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노자와 장자 15

애태타(哀駾它)

노자와 장자에 기대어 / 최진석 著, 북루덴스 刊 춘추전국시대 위(衛)나라에 슬픔을 자아낼 정도로 못 생겼다는 뜻의 애태타(哀駾它)라는 추남이 살고 있었다. 그와 함께 지낸 남자들은 그 곁을 떠나지 않으려 하고, 그를 본 여자들은 다른 이의 아내가 되느니 차라리 그의 첩이 되겠다고 한다. 그는 자기 의견을 내세우지도 않고 늘 다른 이에게 동조할 뿐이었다. 군주의 자리에 있으면서 죽음의 위기에 처한 사람을 구해준 것도 아니고, 쌓아둔 재산으로 남의 배를 채워준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그 흉한 몰골은 세상을 감짝 놀라게 할 정도였다. 지식도 사방 먼 곳까지 미칠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도 많은 남녀가 그를 따르려 모여드는 까닭은 무엇인가? 장자는 이것을 온전한 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드러나게 하지 않는..

발 하나 잘린 왕태(王駘)

노자와 장자에 기대어 / 최진석 著, 북루덴스 刊 춘추전국시데, 노(魯)나라에 형벌을 받아 발 하나가 잘린 왕태라는 사람이 있었다. 덕망이 높아서 따르는 제자가 공자만큼이나 많을 정도였다. 공자의 제자 가운데 한 명인 상계(常季)가 공자에게 묻는다. "왕태는 외발이 장애인입니다. 그런데도 따르는 제자 수가 선생님만큼이나 많습니다. 그는 가르치는 것도 없고 토론도 하지 않는데, 빈 마음으로 찾아갔다가 무언가를 가득 얻고 돌아간다고들 합니다. 그는 과연 어떤 사람입니까?" 공자가 답한다. "그분은 성인이시다. 나도 찾아뵈려 했지만 꾸물대다가 아직 뵙지 못했다. 나도 그분을 스승으로 삼으려 하는데, 나만 못한 사람들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느냐. 노나라 사람뿐 아니라 온 천하 사람들을 다 데리고 가서 그를 따르려..

덕이 출렁출렁하게 드러나지 않은 채로

노자와 장자에 기대어 / 최진석 著, 북루덴스 刊 몇 마디 말을 나눠보지도 않았지만, 괜히 믿음이 가는 사람이 있다. 많은 말을 나누고도 뭔가 허전한 느낌만 남기는 사람이 있다. 여럿이 모여서 어떤 일을 결정할 때 마지막 매듭을 짓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꼭 있다. 강의를 듣고 나서 강의 내용을 물고 늘어져 자기 멋대로 다음 이야기를 구성해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강의 내용을 기억하는 데에만 집중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듣고 나서 죄다 흘려 보내는 사람도 있다. 똑같은 내용의 얘기를 들어도 사람마다 반응은 다 다르다. 같은 내용에 각자 다르게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사람들은 같은 일에 각기 다른 깊이로 반응할까? 그 이유는 인간으로서 가지고 있는 근거, 즉 그 사람만의 바탕이 다르기 때문이다. ..

빈 배

장자 외편 중 산목山木편에 실린 "빈 배" 이야기 어떤 사람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데 빈 배가 와서 그의 배에 부딪혔다. 그가 성격이 어떨지라도 화를 내는 일은 없다. 그러나 그 배에 단 한 사람이라도 타고 있다면 그 사람에게 피하라고 물러가라고 소리칠 것이다. 한 번 소리쳐서 듣지 못하면 두 번이라도 소리칠 것이고 그것도 듣지 못하면 세 번째 큰소리를 지르다가 결국 욕성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앞서는 성내지 않다가 지금 성내는 것은 앞의 배는 빈 배였지만 지금은 사람이 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람이 스스로 자기를 텅 비우고 세상을 산다면 도대체 그 무엇이 그에게 해를 끼칠 수 있겠는가. 나이가 들어 난시에 노안까지 덮쳐 가까운 곳도 보기가 힘들어 졌다. 계단을 오를 때면 무릎이 편치 않고 염색..

삶과 죽음은 계절의 변화와 같은 것

장자의 아내가 죽자 혜시가 문상을 갔다. 장자는 다리를 쭉뻗고 앉아 동이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혜시가 말했다. "같이 살면서 자식을 키우고 , 함께 늙어가다 아내가 먼저 죽었네. 울지 않는 것도 무정한데 동이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다니. 너무 심하지 않은가?" 장자가 대답했다. "그렇지 않네... 이 사람이 막 죽었을때 나라고 어찌 슬프지 않았겠는가. 그런데 삶의 시작을 가만히 생각해보니 본디 생명은 없었어... 단지 생명이 없었을 뿐 아니라 본디 형제도 없었어. 무언가 알 수 없는 것이 저절로 혼합되어 기로 변하고 기가 변하여 형체가 되고, 형체가 변하여 생명이 되었다가, 지금 다시 변해 죽음으로 돌아간 것이야... 이것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변화와 같은 것이지. 이사람은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