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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우(穀雨)

2020.04.20 곡우(穀雨) 봄비(雨)가 내려 백곡(穀)을 기름지게 한다는 의미 봄의 마지막 절기인 곡우, 올해는 419혁명 환갑과 겹쳤다. 곡우에 비가오면 풍년이 든다는데, 오늘 그 절기에 맞춰 감사하게도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고 있다. 옛날에는 곡우 무렵이면 못자리를 하기 위하여 볍씨를 담갔는데, 어릴 적 고향에서 어른들이 볍씨 담그던 모습이 가물가물 떠오른다. 입춘부터 시작된 봄이 우수, 경칩, 춘분, 청명을 지나 곡우에 이르러 마무리되고, 15일 뒤 입하부터 여름이 시작된다. 올 4월은 역설적이게도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평년 대비 낮은 기온이라는데, 비가 내리고 그치면 또 추워지는건 아닌지 모르겠다.2023년. 올해 곡우는 비는 내리지 않지만 아침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있고 그 위로 떠오르는 해가..

잡념 2023.04.20

미련

흘러서 흘러서 이르는 강물 거기서 주는 다만 한줌의 꿈싸라기 기다림에 피곤해 진 내 유난히 환한 영창에 해가 뜨고 노을이 향락처럼 손을 흔들어 보이던 날 거기 성난 죄몫으로 유배된 내가 있다. 그러나 여기 발자욱도 더 머무를 수 없는 지역에서 나는 또 걸어야 했다. 정작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 그리운 만큼 더 멀리 있어야 했던 다정한 이들 눈을 감아도 환희 떠오르는 모습 지금은 어디에 있을까 어디로 어디까지 흘러 갔을까 바람이 인다. 잠자리 앉았던 풀꽃 자리에 비가 내린다. 하늘이 부어 주는 축복인 양 비를 맞으며 내가 걷는다. 강남 입구 터미날 문턱에서 내 방황의 눈길이 숱한 빛으로 서성인다. ...길 그 길을 걷기 위해서 내가 또 비를 맞는다.

잡념 2023.04.20

남파랑길 12코스

2023.03.25.토 13:30~19:10 암아교차로 ←→ 배둔시외버스터미널 18.0km, 5시간 40분 소요남파랑길 12코스는 '창원 반, 고성 반'이다. 암아교차로를 출발하여 진전면 이명리를 시작으로 창포리, 시락리의 해변길을 차례로 걷고 나면, 고성군 동해면을 잇는 동진교를 만나고, 길은 다시 좁고 긴 호수 같은 당항만 안으로 이어진다. 암아 교차로에서 좌회전하여 창포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걷는 것으로 남파랑길 12코스를 시작한다. 이 해안 도로의 이름은 고성군 회화면과 창원시 진전면을 잇는다 하여 회진로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 길은 차량통행이 많아 조심해서 걸어야 한다.진전천을 건너고 바다와 같이 가는 해안도로 초입, 바다와 도로 사이 공간에 작은 공원을 만들어 재미있는 조형물로 포토존을 ..

남파랑길 11코스

2023.03.25.토 09:00~13:30 구서분교 앞 사거리 ←→ 암아교차로 16.0km, 4시간 30분 소요어젯밤에는 운 좋게 버스를 탈 수 있어 마산으로 와 큰아이와 늦은 저녁을 먹으면서 소주 한잔에 일정을 마무리했다. 새벽에 목이 말라 깨어서는 물을 조금 마시고 다시 누웠는데 당최 잠이 오지 않는다. 젊었을 때는 아침잠이 너무 많아 거의 매일 늦잠을 잤는데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으니 이젠 잠이 너무 없어 탈이다. 7시 50분. 63번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소에 나왔다. 목적지는 구산초등학교. 시내버스 정류소에 설치된 교통정보 화면엔 실시간으로 버스도착 정보가 올라왔다. 새삼 우리나라가 IT 강국임을 느낀다. 63번은 아직 40분 후에 도착한다. 조금 있으니 버스가 한대 오는데 앞 유리에 구산초..

남파랑길 10코스

2023.03.24.금 15:50~19:30 마산항 입구 ←→ 구서분교 앞 사거리 15.6km, 3시간 40분 소요금요일 오후의 마산해양누리공원은 한산하다 못해 한적하다. 운동을 하거나 오가는 사람도 거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평일 오후 4시가 안 된 시간이니...시작점에서 걷게 되는 길은 철길 산책로다. 지금은 폐쇄된 북마산역과 마산항으로 이어졌던 철길을 시민들의 산책로(임항선 그린웨이)로 개발해 놓았다. 누가 구상했는지 칭찬해 줄 만한 일이다. 도심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폐철도를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 놓았다.수변공원을 지나 월영동 아파트촌으로 들어서 조금 더 걸으니 산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보인다. 처음엔 조금 가팔랐지만 이내 고즈넉한 산길이 나오고 조금 더 걸으니 잘 포장된 천마..

길 위에서 길을 묻다.

2023.03.24 마산해양신도시 인공섬이 보이는 남파랑길 10코스 시작점에 섰다. 오래전에 계획했던 제주 올레길 종주는 시간과 비용 문제로 포기하고 한해 전부터 고민해 오던 남파랑길을 시작하려고 한다. 1코스부터 9코스까지는 나중을 기약하며 일단 건너뛰고 큰아이가 자취하고 있는 월영동에서 시작되는 10코스 출발점에 섰다.20대 초반에 발현한 역마살로 하염없이, 정처 없이 걸어가는 병이 생겨 울진에서 강구까지 걸어간 적이 있다. 딱히 목적이 있었다기보다는 그냥 아득히 걷고 싶었다. 걷다 보면 힘이 생기고 그냥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첫 직장을 그만두고 잠시 방황하던 시절, 경주 감포에서 출발하여 군산까지 걸었다. 배낭에다 코펠과 버너, 침낭만 달랑 넣어서... 걷다 어두워지면 노숙하고 또 일..

개나리

2023.03.22 회사 안 산삐알에 개나리가 가득하다. 샛노란 개나리를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어릴 때 시골에서는 봄이면 병아리를 부화시켰다. 암탉은 알을 품고 있는 동안은 모이도 잘 먹지 않으면서 품속에서 열심히 알을 굴렸다. 그렇게 21일이 지나면 어느 날 삐약삐약 소리가 들린다. 어린 마음에 어미닭 품속의 알이 궁금하여 꼬리를 들춰 보기도 하고, 모이를 먹지 않는 암탉이 걱정되어 부리에다 보리를 넣어주기도 하는데 순둥순둥하다. 그런데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 품속에서 꼬물거리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맹수로 돌변한다. 노~란 병아리가 너무 예뻐서 한번 만져볼라치면 바로 튀어나와 달려든다. 그렇게 먹을 것 참아가며 정성껏 부화시킨 제 새끼들을 올망졸망 데리고 개나리 울타리 아래서 벌..

잡념 2023.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