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3.수
일본에 스모의 신으로 불리는 유명한 선수가 있었다. 이름이 '후타바야마'이다. 후타바야마는 현재까지 일본 스모 역사상 최고인 69연승을 기록했다. 그런데 70연승의 대기록을 눈앞에 두고 좌절한다. 그는 70연승에 실패한 후 바로 지인에게 다음과 같은 전보를 쳤다고 한다.
"내가 나무 닭의 경지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나무 닭(木鷄)'은 <장자> <달생(達生)> 편에 나오는 유명한 이야기이다.
중국에 투계를 좋아하는 왕이 있었다. 그는 어느 날 자기 닭을 가지고 '기성자'라는 사람을 찾아갔다. 기성자는 닭을 잘 훈련시키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왕은 기성자에게 자신이 가지고 간 닭을 백전백승의 싸움닭으로 만들어달라고 했다.
열흘 후 왕은 기성자를 찾아갔다. 닭이 잘 훈련되었는지를 묻자 기성자가 말했다.
"아직 안됩니다. 공연히 허세를 부리며 제 기운만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 부족합니다."
왕은 돌아갔다 열흘 만에 다시 와서 물었다.
"이제는 되었느냐? 이제는 백전백승할 수 있는 닭으로 길러졌느냐?"
기성자는 아직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아직 안됩니다. 이 닭은 다른 닭의 울음소리나 그림자만 보아도 싸우려고 합니다. 그러니 아직 안 되겠습니다."
우리가 생각하기엔 이 정도라면 투계로서 굉장히 잘 길러진 것으로 보이는데 기성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튼 왕은 이번에도 그냥 돌아가고 다시 열흘 후에 찾아와서 물었다.
"이제 되었느냐?"
"아직 안됩니다. 상대방을 노려보며 성을 냅니다."
열흘 후 왕이 다시 찾아와서 물었다.
그제서야 기성자는 이제는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러자 왕이 물었다.
"무엇을 가지고 지금은 되었다고 하느냐?"
그러자 기성자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다른 닭이 아무리 울음소리를 내며 싸움을 걸어와도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나무로 깎아놓은 닭과 같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덕이 온전해졌습니다. 그래서 다른 닭이 감히 덤벼들지 못하고 보기만 해도 도망가버립니다.”
기성자의 마지막 한 구, "덕이 온전해졌다(德全)"는 말은 '자기를 자기로 만드는 힘이 완벽한 상태에 들어갔음'을 뜻한다.
후타바야마가 69승까지는 시합에서 어떤 상대를 만나더라도 태연자약하고 조금의 동요도 없었으며, 상대 선수가 후타바야마의 기세 없는 기세에 눌려서 자멸하고 말았다.
그러나 70연승이라는 대기록을 눈앞에 두고 후타바야마는 70연승의 욕심에 마음이 흔들려 '태연자약한 나무닭의 경지'를 놓치고 만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웬 태연자약이며 나무 닭의 경지인가 하면, 어제 회사 안전팀장님과 골프연습장 등록을 했다. 각자가 나름 열심히 채를 휘두르긴 했으나, 도무지 정타를 맞추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주변에서 구경하던 분이 자진해서 코칭을 해주는데 신기하리만큼 교정이 잘 되었다. 그러나 조금만 자만심이 생기거나 교만한 마음이 생기면 바로 엉망으로 되돌아갔다. 멀리 보내려는 욕심에 힘이 들어가거나, 집중하지 못하고 딴생각을 하면 여지없이 삑사리가 난다.
그래서 태연자약과 평정심이 생각나서 적어보았다.
진정한 승리는 '태연자약'
태연자약에서 자약은 자기가 자기로만 되어 있음을 뜻한다. 태연은 아주 크고 넓고 여유로운 모습이다. 태연한 사람은 자약 하고, 자약 한 사람은 태연하다.
태연자약한 사람은 외부의 어떤 자극에도 자신만의 흐름이나 결에 동요를 일으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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