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9.일
해파랑길 38코스(18.0km)
오독떼기전수관 ←1.4km→ 학산1리회관 ←2.2km→ 정현저수지 ←7.8km→ 월화정 ←7.0km→ 솔바람다리
걸은거리 19.23km
걸은시간 10:51~15:55, 5시간 03분 소요
해파랑길 38코스는 바우길 06구간과 같이한다. 강릉지역 전통 무형문화재를 보전하고 기리는 오독떼기전수관에서 출발해 장현저수지를 지나 해돋이의 명소 모산봉을 거쳐, 강릉 단오의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강릉단오문화관을 지나 맛집과 다양한 볼거리가 많은 강릉관광의 1번지 강릉 중앙시장을 지나면 남항진과 안목을 잇는 인도교로 야경이 아름다운 솔바람다리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강릉의 전형적인 농촌마을과 전통시장, 낙락장송의 산책길로 조성된 내륙을 관통하는 길이다.
오늘은 해파랑길 38코스의 시작점에 차를 세워두고 걸을 요량으로 오독떼기전수관으로 향했다. 오늘의 시작점은 오독떼기전수관 앞에 있는 버스정류장이다. 해파랑길 37, 38코스 안내판과는 100여 미터 떨어진 곳이다. 스탬프함 뒤 좌측으로 오독떼기전수관 건물 내에 있는 해파랑길쉼터가 보인다. 이곳 쉼터는 해파랑길과 강릉 바우길을 걷는 도보 여행자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간단하게 샤워를 할 수도 있으며, 간혹 잠 자리 제공도 가능하다고 한다. 그제 37코스를 완주하고 비가 오는 가운데 대책 없이 걷고 있을 때 차를 태워준 쉼터 직원분께 감사의 인사차 들렀는데 그분은 보이지 않고 여직원 한분이 근무하고 있었다. 자초지종을 말하고 그분은 안 계시냐고 물었더니 오후 근무시라고 하길래 감사하다고 전해달라 하고 길을 시작했다.
학산 오독떼기
강릉이라 경포대는 관동팔경 제일일세
머리좋고 실한처녀 줄뽕낭게 걸어앉네
이슬아침 만난동무 석양참에 이별일세
강릉이라 남대천에 빨래방관 둥실떴네
'오독떼기'란 단어를 처음 접했을 때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몹시 궁금했다. 탈춤의 한 종류인지, 음식의 이름인지... 검색을 해보니 강릉일대에 전승되고 있는 김매기소리의 하나이다. 강릉지방에서는 마을마다 두레패를 이루어 한 조에 두 명 이상씩 여러 조를 만들어 번갈아가며 이 오독떼기를 불러가면서 즐겁게 김을 매었다고 한다. 이 오독떼기는 강릉시 구정면 학산리에서 가장 뚜렷이 전승되고 있다고 한다. 세조실록에 세조가 동해안일대를 돌아보다가 이 오독떼기를 잘하는 사람을 뽑아 소리를 시켜보았다는 기록이 있다. 강릉 학산 오독떼기는 1988년 강원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모심을 때 부르는 '자진아라리'가 전수관 앞뜰 돌에 새겨져 있다.
강릉 학산리 석천마을은 평해 황 씨의 재실이 있기 때문에 재궁마을이라고도 일컬으며, 대관령 국사성황신으로 모시는 범일국사가 창건(847년)한 굴산사의 유적지인바, 섬석천을 따라 넓은 들이 펼쳐져 있어 농요가 발달하였다고 한다. 학산농요에는 모심는 소리, 논맴 소리, 벼 베는 소리, 타작소리가 있고 논맴 소리로 오독떼기, 잡가, 꺾음오독떼기, 사리랑, 싸대 가 불리는데, 이들 모두를 보호의 대상으로 삼는다고 한다.
굴산사지 종합안내도를 보면 사찰의 규모가 어느 정도였는지 미루어 짐작이 간다. 굴산사지의 창시자 범일국사에 관한 전설이 있는데 어느 날 한 처녀가 석천우물에 물을 길러 왔다가 바가지로 물을 떴는데 바가지 안에 해가 떠 있었다. 처녀는 해가 들어 있던 물을 마시고 임신을 하게 되었다. 결혼을 하지 않은 처녀가 남자아이를 낳았기에 부모는 그 소문이 날까 두려워 학바위에 아기를 버렸다. 그러나 아기는 학바위에서 학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다. 그 후 아이는 자라서 학산마을에 굴산사라는 큰 사찰을 창건하여 수호신이 되었다. 그가 바로 '범일국사'이다.
길은 굴산사지를 지나 굴산교를 건너고 바로 좌회전해서 어단천을 따라가는 금평로를 걷는다. 어단천의 상류에는 어단리에 위치한 칠성 저수지가 있는데, 이 저수지의 물은 칠성산(953m)에서 발원한다
천변 길가에 아름드리나무가 호기롭게 서 있고 아름다운 풍경의 산책로가 이어진다.
굴산교에서 400여 미터 내려오면 '사이말교'라는 독특한 이름의 다리를 지나고, 길 이름은 '생길목길'이라는 이름으로 바뀐다. 아름다운 산책길 주변엔 멋진 전원주택들이 단지를 이루고 들어섰다.
학산교를 건너서 우회전하면 곧 학산 1리 마을회관이 나오고 이어서 강릉과 원주를 연결하는 철로 강경선을 만난다.
어단천을 따라가던 길은 강경선을 만나 죄회전하여 산길로 들어선다.
등산로 입구에 입구를 아기자기하게 예쁘게 꾸민 꽃누리팜이라는 이름의 농원이 있다.
뒷동산 같은 낮은 산길은 잡목으로 뒤덮인 길도 있고 소나무로 울창한 오솔길도 있다. 해가 뜨지 않은 날씨는 더운 기운이 완전히 물러나 약간 쌀쌀할 정도로 시원하다.
비구름이 걷힌 산등성이엔 하얀 구름이 뭉실뭉실 뭉게구름으로 뭉쳐지고 있다.
산에서 내려오면 산길 초입에 가톨릭관동대학교 무인항공교육센터 드론 비행장이 있다.
빨간 리본을 따라 호젓한 길을 따라간다.
산에서 내려오자 광활한 장현저수지가 나온다. 1940년대에 수년에 걸쳐 조성한 장현저수지는 주변이 낮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2002년에 태풍으로 제방이 붕괴되는 재해를 입었다가 2004년에 복구가 완료되었다. 구정면 여찬리, 내곡동, 장현동 일대에 걸쳐 있는 저수지로써 신석동, 월호평동으로 농업용수를 공급한다. 맑은 수면에는 건너편 산의 능선이 투영되어 마치 거울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평화롭기 그지없는 풍경이다.
저수지 입구로 흘러 들어오는 개천을 건너는 징검다리는 반듯하게 깎아 만들어 울퉁불퉁한 자연석의 운치는 없지만 튼튼하게 잘 만들었다. 길 건너 외딴집 주변으로 멋진 소나무와 수양버들이 운치를 대신한다.
걷는 동안 구름이 점점 걷히면서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이 물속에 풍덩 빠진 것 같다.
실개천에서 유입되는 물을 정화하기 위한 시설이 설치되어 있는데 위해 '산화수로'라 안내되어 있다. 수로 내에 담가 놓은 바이오스톤 볼은 자갈을 친환경 수지로 접합한 후 수처리에 유용한 미생물을 코팅해 만든 수처리 담치로써 농업용수를 정화하는 수질개선 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기존 인공습지를 활용한 수지개선기술에 비해 소요되는 면적과 물의 체류시간을 단축하여 깨끗하게 정화된 물이 유입되게 하는 정화수로이다.
저수지 주변으로 조성해 놓은 산책로를 따라간다.
저수지 한쪽 변두리에는 가로질러 갈 수 있는 인도교가 설치되어 있고 주변엔 생태습지가 조성되어 있는데 녹조방지장치도 설치되어 있다.
저수지 둘레를 3/4 가까이 둘러 나온 해파랑길은 이제 모산봉을 향해 간다.
잡목과 함께 소나무 군락으로 뒤덮인 한적한 오솔길을 행복한 마음으로 걷는다.
한가로이 거니는 것은 무위에 해당하네.
아무것도 바라지 않음은 채워지기 쉬워라.
무욕은 힘이 들지 않으니.
옛 현자들은 그것을
진리를 캐는 방랑자라 불렀다네.
<장자>
모산봉은 월대산, 땅재봉, 시루봉과 함께 강릉을 떠받치고 있는 4주산 중 하나이다. 밥그릇을 엎어 놓은 것처럼 생겼다 하여 ‘밥봉’이라고도 하며, 볏짚을 쌓아 놓은 것 같다 하여 ‘노적봉’이라고도 한다. 임영지(臨瀛誌)의 기록에 의하면 모산봉은 인재를 많이 배출한다 하여 ‘문필봉’이라고도 부르며, 조선 중종 때 강릉부사 한급(韓汲)이 강릉 지역에 큰 인재가 많이 배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모산봉의 꼭대기를 세 자 세 치 만큼 깎아내렸다고 한다. 2005년 강남동 향우회 등의 지역단체들이 옛 정기를 되찾고자 꼭대기를 복원하여 높이가 105m가 되었다. 105미터 높이의 낮은 봉우리임에도 불구, 해마다 1월 1일 이면 해돋이 행사가 열리는 곳이라 한다. 그러나 정상 주변의 소나무들이 시야를 가려서 전망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모산봉 주변에는 수형이 멋진 소나무가 몇 그루 서 있다.
모산봉 산길에서 내려오면 7번 국도를 가로지르는 굴다리를 지나 강릉시 유산동으로 진입한다.
시가지로 진입하기 전 변두리에 좌측으로 '강릉전축박물관'이라 적힌 건물이 있는데 겉으로 보기엔 박물관 같아 보이지 않는 건물이다.
전축박물관을 지나 우회전하면 시가지 초입에 있는 경포중학교와 노암초등학교 사이로 난 노암동길을 지난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두 학교의 담장엔 커다란 나무들이 울타리처럼 학교를 감싸고 있어 보기 좋았다.
학교 앞 육상 차도교를 지나면 강릉교육지원청과 교육문화원이 나오고 이곳을 지나 남대천 방향으로 내리막길을 내려가면 큰길 건너 남대천변에 단오공원과 강릉단오제 전수교육관이 있다.
우측은 단오공원이고 좌측은 전수교육관이다. 중요 무형 문화재 제13호인 강릉단오제를 위해 2008년 넓은 아스팔트 주차장이었던 공간에 공원을 조성했다고 한다.
전수교육관과 단오공원 사잇길을 통해 강변로 지하 통로를 지난다.
지하통로의 교각 벽면에는 초등학생들이 그렸음직한 단오를 주제로 한 재미있는 그림들이 타일로 제작되어 부착되어 있다. 그림들을 감상하고 있자니 어릴 적 시골에서 자랄 때 추억들이 떠올라 잠시 동심에 젖어본다.
지하통로를 지나면 남대천을 건너는 창포다리가 나온다. 단오에는 우리나라 전국적으로 창포물에 머리를 감는 풍습이 있었는데 그 창포를 다리 이름으로 지었다. 물웅덩이에 사는 창포를 삶은 물로 머리를 감으면 창포 특유의 향기가 잡귀를 쫓고 머리에 윤기가 난다고 그런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단옷날 여인들은 창포 삶은 물에 머리를 감아 머릿결과 머리숱이 탐스럽게 자라기를 기원했다. 힌두어에서 유래된 ‘샴푸’라는 말은 귀족들이 머리를 건강하고 아름답게 관리하기 위해 쓰던 향료가 들어있는 두발전용 오일이었다. 그렇다면 창포물에도 샴푸와 같은 성분이 있었던 것일까?
창포를 물에 풀어 머리를 감고
그대는 열일곱, 그 나이쯤이 되어
버들가지엔 두 가닥 그넷줄을 매어
그대 그리움을 힘껏 밟아 하늘로 오르면,
나도 오늘밤엔 그대에게
오래도록 긴 긴 편지를 쓰리라.
<이수익의 시 ‘단오’ 중에서>
창포다리를 건너면서 남대천의 상류와 하류를 바라보니 빛의 조화로 인해 상류와 하류의 풍경이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강릉 남대천은 태백산맥의 만덕봉(1,035m)과 대화실산(1,010m) 사이 강릉시 왕산면에서 발원하여 강릉 시내를 가로질러 남항진에서 동해로 흘러드는 하천이다.
창포다리를 건너 제방길을 건너면 남문동 주택가 골목길로 들어선다. 산뜻하게 정돈된 정갈한 골목길은 어느 집 담장의 빨간 장미로 운치를 더해 준다.
'칠사당'과 '강릉대도호부관아' 앞을 지난다. 칠사당은 조선시대 일곱 가지 공무를 보았던 관청으로 일곱 가지 공무는 호적, 농업 및 양잠, 병무, 교육, 세금, 재판, 풍속이다. 지방 수령이 관장해야 할 일곱 가지 업무를 말한다. 고려 때는 교육과 병무를 제외한 수령 5사가 있었다. 6.25 전쟁 후에는 강릉 시장의 관사로도 이용되었다고 한다. 대도호부는 고려와 조선 시대 주요 지방에 설치한 관청으로 조선 초기에는 경상도 안동, 강원도 강릉, 평안도 영변에 설치했다가 나중에 함경도 영흥과 경상도 창원을 추가했다. 강릉은 고려 때부터 대도호부가 설치되었다. 그런데 일제가 강릉 대도호부 건물 대부분을 철거해서 옛 모습대로 남아 있는 것은 칠사당과 삼문 정도뿐이고, 나머지는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대도호부를 지나면 길건너편으로 한국은행 건물이 보이는 객사문사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우회전하여 임영로를 200여 미터 걷다가 좌회전하면 강릉의 중심가라 할 수 있는 금성로다. 금성로는 강릉의 핫 플레이스라 할 중앙시장과 월화(月花)거리로 연결된다.
좌측은 금성로이고 우측은 중앙시장길이다.
금성로는 2차로 길을 1차로 일방통행로로 만들고 여분의 면적엔 수로를 비롯하여 벤치 등 각종 휴식공간을 조성해 놓았다.
강릉의 대표적인 먹거리 천국 중앙시장은 각종 건어물을 비롯하여 베니닭강정, 삼겹살말이, 불짱빵 등 다양한 먹거리를 저렴하게 즐길 수 있으며, 신선한 회도 맛볼 수 있다. 여기서 꿀호떡 두 개를 사서 점심을 대신했다.
금성로를 걷다가 중앙시장이 끝나는 지점에서 우회전하면 강릉 월화거리다. 이곳은 강경선 철로를 지하화 한 지상의 폐 철도부지에 조성한 거리다. 강릉역에서 시작하여 부흥마을까지 시내를 가로지르는 폐철도를 따라 조성된 2.6km의 산책로이다. 월화거리란 이름은 신라시대 화랑인 ‘무월랑’과 지방 토호의 딸인 ‘연화아씨’의 애틋한 사랑이 깃든 ‘월화정(月花亭)’에서 유래한다. 월화는 무월랑과 연화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온 것이다.
낭만적인 정취가 가득한 월화거리를 천천히 걸으면서 강릉 도심권을 색다른 분위기를 즐긴다. 거리 곳곳에 자리한 예쁜 조형물, 응원과 위로를 전하는 글귀, 싱그러운 가로수,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지닌 골목 풍경이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지그재그로 이어진 오르막길을 따라 월화교에 오르면 월화거리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월화교를 통해 다시 남대천을 건넌다.
상쾌한 강바람을 맞으며 다리를 건너면 활기찼던 거리의 분위기와는 다른 고즈넉한 숲길이 펼쳐진다. 옛것과 새로운 것의 경계를 허문 월화거리의 반전 매력이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어둠이 내리면 월화거리는 반짝이는 빛으로 가득 찬다고 하는데, 계속 이동을 해야 하는 걷기 여행자애게는 매력적인 야경을 놓치는 것이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월화정의 유래
신라 35대 경덕왕시절 경주에서 강릉(옛 지명·명주)으로 부임한 무월랑은 지방 토호의 딸인 연화를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조정의 명으로 다시 경주로 떠난 후 무월랑은 연화를 잊게 되고, 부모님의 성화에 다른 이와 혼례를 치러야 하는 연화는 자주 가던 연못의 잉어에게 편지를 부탁하고 바다로 보낸다. 한 편, 어머니의 병환 때문에 장에 들렸던 무월랑은 잉어 한 마리를 사 오게 되고, 잉어의 배를 가르니 편지가 나오는데 바로 연화의 편지였다. 무월랑은 급히 다시 강릉을 찾게 되고, 이 일이 사람의 힘이 아닌, 정성에 하늘이 감동된 일임을 인정한 양쪽 부모에게 허락을 얻어 드디어 부부의 연을 맺게 된다.
기차가 다니던 옛 철로를 깔끔하게 정비하여 여유와 낭만이 가득한 산책로로 만들었다.
기차가 다니던 노암터널도 깨끗하게 정비하여 산책로와 함께 대피소로 운영되고 있다.
부흥마을에서 끝이난 월화거리를 뒤로하고 해파랑길은 회전교차로에서 율곡로를 건너고 다시 입암로를 건너 청량학동길로 진입한다.
청량학동길을 200여 미터 걸으면 다시 산길이 이어진다.
이 길은 500여 미터의 짧은 산책로이지만 주변에 아파트단지가 둘러서 있어 많은 주민들이 애용하는 것 같았다.
산책로를 나오면 우회전하여 잠깐 성덕로 차도를 따라가다 다시 길 건너 좌측 산길로 접어든다. 산이라고 하기엔 너무 낮은 숲길이다.
숲 좌측으로는 입암동의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어 있지만 울창한 숲으로 인해 도시 한가운데 있음을 느끼지 못한다. 쭉쭉 뻗은 소나무 사이로 이어지는 길은 정말 아름답다.
구불구불하게 난 낮은 산속 숲길을 따라 1km 정도 가서 다시 성덕로를 만나 우회전하여 길을 이어간다. 청량학동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만나는 큰 도로인 성덕로는 남대천의 공항대교까지 이어진다.
성덕로를 300여 미터 걷다 다시 우회전하여 강릉시 학동으로 진입한다. 학동은 학우리라 부르기도 하는데 산의 형세가 학의 둥지처럼 생겨서 붙은 이름이다.
학동마을 대장골집 앞을 지난다. 1935년도에 지어진 집인데 추억이 있는 한옥펜션으로 운영하고 있다.
누런 들판과 짙푸른 소나무 그리고 파란 하늘의 하얀 뭉게구름, 낭만적인 시골풍경이다.
멀리 강릉비행장의 경비탑을 바라보며 들판을 걸어간다.
동네 성황당에 서 있는 멋진 소나무다. 정말 강원도는 어딜 가나 멋들어진 소나무 천지다. 전국적으로 소나무 재선충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데 방역을 잘하여 지켜내길 빈다.
공항 방향으로 우회전 한 길은 병산교 다리를 앞에 두고 좌회전하여 섬석천 천변을 따라간다.
오른쪽으로는 섬석천이 흐르고 그 너머에 강릉 공군비행장이 있다. 남항진동에 있는 대한민국 공군의 비행장이자 과거에 존재했던 민간공항이다. 2002년 4월 속초공항과 함께 민간공항 기능이 양양국제공항으로 이관되며 공군비행장으로 전환되었다. 멀리 하늘과 맞닿은 끝에 보이는 죽도봉(32.8m)은 강릉항과 남항진 해변의 위치를 가늠케 해 준다.
뒤돌아본 섬석천과 천변길의 풍경은 한가롭기 그지없다. 섬석천을 거슬러 올라가면 세 줄기의 물길이 모여드는데 한줄기는 학산리 앞을 흘렀던 어단천이고, 한줄기는 장현저수지에서 흘러 내려온 물줄기다. 또 한줄기는 37코스에서 만났던 동막저수지애서 흘러내려온 금광천이다. 이 세 물줄기가 섬석천으로 모여 남항진에서 남대천과 합류하여 동해바다로 흘러가는 것이다.
섬석천변길이 끝나고 공항대로를 만난 해파랑길은 우회전하여 남항진교를 건넌다.
다리를 건너 공항대로를 가로질러 좌회전하면 남항진동으로 입구다. 마을 골목길로 들어가면 해변으로 나가는 길이다.
드디어 남항진해변에 도착했다.
해변의 남쪽을 바라보면 멀리 안인항의 모습과 함께 화력발전소의 석탄하역시설이 눈에 들어온다. 직선거리로 4km 정도 되는 길을 33km 이상 돌아온 것이다.
북쪽으로는 강릉항 여객터미널이 있는 안목방파제의 등대가 보인다. 강릉시 견소동인데 남대천 위의 "앞 목"이라 불리던 것이 안목으로 바뀐 것이라 한다.
남대천을 건너는 솔바람 다리를 향해 나아간다. 솔바람다리 입구가 오늘의 종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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