것이야... 이것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변화와 같은 것이지. 이사람은 이..

일곱살의 회상

내 나이 일곱 살 때 하늘에 흐르는 조각구름과 냇가에 흐드러지게 피었던 작은 하얀 꽃을 동시에 본 적이 있다.(그것이 개망초꽃이라는 것은 그로부터 한 15년 뒤에 알았다) 한여름... 마을 앞 냇물에서 멱을 감다 한기를 느끼면 지천으로 피었던 하얀 꽃 아래 따듯하게 달구어진 자갈돌 깔고 누워보던... 지금도 그 모습이 기억 속에 선명히 남아있는 것은 아마도 어떤 현상이 내 마음을 크게 자극하지 않았나 싶다. 군데군데 흐르는 조각구름과 파아란 하늘을 배경으로 가물가물 흔들리는 작은 꽃이... 어쩌면 내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추상(推想)이 아닐까 해서 그 어린 나이에 벌써 심장 깊숙이 각인되 있었던가 보다. 내가 만약 삶이 다하면... 저 조각구름이 될 것인가? 이 이름 모를 작은 꽃이 될 것인가? 어찌 그..

잡념 2023.04.19

길없는 길

살 때는 온몸으로 살고 죽을 때는 온몸으로 죽어라 높이 서려면 산 꼭대기에 서고 깊이 가려면 바다 밑으로 가라 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마라 일이 쉽게 되면 뜻을 경솔한 데 두게 되나니, 그래서 옛 사람이 말씀하시길 여러 겁을 겪어 일을 성취하라 하셨다. 本自不失 본자부실 何用更尋 하용갱심 본래 잃지 않았거니, 어찌 다시 찾을 것인가 경허선사 심우송 중

잡념 2023.04.19

4월, 그리움

4월, 그리움 / 이재진 삽짝을 흔들다 복사꽃만 흩트러 놓고 가는 4월 그리움, 밤이 왔는데 산으로 놓인 길마다 목마다 밤이 왔는데 젖은 세월 속으로 더 적시는 사월, 온 산이 불그르르 아리고 쓰리고 달그름 하기도 하고 글썽이기도 하는데 놓친 자식 시름에 또 못 드는 사월, 잠투정하는 어린 것처럼 비릿하기도 하고 아릿하기도 하고 쌉쌀하고 풋풋하고 핑그르르 눈물 돌던 것들 다 사라져버린 사월, 그리움, 찟겨진 오월 생각에 무너져 손 놓아버린.... https://tv.kakao.com/v/310927614@my

인문학/시 2023.04.19

길고 긴 그리고 허무한

길고 긴 그리고 허무한 / 이재진 말이 없는 시간 쓰라린 참회의 조각 앞에 한참을 앉았다가 가는 사람들 가까운 절망 먼 기다림곁에 아직도 보이지 않는 시간의 저 끝에서 다문 잎으로 삶의 머리채를 불사른다 절벽에 올라 불구경 나온 호기심으로 살아있으며 죽은체 하는 사람들 돌다리를 건넌다 두드려 보지 않고 굴러가는 물살 이끼없는 세월의 이빨 속으로 http://cafe86.daum.net/_c21_/pds_down_hdn?grpid=RKsf&fldid=AWj&dataid=478&regdt=20041118144937&realfile=987654.wma

인문학/시 2023.04.19

레바논 국기의 초록나무

2020.03.31축구 경기 중계에서 삼나무를 보았다. 초록 나무가 들어간 레바논 국기. 나무가 오랜 인류의 역사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알파벳을 최초로 사용한 페니키아 문명의 터, 레바논. 레바논 국기에 그려진 '초록 나무'는 나무가 인류의 역사와 문명을 만들었다는 여러 증거 중 하나에 불과할 뿐이다. 페니키아인들은 갤리선으로 당시 문명의 대양이던 지중해를 누볐다. 이 갤리선을 건조하는 데 사용된 페니키아의 목재가 바로 레바논 국기 속의 삼나무다. 레바논의 삼나무는 우리말 구약 성경에 나오는 '레바논의 백향목'이라고 번역되었다. 삼나무는 지중해 연안 페니키아 문명의 근거지 레바논의 최대 자원이었다. 이 자원 부국 페니키아가 서구 문명의 요람인 지중해 연안을 제패한 것이다.그러나 그토록 울창했..

잡념 2023.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