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55

생명의 서

생명(生命) 의 서(書) / 유치환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懷疑)를 구(救)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愛憎)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번 뜬 백일(白日)이 불사신같이 작열(灼熱) 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永劫)의 허적(虛寂)에 오직 알라의 신(神)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熱沙)의 끝. 그 열렬한 고독(孤獨)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케 될지니 하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沙丘)에 회한(悔恨) 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인문학/시 2024.05.12

상책과 하책

2024.05.07.화 중국에는 "정부가 정책을 만들면 시장은 대책을 만든다(上有政策, 下有對策)"는 말이 있다. 대책은 상책, 중책, 하책의 총 9가지 수준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 순간만 모면하고자 하거나 변명하는 건 하지하책(下之下策)이다. 심오한 바둑에도 "잔수에 강하면 진다"는 교훈이 있다. 허구한 날 '대책 없는 회의'가 반복되는 조직도 많다. 전쟁론의 바이블, 손자병법은 제3편 모공(謀攻)에서 벌모(伐謀), 벌교(伐交), 벌병(伐兵), 공성(攻城)의 4가지 단계별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벌모(伐謀)이다. 벌모는 지략을 이용해 적을 공격하는 방법이다. 지략으로 적을 굴복시키면 창칼 앞에서 서로 다투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지략으로 상대의 모략을 깨뜨리는 데에는 적당한 시기가 있다. ..

인문학 2024.05.07

저기, 사람이 내게 걸어 들어오네

인간이 그리는 무늬 / 최진석 著, 소나무 刊 (프롤로그 2) 예전에 어느 방송사에서 방영된 에 영화 감독으로 유명한 워쇼스키 남매가 출연했었습니다. 대학을 자퇴하고 목수 일을 잠깐하다가, 굶어 죽어도 좋다는 생각으로 극장가가 되었다더군요. 그때 "그래도 대학은 졸업해야 되는 것 아닌가?"랄지 "일단 직업을 가지고 안정된 생활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에 굴복했다면 그처럼 위대한 감독이 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 경지 정리가 매끄럽게 잘된 땅에서 누구나 심으려고 하는 작물을 심고 남들보다 더 잘 되기만을 바라는 경쟁적인 요행심을 갖는 것보다 차라리 측량도 안 된 황량한 들판에 서서 땅과 자신의 관계를 근본적인 차원에서 다시 고민하는 우직한 자 - 자와 컴퍼스로 그려진 정치(精緻)한 ..

인문학 2024.04.11

사람으로 살아가기

인간이 그리는 무늬 / 최진석 著, 소나무 刊 (프롤로그 1) 세계적인 가수 싸이는 예전에 YG엔터테인먼트 소속이었습니다. 그 회사를 이끌었던 양현석 대표가 어느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남들이 2000억 부자라고 한다. 생각해 보자. 삶에서 보람된 일이 뭘까. 재산이 2조원 있으면 만족할까. 그렇지 않다. 돈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거다. 나는 돈을 벌기 위해서 음악을 하지 않았다. 90년대 힙합이 뿌리내리지 않았을 때도 지누션과 원타임을 만들었다. 당시 힙합은 돈이 되지 않았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음악이어서 대중과 나누고 싶었다. 지금도 그렇다. 즐겁기 때문에 음악을 만들지 억지로 돈을 앨범을 낸적은 없다." - [매일경제신문] 2013년 1월 12일자 크게 무언가를..

인문학 2024.04.11

경쟁 교육은 야만이다

김누리교수 강연 요약 경쟁교육을 시키지 않으면 어떤 인간이 될까? 궁금하지 않은가?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지만 인간은 변한다. '경쟁교육은 야만이다'라는 이 도발적인 말은 1970년 독일에서 아도르노의 사상이 교육개혁의 모토로 시작되어 54년 후, 오늘날 완전히 새로운 교육으로 성장한 독일인과 세계적으로 존경받은 나라가 된 독일이 되었다. '교육혁명'이 우리나라에 필요하다." 히틀러의 파시즘을 경험했던 독일은 68혁명 이후 빌리 브란트정부가 히틀러의 세계관을 뿌리 뽑는 것이 진정한 과거청산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했다. '아우슈비츠가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독일 교육개혁의 목표였고 '야만적 경쟁 교육'을 없앤 교육개혁의 결과로 가장 성숙한 나라가 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인문학 2024.04.07

태연자약(泰然自若) 또는 평정심(平靜心)

2024.03.13.수 일본에 스모의 신으로 불리는 유명한 선수가 있었다. 이름이 '후타바야마'이다. 후타바야마는 현재까지 일본 스모 역사상 최고인 69연승을 기록했다. 그런데 70연승의 대기록을 눈앞에 두고 좌절한다. 그는 70연승에 실패한 후 바로 지인에게 다음과 같은 전보를 쳤다고 한다. "내가 나무 닭의 경지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나무 닭(木鷄)'은 편에 나오는 유명한 이야기이다. 중국에 투계를 좋아하는 왕이 있었다. 그는 어느 날 자기 닭을 가지고 '기성자'라는 사람을 찾아갔다. 기성자는 닭을 잘 훈련시키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왕은 기성자에게 자신이 가지고 간 닭을 백전백승의 싸움닭으로 만들어달라고 했다. 열흘 후 왕은 기성자를 찾아갔다. 닭이 잘 훈련되었는지를 묻자 기성자가 말했다. "아..

인문학 2024.03.17

평판관리

2024.03.08.금 "인기와 평판은 반대다. 인격이 나무라면 평판은 그림자다." 아파트 브랜드 선호도, 카드사 선택 기준, 각종 맛집 리스트 등 주위에는 늘평판(評判•Reputation)이 차고 넘친다. 가장 예민한 건 역시 사람에 대한 문제이다. 특히 온라인상에서 평판은 학벌이나 자격증보다 앞선다. 흥미로운 사실은 대부분 평판은 인기와는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평판이 좋으면 인기가 없고, 인기가 있으면 평판이 나쁜 식이다. 상사는 직원을 평가하지만, 직원들은 상사의 평판을 제조한다. 이것은 동료(간부와 간부 또는 직원과 직원)간에도 마찬가지이다. 사실 억울한 경우도 많겠지만 길게 보면 평판은 그 사람의 본질에 수렴한다고 할 수 있겠다. 이것은 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의 식료품 체인점 '..

인문학 2024.03.17

자신의 욕망에 집중하라

최진석 교수 인문학 강의 정리 왜 욕망인가? 점잖고 모범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한테는 좀 더 이성적인 것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여기서 욕망이라고 할 때 그 욕망의 의미는 내적으로 비밀스럽게 자기한테 느껴지는 삶의 충동, 생명력,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없는 자기만의 고유한 자발성 이런 것을 욕망이라고 한다. 욕망은 자기한테는 힘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있는 자기를 다른 곳으로 이끌고 가려고 하는 의지, 이것이 모두 욕망과 관련된다. 자신의 욕망에 집중하라. 욕망은 철저하게 자기만의 것이다. 우리 모두 다 함께 모여있는 곳에서는 욕망이 작동하지 않는다. 집단속에서는 이성이 작동한다. 욕망은 고유한 자기만의 것이다. 우리의 삶은 아마도 지식을 증가시키고 경험의 폭을 늘려나가는 과정일 것이다. 그렇다면..

인문학 2023.12.13

빈 배

장자 외편 중 산목山木편에 실린 "빈 배" 이야기 어떤 사람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데 빈 배가 와서 그의 배에 부딪혔다. 그가 성격이 어떨지라도 화를 내는 일은 없다. 그러나 그 배에 단 한 사람이라도 타고 있다면 그 사람에게 피하라고 물러가라고 소리칠 것이다. 한 번 소리쳐서 듣지 못하면 두 번이라도 소리칠 것이고 그것도 듣지 못하면 세 번째 큰소리를 지르다가 결국 욕성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앞서는 성내지 않다가 지금 성내는 것은 앞의 배는 빈 배였지만 지금은 사람이 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람이 스스로 자기를 텅 비우고 세상을 산다면 도대체 그 무엇이 그에게 해를 끼칠 수 있겠는가. 나이가 들어 난시에 노안까지 덮쳐 가까운 곳도 보기가 힘들어 졌다. 계단을 오를 때면 무릎이 편치 않고 염색..

인간이 그리는 무늬

욕망하는 인문적 통찰의 힘 '우리'가 아닌 '나'로 살기 위한 인문학 "오직 자신의 욕망에 집중하라!" '우리'는 '나'를 가두는 감옥이다. 오직 나의 욕망에 집중하라! - 최진석 著, 소나무 刊 - [ 내용 요약 ] 우리나라에서는 고등학교에서 학생의 전공을 문과와 이과로 나뉜다. 그리고 이것이 대부분 대학에서의 전공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문과로 진학해서 배우는 학문과 이과로 진학해서 배우는 학문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과에서 배우는 학문 내용, 대상을 보면 그 안에 사람이 없다. 반면, 문과에서 배우는 학문 내용을 가만히 보자. 그 안에는 사람이 우글거리고 있다. 이게 무슨 말일까? - 이과에서 배우는 학문의 대상을 가만히 보면, 이 지구상에서 인간이 전부 사라져 버려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

인문학 2023.05.23