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그리는 무늬 / 최진석 著, 소나무 刊
(프롤로그 1)
세계적인 가수 싸이는 예전에 YG엔터테인먼트 소속이었습니다. 그 회사를 이끌었던 양현석 대표가 어느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남들이 2000억 부자라고 한다. 생각해 보자. 삶에서 보람된 일이 뭘까. 재산이 2조원 있으면 만족할까. 그렇지 않다. 돈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거다. 나는 돈을 벌기 위해서 음악을 하지 않았다. 90년대 힙합이 뿌리내리지 않았을 때도 지누션과 원타임을 만들었다. 당시 힙합은 돈이 되지 않았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음악이어서 대중과 나누고 싶었다. 지금도 그렇다. 즐겁기 때문에 음악을 만들지 억지로 돈을 앨범을 낸적은 없다."
- [매일경제신문] 2013년 1월 12일자
크게 무언가를 성취한 사람들은 대게 이런 투로 말합니다. 좋아서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죠. 사실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의 성공담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음악이어서 대중과 나누고 싶었다." 이 한 구절이 오늘의 양현석 대표를 있게 한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 '좋아하는'을 통해서 그는 다른 누구가 아니라 바로 양현석 '그 사람'이 되었습니다. 싸이도 왜 성공했을까요? 마찬가지입니다. 하고 싶은 대로 질러 버렸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독창적 일 수 있었죠.
'좋아하는'을 통하면 확실히 보편적인 기준이나 합리적 계산 혹은 객관적 표준 등을 벗어납니다. 누구나 숭앙하는 '이념'을 따르지 않습니다. 모두가 가치 있다고 믿는 사회적 합의를 추종하지도 않습니다. 체계를 초월할 수 있지요. 자신만의 욕망에 집중할 뿐입니다. 자기 내면에 비밀스럽게 웅크리고 있으면서 불현듯 일어나는 충동질, 자기만의 고유하고 비밀스런 어떤 힘을 따릅니다. 욕망을 따르는 사람은 '우리' 가운데 한명이 아니라 고유한 바로 '그 사람'으로 살아 있습니다.
이미 정해진 프레임을 근거로 소소하게 따지고 계산하는 사람은 크게 성취하지 못합니다. 모든 큰 성취는 새로운 프레임에 대한 기대로부터 나오지요. 창조적이라는 것입니다. 세세하게 따지는 일은 이미 있는 프레임을 기준으로 사용하며 진행되지요. 정해진 것을 기준으로 세밀하게 따지는 작은 가슴을 가지고 어떻게 시대를 가르는 돌파를 해낼 수 있겠습니까? 번잡스럽고 자잘한 고려나 계산들을 일거에 무너뜨리고 감각적인 통찰을 믿고 나아가야지요. 이래야 대인배입니다. 비로소 '사람'이지요. 왜 비로소 사람이냐? 가치 표준에 의해 인도되지 않고, 자기에게만 고유하게 있는 비밀스런 힘에 의해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개념의 구조물인 이념에 지배되지 않고, 피가 통하고 몸이 살아 움직이는 활동성을 주로 한다는 것입니다. 활동하게 하는 힘이 있다는 것이죠. 이 힘이 바로 욕망이며 덕이며 개성이며 기질이며 감각입니다. 이런 것들을 바탕으로 할 때, 우리는 이념이나 가치관 혹은 신념의 대행자가 아니라, 비로소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인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책과 하책 (0) | 2024.05.07 |
---|---|
저기, 사람이 내게 걸어 들어오네 (0) | 2024.04.11 |
경쟁 교육은 야만이다 (2) | 2024.04.07 |
태연자약(泰然自若) 또는 평정심(平靜心) (0) | 2024.03.17 |
평판관리 (0) | 2024.03.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