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도보 여행

나는... 누구인가? 2024. 9. 23. 07:38

트레킹이나 하이킹과 같은 도보 여행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은 바로 단순함이다. 도보 여행을 떠날 때는 단출한 차림이 중요하다. 적절한 옷, 신발, 배낭이면 족하고 경우에 따라서 등산스틱만 있으면 된다. 그 이상의 장비는 자칫 여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소박한 음식, 목을 축일 물 한 모금, 여기에 팔을 구부려 팔베개로 삼을 수만 있다면 행복할 수 있으리라."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 또한 공자의 말에 화답하듯 우리가 굶주리지 않고 목마르지 않고, 추위에 얼어붙지만 않으면 행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피쿠로스는 자기보다 200여 년 앞서 살았던 공자를 전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시공을 초월해 두 현자 모두 행복한 삶을 위해서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게 그리 어렵지 않을 수 있다.

기실 좋은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어렵고, 어떤 면에서는 쉽고 단순하다.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많은 것은 필요 없다. 하지만 일단 적은 것으로 자족하는 데까지 이르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도보 여행을 떠날 때도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걷는 활동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기쁨을 주는가. 게다가 돈도 별로 들지 않지 않는가. 이러한 점을 생각하면 도보 여행만큼 즐거운 활동은 없는 듯하다.

걷기와 관련된 단순함에는 또 다른 측면도 있다. 고대의 철학자와 사상가들은 행복하고 기쁘게 살기 위해서는 외부의 것들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고 보았다. 현명한 사람은 자족할 줄 알기에 외부적인 것을 그리 많이 욕망하지 않는다.

고대의 철학자들은 단순함, 검소함, 겸손함이 사치와 풍요보다 인간 본성에 더 부합하고, 더 좋다고 믿었다. 반면에 사치와 풍요는 매우 빠르게 퇴폐한다. 즉 부자연스럽고 진실 되지 못하며, 가식적인 상태로 변질되었다고 보았다. " 진실 되고 단순하고 정직한 것, 그것은 인간의 본성에 가장 맞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뿌리, 중심에 가까워질 수 있는 보도 여행에서 바로 이런 경험을 한다. 인류의 문화사에서 물질적 풍요가 공허하고 무의미하다고 인식될 때마다 "자연으로 돌아가자!"라는 외침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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