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09
가급적 대중교통 이용을 삼가라는 군부대 방침에 따라 직접 태워다 주고 왔다. 조부상으로 휴가를 나왔는데 코로나 덕분(?)에 2주간 자가격리하다 들어간다.
393km, 4시간 25분 거리다.
빡빡밀고 입대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9개월을 지난다. 요즘은 복무기간이 무척 짧아져 18개월 밖에 되지 않아 기다리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시간이 빨리도 지나간다. 물론 당사자들은 아니겠지만...
조수석에 앉아 연신 여친과 카톡을 주고받는 모습을 힐끗힐끗 곁눈질 한다. 어릴 적. 아토피가 심하여 스테로이드연고를 많이 발랐는데 소아과 의사로부터 너무 많이 바르면 키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그때는 너무 가려워하고 잠도 제대로 못 자니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키가 작은 편이다. 마음이 짠하다.
어려서부터 나름 버릇 나빠지지 말라고 엄하게 키워 온 것이 후회된다. 사춘기를 지나고 한 살... 두 살... 나이가 들수록 자꾸 멀어져 가는 것을 느꼈는데 대학입학 이후엔 거의 대화가 없어져버렸다. 어리석은 판단이다. 시간을 돌이 킬 수가 없다. 짧은 시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보니 벌써 부대 앞이다. 입구 50m 전방에서 차량을 통제하고 장병과 함께 동승자 모두의 체온을 측정한다. 동승자는 차량에서 내리지 말란 통제에 따르다 보니 어라! 손도 못 잡아 보고, 잘 있으란 말도 못 했는데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전화를 해서 두세 가지 반복되는 당부말을 하는데 가슴이 울컥하면서 눈물이 난다. 목이 메어 서둘러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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