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아내가 죽자 혜시가 문상을 갔다. 장자는 다리를 쭉뻗고 앉아 동이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혜시가 말했다.
"같이 살면서 자식을 키우고 , 함께 늙어가다 아내가 먼저 죽었네. 울지 않는 것도 무정한데 동이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다니. 너무 심하지 않은가?"
장자가 대답했다.
"그렇지 않네... 이 사람이 막 죽었을때 나라고 어찌 슬프지 않았겠는가. 그런데 삶의 시작을 가만히 생각해보니 본디 생명은 없었어... 단지 생명이 없었을 뿐 아니라 본디 형제도 없었어. 무언가 알 수 없는 것이 저절로 혼합되어 기로 변하고 기가 변하여 형체가 되고, 형체가 변하여 생명이 되었다가, 지금 다시 변해 죽음으로 돌아간 것이야... 이것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변화와 같은 것이지. 이사람은 이제 천지라는 큰 집에서 편안히 쉬고 있을 뿐이네... 그럼에도 내가 울부짖는다면 운명에 통달하지 못했기 때문이겠지."
아내의 주검을 앞에 두고 장자는 잠시 슬퍼하며 곡을 했던것 겉다. 그러나 이내 곡을 멈추고 죽음을 명철하게 바라본다. 삶이란 잠깐 동안의 모습일 뿐. 하늘과 땅이라는 거대한 방에 갇혀 있다가 드디어 해방된 것이다. 아내는 우주속으로 해방되었기에 노래로 축하해줘야 마땅하였고 장자가 곡을 멈추고 동이를 두드리며 노래를 노래를 부른 까닭이다. (물론 현실에서는 아내의 죽음을 초연하게 받아들이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장자에게 삶이란 잠시 쉬는 정거장이고, 잠시 쉬어가는 여인숙과 같다. 모든 것은 변화의 한 지점일 뿐이며 인생 또한 마찬가지다.
https://youtube.com/shorts/GHwe6p-CCvI?feature=sh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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