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념 41

길없는 길

살 때는 온몸으로 살고 죽을 때는 온몸으로 죽어라 높이 서려면 산 꼭대기에 서고 깊이 가려면 바다 밑으로 가라 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마라 일이 쉽게 되면 뜻을 경솔한 데 두게 되나니, 그래서 옛 사람이 말씀하시길 여러 겁을 겪어 일을 성취하라 하셨다. 本自不失 본자부실 何用更尋 하용갱심 본래 잃지 않았거니, 어찌 다시 찾을 것인가 경허선사 심우송 중

잡념 2023.04.19

레바논 국기의 초록나무

2020.03.31축구 경기 중계에서 삼나무를 보았다. 초록 나무가 들어간 레바논 국기. 나무가 오랜 인류의 역사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알파벳을 최초로 사용한 페니키아 문명의 터, 레바논. 레바논 국기에 그려진 '초록 나무'는 나무가 인류의 역사와 문명을 만들었다는 여러 증거 중 하나에 불과할 뿐이다. 페니키아인들은 갤리선으로 당시 문명의 대양이던 지중해를 누볐다. 이 갤리선을 건조하는 데 사용된 페니키아의 목재가 바로 레바논 국기 속의 삼나무다. 레바논의 삼나무는 우리말 구약 성경에 나오는 '레바논의 백향목'이라고 번역되었다. 삼나무는 지중해 연안 페니키아 문명의 근거지 레바논의 최대 자원이었다. 이 자원 부국 페니키아가 서구 문명의 요람인 지중해 연안을 제패한 것이다.그러나 그토록 울창했..

잡념 2023.04.19

자작나무는 어둠 속에 빚나고

2020.03.28- 영화 의 한 장면. 코제트가 있던 숲속에 자작나무가 빛난다. 자작나무는 캄캄한 밤 게슴츠레한 달빛 아래서도 대번에 보인다. 나무 껍질이 온통 하얗기 때문이다. - 파스테르나크의 소설 에서는 눈 내리던 기찻길 옆으로 자작나무가 끝없이 서 있었다. 그리고 톨스토이의 영지 야스나야 폴라냐... 아버지의 서가에 꽃혀 있는 톨스토이 전집에는 언제 찍었는지 알 수 없는 흑백 사진이 실려 있었다. 사진 속 생가와 무덤 옆에도 하얀 수피의 자작나무가 있었다. - 오늘 산길을 걷노라니 움터지는 소리가 바람과 다투고 있다. 까마귀는 대놓고 떠들고 다른 새소리도 분주한 가운데 땅도 툭툭거려 지나는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움이 비집고 나왔으니 곧 새순이 돋고 산이 연두색으로 물들 날이 머지않겠다. 금세 ..

잡념 2023.04.18

아무것도 아무것도

2020.03.20 아무것도 아무것도 (자연의 삶으로 돌아가기 위한 가치관의 혁명) - 후꾸오까 마사노부 著, 정신세계사 刊 - 書評 이 책은 인간이 지닌 일체의 가치에 대해 묻는다. 가치 있는 것은 그러나 아무것도 없다고 대답한다. 이 책은 또 인간이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묻는다. 그러나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고 대답한다. 이 책은 다시 인간이 해낸 것은 무엇인지 묻는다. 그러나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고 대답한다. 그리고는 묻는다. 인간이란 존재는 무엇인가? 인간의 지식, 관념, 인식체계, 모두를 이 책은 송두리째 부정한다. 나아가 그것들이 빚은 현대문명의 가치조차 남김없이 부정한다. 당혹스런 이 부정의 명제들 앞에 어쩌면 이 책장을 붙든 이의 의식은 절반쯤 깨어지고 무너져 버릴지 모른다. 철학적인 ..

잡념 2023.04.18

책 읽는(공부하는) 이유

2020.03.19학교나 기업에서 강연 할 때마다 "어떤 위기의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는 내공을 키우는 법"을 알려달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문학을 가르치는 교수이자 공부하는 학생으로서의 대답은 "당장 써먹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공부 그 자체를 즐기는, 삶의 호흡이 깊어지는 공부를 하라는 것"이다. 공부는 지식체계를 풍성하게 하고 생각하는 법을 길러주며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방황하지 않고 스스로 인생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똑같은 실패를 겪어도 공부하는 사람과 공부하지 않는 사람의 미래는 완전히 다르다. 그러니 하루하루를 더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면 공부를 멈추지 마라. 그러면 인생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즐겁게 흘러갈 것이라고 말한다. -내가 공부하는 이유(사이토 다카시 著, 걷는 나..

잡념 2023.04.18

노동에 대하여

일은 괴로운 것인가, 즐거운 것인가. 단지 정도의 문제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때와 경우에 따라 괴로워지기도 하고 즐거움도 있는 그런 것일까? 그것뿐일까? 모든 인간은 왜 일하는 것일까? 무엇을 위해서... 일이 괴롭다고 하면서 일을 하고 있는 이가 있다. 또한 즐겁게 일하는 이도 있다. 즐겁게 일을 하면 힘드는 일도 쉽게 할 수 있다. 기뻐서 일하면 일도 재미있다. 개미는 한 무더기의 설탕이 눈에 띄어도 서두르지 않는다. 한 번에 조금씩 서둘지 않고 반복해서 운반한다. 벌은 꽃 속에 꿀이 넘쳐 흘러도 한 손 가득 꿀을 취하면 돌아온다. 인간은 한 덩어리보다 두 덩어리, 두 번에 해야 되는 분량을 한 번에 해 치우려 하기 때문에 그만 괴로워지게 된다. 거기에서 힘드는 노동이 발생하는 것이다. 원래 일에는..

잡념 2023.04.18

장남 휴가 복귀

2020.03.09 가급적 대중교통 이용을 삼가라는 군부대 방침에 따라 직접 태워다 주고 왔다. 조부상으로 휴가를 나왔는데 코로나 덕분(?)에 2주간 자가격리하다 들어간다. 393km, 4시간 25분 거리다. 빡빡밀고 입대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9개월을 지난다. 요즘은 복무기간이 무척 짧아져 18개월 밖에 되지 않아 기다리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시간이 빨리도 지나간다. 물론 당사자들은 아니겠지만... 조수석에 앉아 연신 여친과 카톡을 주고받는 모습을 힐끗힐끗 곁눈질 한다. 어릴 적. 아토피가 심하여 스테로이드연고를 많이 발랐는데 소아과 의사로부터 너무 많이 바르면 키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그때는 너무 가려워하고 잠도 제대로 못 자니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키가 작은..

잡념 2023.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